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에서는 채우고 훈련에서는 비운다 — 엘리트 마라톤 연료 설계

가을 마라톤 시즌이 한창입니다. 대회를 두 주 남기고 탄수화물을 얼마나 늘릴지만 고민하는 분이 많지만, 정작 기록을 가르는 탄수화물 이야기는 대회 전날 밤이 아니라 훈련 일지 안에 있습니다. 세계 상위권 선수들이 탄수화물을 다루는 방식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훈련에서는 일부러 비우고, 대회에서는 끝까지 채운다. 이 글은 그 원리와, 동호인이 그대로 베끼면 안 되는 지점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2시간 벽 — 기록을 가르는 것은 다리보다 연료

마라톤 후반에 다리가 무거워지는 까닭을 훈련량 부족으로만 설명하면 절반만 맞습니다. 2시간 안팎의 레이스에서는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이 실제로 바닥을 드러내는 제한 요인입니다. 캐나다 스포츠연구소의 생리학자 트렌트 스텔링워프가 국제 스포츠생리학 학술지에 정리한 논평도 같은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2시간짜리 마라톤에서 근육 글리코겐이 제한 요인이므로, 탄수화물의 총량과 전달 효율을 끌어올리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논평에는 흥미로운 관찰이 하나 더 있습니다. 지난 60년 동안 마라토너의 체격이 점점 가볍고 작아졌다는 점입니다. 달리기 효율과 열 발산에는 유리해졌고, 같은 양의 탄수화물을 먹어도 체중 1킬로그램당 공급되는 양은 늘어났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체격이 큰 동호인은 같은 속도에서도 체중당 연료가 더 빨리 떨어집니다. 3시간에서 4시간을 달리는 분들에게 글리코겐 문제는 엘리트보다 오히려 더 크게 작용합니다.

훈련은 비우고, 대회는 채운다

상위권 선수들은 주당 한 번에서 다섯 번, 근육 글리코겐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훈련합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주수가 지나며 빈도와 시간을 조금씩 늘려갑니다. 대표적인 방식이 '슬립 로우'입니다. 저녁에 글리코겐을 거의 소진하는 고강도 인터벌을 하고, 밤을 금식으로 넘긴 뒤, 다음 날 아침 가벼운 강도로 한 번 더 달립니다. 저녁에는 채우고 아침에는 비우는 식으로 하루 안에서 탄수화물 가용성을 흔드는 설계입니다.

효과를 본 연구도 있습니다. 2016년 국제 영양 학술지에 실린 실험에서는 훈련된 사이클 선수 11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만 일주일에 세 번 이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일주일 뒤 20킬로미터 개인 기록 측정에서 이 집단은 비교 집단보다 평균 3.2퍼센트 빠른 기록을 냈고, 후반부 출력이 올라가는 페이스 변화가 함께 나타났습니다.

주목할 부분은 그다음입니다. 지방을 더 태우는 몸으로 바뀌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두 집단 모두 훈련 뒤 기질 사용 비율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즉 "지방 연소 능력이 좋아져서 빨라졌다"는 설명만으로는 이 결과가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습니다. 연구진도 후반 페이스를 밀어붙이는 능력, 다시 말해 연료가 부족한 상태를 견디는 감각과 페이스 조절이 함께 작동했을 가능성을 남겨두었습니다.

한 가지는 분명히 해야 합니다. 저탄수화물 식사와 글리코겐 고갈 훈련은 다릅니다. 이 방식은 총 열량을 줄이는 다이어트가 아니라, 같은 양을 언제 먹을지 배치하는 문제입니다. 훈련 뒤에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제대로 채워 넣는 것이 전제입니다. 채우지 않으면 다음 훈련의 질이 떨어지고, 그 손실이 적응보다 큽니다.

2시간 16분이 2시간 11분이 된 사례

스텔링워프가 2012년 국제 스포츠영양 학술지에 발표한 사례 연구에는 엘리트 마라토너 세 명이 등장합니다. 이들은 몇 달에 걸쳐 저탄수화물 상태 훈련을 몸에 익혀갔고, 그 결과 한 선수는 2시간 16분대에서 2시간 11분대로, 다른 선수는 2시간 15분대에서 2시간 12분대로 기록이 올라갔습니다. 남은 한 명은 2시간 16분으로 마라톤에 데뷔했습니다.

다만 저자는 이 사례를 처방전처럼 제시하지 않습니다. 밤새 금식한 뒤 달리는 것이 나은지, 두 번째 훈련 전의 영양 보급만 줄이는 것이 나은지는 아직 결론이 없다고 적었습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글리코겐이 고갈된 상태로 훈련하는 것도, 원래 의도한 설계인지 아니면 하루 두 번씩 달리다 보니 먹을 시간이 없어서 생긴 결과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입니다. 기록이 좋아진 사례와 그 원인이 같다는 보장은 없다는 뜻입니다.

대회 당일 — 시간당 60그램이 기본, 길면 90그램

대회 날의 숫자는 훈련보다 훨씬 명확합니다. 운동 중 탄수화물 섭취 지침을 정리한 국제 스포츠의학 학술지 논문은 운동 시간에 따라 답을 나눕니다. 1시간 안팎의 운동이라면 입을 헹구는 정도나 소량으로도 효과가 있고, 2시간에서 3시간 이어지는 운동은 시간당 60그램이 기준입니다. 초장거리에서는 시간당 90그램까지 올라가는데, 이렇게 많은 양은 한 가지 당으로는 흡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므로 여러 종류의 당을 섞은 제품을 써야 합니다.

이 기준은 체중이나 훈련 수준이 아니라 운동의 종류와 지속 시간에 달려 있습니다. 3시간 30분을 달리는 동호인이라면 시간당 60그램을 넘겨야 하는 구간이 두 시간 이상 이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젤 한 개가 25그램에서 30그램 사이라면 시간당 두 개에서 두 개 반, 완주까지 다섯 개 안팎이 됩니다. 문제는 양이 아니라 위장입니다. 갑자기 이 양을 대회 당일에 넣으면 소화가 안 되고, 그 손실이 기록 손실로 이어집니다.

위장은 훈련된다 — 최근 문헌이 말하는 것

2025년 국제 스포츠영양 학술지에 실린 체계적 문헌고찰은 지구력 운동 중 위장 증상을 다룬 연구 29편을 모았습니다. 결론은 세 가지로 요약됩니다. 첫째, 위장을 미리 단련하는 훈련 프로토콜이 증상을 줄이는 데 유망합니다. 둘째, 권장 섭취량에 맞춰 탄수화물을 설계한 선수는 위장 증상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낮았습니다. 셋째, 하이드로겔 제품은 일반 탄수화물 제품보다 나은 점이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저포드맵 식단이나 프로바이오틱스는 근거가 엇갈렸습니다.

결국 위장 훈련은 별도의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 대회에서 쓸 제품과 양을 훈련에서 그대로 써 보는 일입니다. 대회에서 처음 먹는 젤은 훈련에서도 처음인 셈이니, 낯선 제품을 대회에 들고 가는 것은 연료 문제가 아니라 도박에 가깝습니다.

동호인을 위한 실전 순서

첫째, 대회 페이스로 달리는 롱런에서 실제 젤과 스포츠음료를 쓰십시오. 속도가 느린 훈련에서 연습한 섭취는 대회에서 그대로 재현되지 않습니다.

둘째, 시간당 섭취량을 4주에 걸쳐 올리십시오. 지금 시간당 30그램 수준이라면 주마다 조금씩 늘려 대회 3주 전에 목표량을 완성하고, 이후에는 양을 바꾸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셋째, 저탄수화물 상태 훈련은 경험이 많은 분만 주 1회 이하로 넣으십시오. 총 열량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며, 훈련 뒤 회복 식사가 부실하면 효과보다 부담이 커집니다. 입문자와 부상 이력이 있는 분에게는 권하지 않습니다.

넷째, 국내 대회는 급수대 간격과 젤 소지 가능 여부를 미리 확인하십시오. 대회마다 운영 방식이 달라서, 계획한 섭취 지점이 실제 코스와 어긋나면 후반 연료가 통째로 비는 일이 생깁니다.

연료 설계는 기록을 갑자기 끌어올리는 마법이 아닙니다. 다만 후반 10킬로미터에서 남은 힘을 지키는 조건을 만들어 두는 일입니다. 훈련은 비우고 대회는 채운다는 원칙, 그리고 그 사이에서 위장을 길들여 두는 준비가 그 조건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