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국내 러너에게 가장 분주한 달입니다. 대회 일정을 모아 놓은 국내 사이트 집계를 보면 11월 한 달에 전국에서 백여 개 러닝 대회가 열리고, 그중 풀코스만 열 곳이 넘습니다. 가장 이른 풀코스는 11월 1일 서울마라톤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의 상당수는 대회까지 2주에서 8주를 남겨 두고 있을 것입니다.
이 시기에 가장 흔한 실수는 훈련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기간에 대한 불안을 숫자로 확인하지 않는 것입니다. "내가 준비가 됐나"는 기분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 두 달 동안 무엇을 얼마나 했는지로 대부분 설명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감으로 답하지 않고 채점표로 답해 보겠습니다.
채점표 — 만점 100점, 감점은 최대 30점
아래 일곱 항목은 대회를 1~2개월 앞둔 시점에 "30킬로미터 이후를 견딜 다리가 만들어졌는가"를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각 항목에서 지금 내 상태에 가장 가까운 칸을 하나씩 고르고 점수를 더합니다. 만점은 100점이고, 훈련 공백 항목 때문에 감점이 붙으면 총점은 최대 30점까지 내려갑니다.
| 점검 항목 | 기준 | 점수 |
|---|---|---|
| 이번 달 주행거리 | 지난달의 125퍼센트 이상 | 30 |
| 101~124퍼센트 | 20 | |
| 지난달과 비슷함 | 0 | |
| 80~90퍼센트로 줄었음 | -5 | |
| 79퍼센트 이하로 줄었음 | -10 | |
| 레이스 페이스보다 빠른 훈련 | 7일에 1회 이상 | 7 |
| 8~14일에 1회 | 4 | |
| 15~21일에 1회 | 2 | |
| 22일 이상에 1회 | 1 | |
| 하지 않음 | 0 | |
| 30킬로미터 이상 장거리주 | 3회 이상 | 30 |
| 2회 | 25 | |
| 1회 | 20 | |
| 없음 | 0 | |
| 기복이 있는 코스 훈련 | 7일에 1회 이상 | 6 |
| 8~14일에 1회 | 3 | |
| 15~21일에 1회 | 2 | |
| 22일 이상에 1회 | 1 | |
| 하지 않음 | 0 | |
| 20킬로미터 이상 장거리주 | 4회 이상 | 20 |
| 3회 | 15 | |
| 2회 | 10 | |
| 1회 | 5 | |
| 없음 | 0 | |
| 근력 운동 | 3일에 1회 이상 | 7 |
| 4~7일에 1회 | 4 | |
| 8~14일에 1회 | 2 | |
| 15일 이상에 1회 | 1 | |
| 하지 않음 | 0 | |
| 훈련을 쉰 최장 기간 | 3일 이내 | 0 |
| 4~6일 | -5 | |
| 7~14일 | -10 | |
| 15일 이상 | -20 |
왜 이 일곱 항목인가 — 점수의 근거
첫 번째 항목인 주행거리는 양보다 변화율을 봅니다. 훈련량이 많은 사람이 부상이 적다는 연구도 있지만, 함께 확인된 것은 급격한 증가입니다. 스포츠의학 분야에서 훈련 부하와 부상을 정리한 대표적인 검토 논문은 비접촉 연조직 부상의 상당 부분이 훈련 자체가 아니라 지나치게 빠른 부하 증가에서 온다고 지적합니다. 최근 부하와 중기 부하의 비율을 함께 보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지난달보다 25퍼센트 넘게 늘렸다면 배점이 가장 높은 대신 부상 위험도 가장 높은 구간이라는 뜻이고, 반대로 80퍼센트 아래로 줄었다면 몸은 이미 다른 상태로 적응하고 있습니다.
훈련 공백에 큰 감점을 두는 이유는 감각이 아니라 측정 결과입니다. 지구력 선수 15명을 대상으로 2주간 훈련을 중단하게 한 연구에서 최대산소섭취량, 탈진까지 버티는 시간, 최대 심박출량, 무릎 신전 근력이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습니다. 4주 완전 중단을 관찰한 다른 연구에서는 3,000미터 기록이 악화되고 안정 시 심박 변이도가 떨어졌습니다. 이틀 쉬는 것은 회복이지만, 2주를 쉬면 훈련이 아니라 재적응이 시작됩니다.
근력 운동을 별도 항목으로 둔 것은 달리기 자체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훈련된 남자 러너 18명을 12주간 관찰한 연구에서 근력과 플라이오메트릭 훈련을 병행한 집단은 러닝 이코노미와 최고 속도가 함께 개선됐습니다. 같은 거리를 더 적은 에너지로 달리는 능력은 후반 30킬로미터에서 그대로 차이로 나타납니다.
기복이 있는 코스 항목은 국내 대회 코스를 의식한 것입니다. 한강변 위주의 평지 훈련만 해 온 사람은 다리 근육이 특정 각도에서만 단련됩니다. 언덕을 오르내릴 때 쓰는 근육과 착지 충격을 흡수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대회 코스에 오르막이 있다면 미리 한두 번은 넣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점수 구간별로 남은 기간을 어떻게 쓸까
| 총점 | 지금 상태 | 남은 기간에 할 일 |
|---|---|---|
| 80점 이상 | 집중 훈련이 제대로 쌓인 상태 | 훈련량을 더 늘리지 않고 유지, 목표 기록 상향은 금물 |
| 60~79점 | 장거리를 견딜 내성은 확보 | 이번 달에 집중 구간 1~2회, 이후에는 회복 우선 |
| 50~59점 | 한 걸음 부족 | 마지막 장거리주 1회를 반드시 넣고 대회 1주 전까지 피로를 푼다 |
| 49점 이하 | 준비가 됐다고 보기 어려움 | 목표를 완주로 낮추고 실전 감각 위주로, 다음 대회를 위한 재설계 |
80점 이상이라고 해서 안심할 일은 아닙니다. 이 구간에서 기록을 망치는 원인은 훈련 부족이 아니라 실력보다 높은 목표 설정과 초반 오버페이스입니다. 반대로 49점 이하라면 남은 기간에 몰아서 메우려는 시도가 가장 위험합니다. 이 구간의 목표는 기록이 아니라 완주이고, 대회 뒤에 무엇을 바꿀지를 정하는 것이 더 남는 선택입니다.
철인3종 준비생이라면 항목을 이렇게 바꿉니다
같은 논리를 철인3종에 그대로 옮기면 항목만 조금 달라집니다. 30킬로미터 장거리주 자리에는 90킬로미터 이상 장거리 자전거가 들어가고, 그 뒤에 짧은 달리기를 붙이는 연결 훈련을 최소 두 번은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다리 상태에서 달리기로 넘어가는 감각은 훈련으로만 길러지고, 대회 당일 처음 경험하면 후반 기록이 무너집니다.
스피드 항목은 올림픽 코스 기준 경쟁 페이스보다 조금 빠른 구간 반복으로 바꾸고, 근력 운동 항목은 그대로 유지합니다. 수영은 별도 항목으로 두지 않아도 되지만, 최근 4주 안에 실제 거리 이상을 연속으로 완주한 기록이 있는지는 확인해 두시기 바랍니다. 대회 2주 전에는 종목별 볼륨을 줄이는 테이퍼링이 들어가야 하므로, 채점은 늦어도 3주 전에 끝내는 편이 좋습니다.
채점보다 중요한 것 — 기록해 두기
채점표의 진짜 값어치는 점수 자체가 아니라 다음 대회에서의 비교에 있습니다. 오늘 점수를 적어 두고, 대회가 끝난 뒤 실제 기록과 나란히 놓아 보십시오. 점수와 기록이 함께 움직였다면 그 항목이 내게 유효한 지표이고, 점수는 높았는데 기록이 무너졌다면 다른 원인, 예컨대 초반 페이스나 보급 계획을 봐야 합니다.
대회가 코앞이라면 오늘 바꿀 수 있는 것은 훈련량이 아니라 준비의 순서입니다. 남은 기간에는 잠을 먼저 챙기고, 새로운 운동이나 새로운 장비는 넣지 않으며, 대회 코스와 출발 시각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채점표는 나를 몰아붙이는 도구가 아니라, 지금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르는 기준으로 쓰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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