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철인3종 선수의 훈련 이야기를 들으면 숨이 턱 막힌다. 하루에 수영 5km를 하고, 자전거로 150km를 달리고도 저녁에 러닝을 또 하는 식이다. 아이언맨 코나 3회 우승자 얀 프로데노는 강한 주에 훈련만 35시간을 채우고, 여자부 세계선수권 우승자 루시 찰스바클레이도 주 20~30시간을 기본으로 친다. 주 8~12시간을 쪼개 쓰는 직장인 아마추어에게는 상상조차 어려운 숫자다.

그렇다면 이런 훈련법은 우리에게 아무 의미도 없을까? 그렇지 않다. 따라 하기 위한 참고가 아니라 '훈련을 설계하는 원리'를 배우기에는 이보다 좋은 사례가 없다. 프로의 훈련량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지키는 구조다. 일주일 구성을 뜯어보면 규칙성, 강도 분배, 회복이라는 세 축이 반복해서 나온다.

프로 한 주는 어떻게 생겼나 — 훈련량부터

  • 얀 프로데노(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코나 3회 우승): 강한 주 약 35시간. 수영 25km, 자전거 400km, 러닝 120km 안팎을 소화하며, 강도 높은 수영·자전거 세션을 각각 2회, 강한 러닝을 3회, 브릭(근전환) 훈련을 1회 배치한다. 물리치료만 별도로 주 12시간을 쓴다.
  • 루시 찰스바클레이(2023 아이언맨 여자부 세계선수권 우승): 주 20~30시간을 일주일 내내 훈련하되 대부분 하루 두 번, 월요일과 금요일은 가볍게 보낸다. 오전 수영 2시간(약 5km)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루틴이 유명하다.
  • 크리스티안 블루멘펠트(도쿄 올림픽 금메달, 아이언맨 세계선수권 7시간 21분 우승): 2024년 발표된 사례 연구(이중표식수법)에서 하루 7,000~8,500kcal를 소비하는 것으로 측정됐다. 연구진은 그가 유지한 훈련량과 에너지 소비가 인간 능력의 상한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구분 수영(주) 자전거(주) 러닝(주) 총시간(주)
프로(예: 프로데노 강한 주) 20~25km 350~450km 100~130km 30~35시간
아마추어(올림픽 디스턴스 준비, 예시) 4~8km 80~150km 20~35km 8~12시간

하루 두 번 훈련의 논리

  • 세 종목을 병행하다 보면 하루 한 번으로는 종목별 최소 훈련량을 채우기 어렵다. 그래서 프로는 오전 수영, 오후 자전거처럼 하루를 2~3개 세션으로 나눈다.
  • 단순히 '많이' 하려는 것이 아니다. 세션을 짧게 나누면 한 번의 부담이 줄어 회복이 빨라지고, 결과적으로 일주일에 더 많은 총량을 소화할 수 있다. 찰스바클레이가 "훈련 종목이 셋이라 매일 다르다"고 말하는 것도 이 구조 덕분이다.
  • 노르웨이 선수들이 유행시킨 '더블 스레숄드'도 같은 발상이다. 역치 바로 아래 강도의 인터벌을 오전·오후 두 번으로 나눠 수행해, 하루에 강한 자극을 크게 쌓되 다음 날 훈련을 망칠 정도의 피로는 남기지 않는 방식이다.
  • 아마추어 버전: 하루 두 번은 프로 전유물이 아니다. 새벽 수영 40분과 저녁 러닝 30분처럼 총량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일주일 훈련량을 무리 없이 늘릴 수 있다.

강도 분배 — 대부분 쉽게, 가끔 정말 열심히

  • 프로의 훈련 일지를 강도별로 쪼개 보면 놀랍게도 '빡센 훈련'의 비중은 높지 않다. 전체 훈련의 약 80%를 가볍게, 20%만 열심히 하는 이른바 80/20 분배가 실제 프로 훈련 분포와 비슷하다는 분석이 많다.
  • 블루멘펠트는 도쿄 올림픽을 앞둔 시기 훈련의 약 85%를 낮은 강도(존1~2)로 소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은 15% 안에서 젖산 측정으로 설정한 역치 페이스의 인터벌을 오전·오후로 나눠 수행하는 '노르웨이 방식'이다.
  • 프로데노조차 기초 구간에서는 1시간 안팎의 편안한 페이스 러닝을 주로 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즉 프로의 하루도 '대부분 편안함'으로 채워진다.
  • 의미는 명확하다. '매일 빡세게'가 아니라 '가볍게 오래 + 선택적으로 강하게'다. 초보일수록 대화가 가능한 강도(존2)의 비중을 키우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강도 구간 목적 하루 훈련 비중(권장)
존1~2(대화 가능) 기초 체력·지구력 약 80%
존3(역치 부근) 젖산역치 향상 약 10~15%
존4~5(고강도) 최대 산소 섭취량·스피드 약 5~10%

회복과 수면을 훈련으로 계산한다

  • 프로는 훈련 시간만큼 회복에도 공을 들인다. 프로데노는 물리치료 주 12시간을 훈련의 일부로 다루고, 블루멘펠트는 수면과 낮잠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며, 찰스바클레이는 착용형 기기로 회복 상태를 확인하고 강도를 조절한다.
  • 열량 관리도 회복의 일부다. 블루멘펠트가 하루 7,000~8,500kcal를 소비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먹고 자고 회복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훈련량은 회복 능력의 함수라는 뜻이다.
  • 일반인이 가져갈 회복 3원칙: ①수면 7~9시간을 훈련 계획보다 먼저 지킨다 ②강한 날 다음 날은 반드시 가볍게 보낸다 ③안정 시 심박 상승·수면 질 저하·무기력 같은 신호가 겹치면 쉬는 것이 곧 훈련이다.

아마추어·직장인이 배울 점

  • 따라 하지 말고 '구조'만 가져온다: 프로의 주 30시간을 좇을 필요는 없다. 대신 ①거르지 않는 규칙성 ②80/20 강도 분배 ③회복을 포함한 설계, 이 세 가지를 자기 일정에 이식하면 된다.
  • 한국 직장인의 현실적 구성: 평일은 새벽 수영(조기 수영장·마스터즈 수영)이나 출근 전 짧은 러닝, 점심시간 실내 라이딩으로 채우고, 주말에 한강 라이딩과 장거리 러닝을 몰아서 배치하는 패턴이 무난하다. 야간 라이딩보다는 새벽·주간 훈련이 안전하고 지속성도 좋다.
  • 시간당 효율: 프로처럼 세션을 쪼갤 수 없다면 주 8~12시간만 확보해도 올림픽 디스턴스(수영 1.5km·자전거 40km·러닝 10km) 완주 준비에는 부족하지 않다. '3주 올리고 1주 내리는' 점진적 부하 패턴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부상 위험은 크게 줄어든다.

엘리트의 훈련 일지는 재능의 산물이기 전에 설계의 산물이다. 우리가 흉내 내야 할 것은 35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을 채우게 만든 규칙성과 강도 관리, 그리고 회복에 대한 진지한 태도다. 프로는 훈련을 '오늘 할 일'이 아니라 '이번 주와 이번 달의 계획'으로 산다. 직장인이라도 일주일 단위로 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것부터 시작하면, 다음 시즌의 나는 분명히 달라져 있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전문 코치와 함께 두 달 남짓 만에 철인3종 완주에 도전한 tvN '무쇠소녀단'의 실제 훈련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