오랫동안 '천천히 오래' 달리는 것만 고집했습니다. 덕분에 거리는 늘었지만, 정작 레이스 막판마다 페이스가 무너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원인은 명확했습니다. 빨리 달릴 때 몸이 만들어내는 젖산을 처리하는 능력, 즉 스피드 지구력이 없었던 겁니다. 이번 글에서는 임계속도 훈련과 HIIT를 중심으로 제가 정리한 스피드 지구력 훈련법을 공유합니다.

임계 속도, '편안하게 힘든' 속도의 정체

임계속도는 젖산이 혈액에 쌓이는 속도가 제거 속도를 앞지르는 강도입니다. 그 경계선 아래에서는 계속 달릴 수 있고, 위로 넘어가면 몸이 천천히 멈춥니다. 몸을 바닥에 구멍이 뚫린 양동이에 비유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임계속도 이하로 달리면 들어오는 젖산이 구멍으로 빠져나가지만, 속도를 넘으면 양동이가 넘쳐 결국 느려지는 거죠. 임계 훈련은 바로 그 '양동이와 구멍을 키우는' 작업입니다.

최근에는 스마트워치로도 젖산 역치를 추정할 수 있게 되면서 접근성이 크게 좋아졌습니다. 가민의 최신 모델들은 달리기 중 심박수 변동성을 분석해 젖산 역치 페이스와 심박수를 자동으로 계산해 줍니다. 다만 워치 추정치는 어디까지나 참고값이라는 점은 기억해야 합니다. 보다 정확한 방법은 간단한 필드 테스트입니다. 워밍업 후 30분을 최선의 노력으로 달리고, 그 평균 속도를 임계속도로 삼는 거죠. 핵심은 전력 질주가 아니라 '1시간은 버틸 수 있으나 편하지는 않은' 강도라는 점입니다.

임계속도의 기준 수치는 체감 강도 기준 10점 만점에 7~8점, VO2max 대비 83~88%, 최대심박수 대비 88~92% 수준입니다. 여기서 가장 흔한 실수는 '더 빨리 가고 싶다'는 욕구를 참지 못하고 임계 훈련을 인터벌 훈련으로 만들어버리는 겁니다. 그러면 젖산 처리 능력은커녕 회복만 늦어집니다.

임계 훈련 메뉴: 인터벌부터 스테디까지

임계 훈련은 크게 쉬는 구간이 있는 인터벌형과 쉬지 않는 스테디형으로 나뉩니다. 초보자는 5분 인터벌부터 시작하고, 적응하면 휴식 없는 스테디형으로 옮겨갑니다.

먼저 6회의 5분 인터벌에 회복 60~90초를 넣는 방식은 임계 페이스를 20~30분도 유지하기 힘든 초보자에게 적합합니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8분 인터벌 2~5회로 넘어갑니다. 5K를 노리는 러너는 2회, 마라토너는 4~5회까지 늘려가는 방식이죠.

어느 정도 체력이 쌓였다면 휴식 없는 20~30분 스테디 스테이트를 추천합니다. 꾸준히 낮은 강도의 불편함을 견디는 이 훈련은 여러 코치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방식입니다. 조금 더 실전적인 훈련으로는 프로그레션 런이 있습니다. 이지 페이스로 1.6km, 마라톤 페이스로 1.6km, 하프 페이스로 1.6km, 임계 페이스로 4.8km, 다시 하프→마라톤→이지 순으로 1.6km씩 풀어주는 구성입니다. 피곤한 상태에서도 페이스를 지키는 경험이 다음 레이스의 자신감으로 이어집니다.

HIIT, 미토콘드리아에 불을 붙이다

임계 훈련이 '버킷'을 키운다면, HIIT는 버킷의 펌프를 교체하는 훈련입니다. 10초에서 5분까지의 고강도 운동과 짧은 회복을 반복하는 방식인데, 효과가 놀랍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30초 전력 스프린트 4회, 총 2분만으로도 30분 중강도 운동과 동등한 미토콘드리아 기능 개선이 나타났습니다.

2026년 최신 연구에 따르면, HIIT의 최소 유효 용량은 주 2회, 세션당 10~15분이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24주간 지속하면 VO2max가 최대 46%까지 개선되고, 8주 후에는 1회 박출량이 10%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국제 학술지에서 발표된 최신 문헌 고찰에서도 4분 고강도 달리기와 3분 회복을 4회 반복하는 프로토콜이 심박출량과 좌심실 근육 비후, 미토콘드리아 생합성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습니다.

지구력 훈련의 생리학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저강도 장거리는 미토콘드리아의 '숫자'를 늘리고, 고강도 훈련은 미토콘드리아를 '더 강하게' 만듭니다. 실제로 잘 훈련된 사이클리스트도 주 2회 인터벌을 3~6주만 실시해도 VO2max와 지구력이 2~4% 개선됐습니다. 이미 체력이 좋은 사람도 HIIT에서 얻을 것이 있다는 뜻입니다.

HIIT의 무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1~4분을 VO2max 구간(최대심박 약 95%)으로 달리는 롱 인터벌은 긴 노력에서 처지는 러너에게 효과적입니다. 10~60초를 VO2max의 약 120% 강도로 반복하는 숏 인터벌은 스피드 지구력 강화에 좋고, 3~8초 또는 20~30초 올아웃 스프린트는 피니시 킥을 위한 무기입니다.

제가 가장 즐겨 하는 구성은 역피라미드입니다. 하드 3분→회복 3분, 2분→2분, 1분→1분으로 줄여가고, 2분 휴식 후 1~2회 반복합니다. 시간이 짧아서 '오늘은 뛸 시간이 없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것도 장점입니다.

과훈련을 피하는 법

2025년 연구들에서 강조되는 공통된 지점은 HIIT의 빈도 조절입니다. 주 3회를 넘기면 자율신경계 회복이 지연되고 코르티솔 수치가 상승해 오히려 퍼포먼스가 저하된다는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주 2회, 세션 간 최소 48시간의 회복을 두는 것이 최적 빈도라는 거죠.

잭 대니얼스 코치의 조언도 같은 맥락입니다. "같은 워크아웃을 매번 더 빨리 해야 한다는 강박이 가장 큰 적"이라는 말처럼, 몸이 적응하기 전에 강도를 올리면 과훈련과 부상만 따라옵니다. 진짜 진보의 신호는 '같은 속도가 점점 쉬워지는 것'입니다. 몇 주 전엔 버거웠던 8분 인터벌이 편해졌다면, 그때 강도를 올려도 늦지 않습니다.

스피드 지구력, 이렇게 시작하세요

정리하면 스피드 지구력은 세 층으로 쌓입니다. 임계 훈련으로 젖산 처리 용량을 키우고, HIIT로 미토콘드리아를 강화하고, 적절한 회복으로 적응을 완성하는 것. 주 5회 달리는 러너라면 이렇게 배분하는 걸 추천합니다. 주 3회는 이지런으로 베이스를 쌓고, 1회는 임계 훈련(20~30분 스테디 또는 5~8분 인터벌), 1회는 HIIT(역피라미드 또는 4×4분)를 넣습니다.

처음엔 감이 안 오는 게 당연합니다. 30분 필드 테스트로 자신의 임계 페이스를 먼저 찾고, 첫 2주는 5분 인터벌 4~6회로 몸을 적응시키세요. 3주차부터 8분 인터벌이나 스테디 스테이트로 넘어가고, 5주차 이후에 HIIT를 주 1회 추가합니다. 핵심은 참을성입니다. '더 빨리'가 아니라 '더 오래 같은 속도로'가 스피드 지구력의 본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