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힘들게 감량에 성공했는데, 정작 대회에 나가서 다리가 풀려 비실비실했다면? "차라리 그냥 살찐 채로 뛸 걸" 하고 후회한 적이 있는 러너라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길 바란다.
러너의 감량은 일반 다이어트와 다르다. 줄여야 하는 것은 체지방이지, 스태미너와 근력이 아니다. 굶는 방식으로 체중만 줄이면 기록이 함께 무너진다. 러너를 위한 감량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리와 리바운드 없이 체지방을 줄이는 식사법을 정리했다.
감량의 목표는 체중이 아니라 체지방
"살빼기 = 굶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주자는 체중계의 숫자가 아니라 달리는 능력이 기준이어야 한다. 체중이 줄었는데 기록이 뒤처진다면 그 감량은 실패다.
단순히 식사량을 줄이는 대신, 먼저 평소 식생활을 검토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식사량, 식사 시간, 식사 내용을 하나씩 바꿔가면서 체지방만 줄이는 방향을 잡는 것이 핵심이다. 갑자기 굶으면 몸은 에너지를 아끼려고 기초 대사까지 낮춰버려 오히려 감량이 어려워진다.
무리한 감량이 부르는 리바운드
무리하게 식사를 줄이면 나타나는 부작용은 체력 저하만이 아니다. 항상 배가 고픈 상태가 이어지면, 대회 완주 후나 정신적으로 지쳤을 때 폭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이렇게 되면 일시적인 감량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기름기와 육류는 몸에 나쁘다" 같은 잘못된 단정도 문제다. 편향된 식단은 영양 불균형을 만들고, 결국 무리한 식생활을 오래 못 버티게 한다. 자신에게 맞는 균형 잡힌 식사 지식을 몸에 익혀, 안정된 마음으로 식사를 즐기는 것이 오래가는 감량의 기본이다.
아침을 거르면 역효과다
체중 조절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오류 중 하나가 아침 식사 거르기다. 아침을 거르면 오히려 하루 식사가 불규칙해져 저녁에 과식하기 쉽다.
이상적인 것은 하루 에너지를 아침·점심·저녁 3끼에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이다. 아침에 충분히 먹어두면 밤에 공복감이나 과식을 예방할 수 있고, 오전 훈련 에너지도 확보된다. 아침에 식욕이 없다면 저녁 식사량을 줄여 아침 공복감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지방 연소 효율보다 총 에너지 소비
"지방을 태우려면 저강도 운동을 오래 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생리학적으로는 맞지만, 체지방 감량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대부분이다.
체지방이 줄어드는 것은 결국 하루 총 에너지 소비가 섭취보다 많아야 한다는 단순한 원리다. 저강도 운동이 오래 지속되면 소비 에너지가 커질 수는 있지만, 운동 중 지방 연소 효율이 높다고 체지방이 더 빠진다는 증거는 없다. 핵심은 하루가 끝날 때 필요한 에너지보다 조금 적게 먹는 것이다.
지방도 필요하다 — 단, 25% 이내로
체지방을 줄이려면 지방을 아예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방은 장시간 운동 시 사용되는 중요한 저장 에너지원이다. 문제는 과다 섭취지, 섭취 자체가 아니다.
러너의 기준으로 삼을 만한 수치는 총 섭취 에너지의 25% 이내다. 지방을 그 수준으로 억제하고, 그만큼 근육의 연료가 되는 탄수화물을 채워주는 것이 균형 잡힌 식사다. 버터, 마요네즈, 과자처럼 명백히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만 피해도 대부분 충분하다.
휴식일에도 탄수화물은 챙긴다
"오늘은 안 뛰니까 탄수화물을 줄여야지"라고 생각하는 러너가 많다. 하지만 휴식일은 근육이 글리코겐을 보충하는 날이다. 탄수화물이 부족한 상태에서 훈련하면 근육 속 글리코겐이 고갈되고, 회복도 더뎌진다.
밥만 빼고 반찬만 먹는 식으로 탄수화물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방법도 러너에게는 맞지 않다. 훈련 효율과 회복을 생각한다면, 감량 중에도 휴식일을 포함해 하루 필요한 탄수화물은 꾸준히 채워주는 것이 원칙이다.
단백질은 감량 중에도 챙긴다
체지방을 줄이기 위해 식사량을 줄이면 자연히 단백질 섭취도 줄어들기 쉽다. 하지만 감량 중에는 오히려 근육을 지키기 위해 단백질이 더 중요해진다. 체중 1kg당 하루 1.2~1.6g 수준의 단백질을 목표로, 닭가슴살·생선·두부·계란·우유 같은 식품을 매 끼니 배분해서 먹는 것이 좋다.
특히 장거리 훈련을 하는 날에는 근육 손상이 크므로, 훈련 후 1시간 이내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을 함께 섭취하면 회복 효율이 높아진다. 감량 중에도 근육량이 유지되면 기초 대사가 떨어지지 않아, 감량 후 요요 현상도 줄어든다. 체중계 숫자보다 허벅지와 종아리의 힘이 유지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현명하다.
감량은 시즌 전에 끝내야 한다
체중이 가벼울수록 유리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회 직전의 급격한 감량은 금물이다.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는 근육 속 글리코겐 고갈과 탈수로 이어져 경기력을 떨어뜨린다.
감량은 시즌 전이나 시즌 초기에 끝내는 것이 정석이다. 한겨울이나 한여름처럼 훈련 강도가 낮은 시기에 체지방을 빼두고, 시즌 중에는 충분히 먹어 이상 체중을 유지한다. 계획적인 감량이라면 스태미너 저하도, 리바운드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무리
러너의 감량은 '얼마나 참느냐'의 싸움이 아니라 '어떻게 먹느냐'의 싸움이다. 굶는 대신 3끼를 균등하게, 지방은 25% 이내로, 탄수화물은 휴식일에도 꾸준히.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체지방은 줄고 기록은 지켜진다.
체중 1kg의 차이가 마라톤 페이스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체지방을 줄이고 싶다면 무리한 단식이 아니라, 시즌 전부터 차근차근 식사 구조를 바꿔보자. 봄 대회에서 기록이 확실히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