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VO2 맥스가 얼마나 되지?" 한 번쯤 궁금해해 본 러너라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그럼 얼마나 걸려야 숫자가 오르지?" 예전에는 엘리트 선수나 연구소 전유물이던 최대산소섭취량(VO2 max) 측정이 이제는 도심의 스포츠 퍼포먼스 클리닉에서 마사지 예약하듯 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측정이 쉬워진 만큼, '테스트 → 열심히 훈련 → 재테스트'를 반복하며 숫자가 오르길 기대하는 러너도 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숫자가 주문처럼 바로 올라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훈련 이력과 유전, 현재 체력 수준에 따라 몇 주가 걸릴 수도,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VO2 맥스가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오르는지, 그리고 재측정은 언제 하는 게 합리적인지를 연구 데이터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VO2 맥스, '천장'을 재는 숫자

VO2 맥스는 몸무게 1kg당 1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산소의 양(ml/kg/min)으로, 최대 운동 중 몸이 산소를 들이마시고, 혈액에 싣고, 근육으로 보내 에너지를 만드는 전체 경로의 효율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스포츠의학에서는 유산소 체력의 '금본위' 지표로 부릅니다. 마라톤 기록과의 상관관계도 잘 알려져 있어서, 국내 러닝 커뮤니티에서도 VO2 맥스를 높이는 인터벌 훈련법이 꾸준히 공유됩니다. 다만 기억해야 할 점은, 이 숫자가 '최대 강도에서의 천장'이라는 것입니다. 레이스 대부분은 천장이 아니라 그 아래의 역치(threshold) 부근에서 달리기 때문에, VO2 맥스가 오르지 않아도 기록이 빨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은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향상 속도, 출발점이 정한다

VO2 맥스 향상 속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현재 체력 수준입니다.

  • 초보자는 빠르다: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은 6~10주 안에 꽤 큰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소파에서 5K 프로그램으로 나가는 단계라면 말이죠. 운동생리학자 토드 버킹엄은 "훈련을 막 시작한 사람은 6~10주 안에 상당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 연구가 뒷받침한다: 2019년 '스포츠 메디슨 인터내셔널 오픈'에 실린 연구는 좌식 생활을 하던 성인 39명을 두 가지 유산소 프로그램에 배정했는데, 어떤 방식이든 8주 만에 VO2 맥스가 유의미하게 개선됐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는 주 2회 인터벌을 8주간 한 훈련된 성인의 VO2 맥스가 약 7% 올랐고, 운동 경험이 없던 초보자는 6주 만에 12~15% 상승한 사례도 보고됩니다.
  • 엘리트는 정체기: 반대로 이미 체력이 높은 선수는 1년을 훈련해도 1% 오르거나, 아예 그대로일 수 있습니다. 과거 연구에서 엘리트 러너 3년간의 VO2 맥스 변화를 추적했더니 유의미한 개선이 없었는데, 연구진은 "이미 퍼포먼스 정체기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재측정은 '3개월의 법칙'

그렇다면 얼마나 자주 측정하는 게 좋을까요? 스포츠의학 전문의 케빈 스프라우즈와 운동생리학자 버킹엄은 일치된 답을 줍니다. 최소 3개월. 버킹엄은 "그보다 짧은 간격으로는 유의미한 변화를 보기 어렵기 때문에, 3개월 이내에 재검사를 받게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연 1~2회 대회에 나가는 일반 러너가 훈련 프로그램에 집중한다고 해도, "3개월은 돼야 재검사할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기준입니다. 매주 워치의 추정치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시즌 단위로 크게 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참고로 스포츠 사이언스 장비 시장은 2024년 약 6조 7,000억 원에서 2032년 12조 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만큼 측정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측정 자체'보다 '측정 간격'을 지키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숫자를 움직이는 훈련은 따로 있다

VO2 맥스를 올리겠다고 매일 빨리 달리는 것은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버킹엄이 임상에서 가장 자주 보는 패턴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목표로 하는 생리적 적응을 얻으려면 얼마나 느리게 달려야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 그의 지적입니다.

  • 저강도가 기반: 존2(대화 가능한 강도)의 느린 달리기는 모세혈관과 미토콘드리아 발달을 돕습니다. 모세혈관은 산소를 근육세포로 운반하고, 미토콘드리아는 그 산소로 에너지를 생산합니다. 둘 다 많아질수록 VO2 맥스는 올라갈 수 있는 기반이 커집니다.
  • 고강도가 자극: 기반이 있어도 미토콘드리아를 최대 용량으로 굴리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비율은 저강도 70% 대 고강도 30%, 또는 더 엄격한 80/20입니다.
  • 인터벌은 3~5분이 정석: VO2 맥스에 도달하는 데는 페이스가 좋아도 약 2분이 걸립니다. 그래서 1분짜리 짧은 인터벌보다 3~5분짜리가 효과적입니다. 2024년 프론티어스 저널에 실린 연구도 흥미로운데, 30초짜리 고강도 인터벌은 3분 인터벌보다 높은 강도임에도 불구하고 VO2 맥스의 90% 이상을 유지한 시간이 유의미하게 짧았습니다. 짧고 강한 게 세련돼 보여도, VO2 맥스 적응을 노린다면 긴 인터벌이 우위라는 뜻입니다.
  • 진행은 점진적으로: 인터벌에 익숙하지 않다면 3분×3세트에서 시작해 8~12주에 걸쳐 5분×5세트까지 늘리는 방식이 안전합니다. 주 1회가 적정하며, 과부하를 피하려면 고강도 세션은 주 2~3회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내려가는 건 2배 빠르다

아쉽게도 VO2 맥스는 오르는 것보다 내려가는 것이 훨씬 빠릅니다. 훈련을 멈추면 2주 안에 약 5%가량 떨어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부상으로 몇 주 쉬어야 한다면, 완전히 멈추기보다 가볍게라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 체력 방어에 유리합니다. 80/20 원칙을 지키며 쉬는 날을 확실히 쉬는 것도, 사실은 VO2 맥스 향상에 필요한 회복의 일부입니다.

천장과 임계, 헷갈리지 말 것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구분입니다. VO2 맥스가 오르지 않았다고 해서 기록이 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스프라우즈의 설명처럼 "VO2 맥스는 천장을 알려주지만, 레이스는 대부분 역치 페이스 부근에서 달린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훈련을 통해 역치를 천장에 더 가깝게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천장 자체는 그대로여도 레이스 기록은 빨라질 수 있습니다. 즉 숫자 하나에 집착하기보다, 천장을 높이는 긴 호흡의 훈련(존2 기반 + 3~5분 인터벌)과 천장을 활용하는 훈련(템포, 역치)을 균형 있게 섞는 것이 정답입니다.

VO2 맥스는 다이어트 저울과 비슷합니다. 매일 재면 노이즈에 흔들리고, 3개월 간격으로 재면 방향이 보입니다. 지금 시작했다면 6~10주 안에 첫 변화를 느낄 것이고, 이미 오래 달렸다면 1%의 개선도 값진 것입니다. 숫자를 올리려는 마음보다, 숫자가 오르는 훈련을 꾸준히 하는 마음이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