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서 기록을 가르는 구간은 30km 이후입니다. 초반에는 몸이 가볍고 의욕도 넘치지만, 30km를 넘어서면 다리가 무거워지고 앞이 아득해집니다. 흔히 말하는 '30km 벽'이에요. 이 구간을 어떻게 넘기느냐가 완주와 기록을 동시에 결정합니다.

이 글에서는 후반에 페이스가 무너지는 이유, 초반 오버페이스를 막는 방법, 그리고 경련과 보급을 달리면서 처리하는 요령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30km 이후 페이스가 무너지는 이유

후반에 흐트러지는 데는 분명한 원인이 있어요.

  • 글리코겐 고갈 — 몸에 저장된 탄수화물이 바닥나면서 에너지 대사가 지방 쪽으로 넘어갑니다. 같은 속도를 내는 데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해져요.
  • 초반 오버페이스 — 초반에 5~10초/km만 빨라도 후반에는 몇 배로 돌아옵니다. 초반에 번 시간은 후반에 전부 잃습니다.
  • 근육 피로와 충격 누적 — 42.195km를 달리면 착지 충격이 수만 번 누적됩니다. 대퇴사두근과 종아리가 먼저 지칩니다.
  • 심리적 요인 — "아직 10km나 남았다"는 생각이 페이스를 끌어내립니다.

이 네 가지는 대부분 훈련과 전략으로 줄일 수 있어요.

페이스 전략 세 가지

42.195km를 어떤 속도로 나눌지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 포지티브 스플릿 — 초반에 빠르게, 후반에 버팁니다. 대부분의 초보 러너가 무의식적으로 택하는 방식이지만, 후반 붕괴 위험이 가장 큽니다.
  • 이븐 스플릿 —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한 페이스. 가장 안정적이고 재현성이 높습니다.
  • 네거티브 스플릿 — 후반을 더 빠르게. 이상적이지만 초반 참기가 쉽지 않습니다.

목표 기록이 뚜렷하다면 이븐 스플릿, 완주가 목표라면 초반을 5~10초/km 느리게 시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초반 오버페이스 막는 법

  • 체감으로 달리지 않는다 — 대회 당일의 흥분과 응원은 실제보다 빠르게 느껴지게 합니다. GPS 워치의 현재 페이스를 기준으로 삼으세요.
  • 앞 5km는 목표보다 느리게 — 목표 페이스보다 5~10초/km 느리게 출발합니다. 몸이 데워지면 자연스럽게 목표 페이스로 올라옵니다.
  • 10~30km는 일정하게 — 이 구간에서 흔들리지 않아야 후반이 남습니다.
  • 35km 이후 — 무리한 스퍼트는 금물입니다. 남은 힘을 골인까지 고르게 나눠 쓰세요.

후반을 버티는 실전 요령

  • 1km씩만 생각하기 — "다음 1km만 달리자"로 목표를 잘게 쪼개면 심리적 부담이 크게 줄어요.
  • 무리한 스퍼트 금지 — 피로한 몸에 갑자기 페이스를 올리는 건 무모합니다. 큰 대가를 치르기 쉬워요.
  • 호흡과 자세 점검 —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호흡이 얕아집니다. 어깨를 내리고 팔을 가볍게 돌려 주세요.
  • 언덕과 바람 구간은 힘을 아끼기 — 오르막과 맞바람에서는 무리하지 말고, 내리막과 순풍에서 회복합니다.

경련이 왔을 때

후반에는 탈수와 전해질 부족으로 경련이 올 수 있어요. 이때 대처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일단 페이스를 낮추기 — 멈추기보다 속도를 줄여 계속 달립니다.
  • 달리면서 풀기 — 갑자기 멈추면 다른 부위에 경련이 옮겨 갈 수 있어요. 달리면서 팔을 돌리고 보폭과 리듬을 바꿔 근육에 다른 자극을 줍니다.
  • 염분 보충 — 전해질 젤이나 소금 정제를 미리 챙겨 두세요.

보급 전략

  • 젤은 30분 전부터 미리 — 배고파지기 전에 넣는 것이 원칙입니다. 보통 30~45분 간격으로 섭취합니다.
  • 물은 목마르기 전에 — 한 번에 많이보다 자주 조금씩 마십니다.
  • 대회 보급대 활용 — 초반 보급대는 붐비니 뒤쪽에서 받고, 후반 보급대에서 확실히 챙기세요.

가을에는 완주를 목표로 하는 대회가 많습니다. 대회 전에는 목표 페이스로 30km 이상 롱런을 1~2회 해 두면 후반 감각을 미리 익힐 수 있어요.

마무리 — 후반은 준비한 사람이 이깁니다

마라톤 후반은 의지보다 준비의 결과입니다. 초반을 참고, 이븐 페이스를 지키고, 보급을 미리 챙기면 30km 벽은 훨씬 낮아집니다.

대회가 다가오면 목표 페이스 롱런과 보급 연습을 실제처럼 해 보세요. 몸에 익은 리듬은 후반에 큰 힘이 됩니다. 골인 지점의 감동은 그렇게 준비한 사람의 것이에요. 다음 글에서는 대회 2주 전 테이퍼링 방법을 다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