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9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의 미션베이. 샌디에고 트랙클럽 소속이던 잭 존스톤과 돈 샤나한은 "달리기·자전거·수영을 한 경기에서 연속으로 하면 누가 가장 빠를까"라는 단순한 궁금증에 클럽 대회를 열었다. 참가자는 46명. 당시만 해도 아무도 이 작은 실험이 반세기 뒤 전 세계를 휩쓸고 올림픽에 오를 줄은 몰랐다.

오늘날 철인3종은 수영 1.5km, 자전거 40km, 러닝 10km의 올림픽 디스턴스부터 수영 3.8km·자전거 180km·러닝 42.195km의 아이언맨까지, 거리별로 수십 가지 대회가 열리는 세계적인 스포츠가 됐다. 이 글에서는 맥주 한 잔 분위기에서 시작된 철인3종이 어떻게 "철인"이라는 이름을 얻고, 올림픽의 문을 두드리기까지의 50년을 따라가 본다.

하와이의 광인들, 아이언맨이 태어나다

철인3종이 세계에 이름을 알린 결정적 계기는 1978년 하와이에서 열린 첫 아이언맨 대회였다. 하와이에 주둔하던 미 해군 장교 존 콜린스는 "와이키키 바다수영(3.9km), 오아후 섬 일주 사이클(180km), 호놀룰루 마라톤(42.195km)을 쉬지 않고 이어붙이면 누가 이길까"라는 내기를 제안했다. 그러면서 "누가 먼저 들어오든 그를 아이언맨(Ironman)이라 부르자"고 덧붙였다.

1978년 2월 18일, 15명이 출발해 12명이 완주했다. 우승자는 11시간 46분 58초를 기록한 고든 할러였다. 마지막 완주자 존 던바는 "그냥 죽기 싫어서" 달렸다고 회고했을 만큼, 당시 아이언맨은 말 그대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이벤트였다. 이후 이 대회는 매년 하와이 코나에서 열리며, 지금도 철인3종 최고의 월드 챔피언십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역사상 첫 Ironman 고든 할러(Gordon Haller) ; 1978년 첫 Ironman 대회 우승자

1982년, 기어서 들어온 여자 — 'The Crawl'

아이언맨이 대중문화 속으로 들어온 결정적 장면은 1982년에 나왔다. 여자부 선두였던 줄리 모스는 결승선을 10여 m 앞두고 탈진해 쓰러졌고, 결국 네 발로 기어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그 순간을 잡은 TV 중계는 전 세계 시청자에게 "도대체 어떤 대회가 사람을 이렇게 만드는가"라는 충격을 안겼고, 철인3종은 단숨에 전설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이 장면은 나중에 "The Crawl(기어가기)"이라는 이름으로 철인3종 역사상 가장 유명한 순간으로 기록된다. 모스는 그 경기에서 2위로 마감했지만, 그녀의 투혼은 "완주하는 것이 이기는 것보다 더 값지다"는 철인3종의 정신을 상징하게 됐다. 자세한 사건·사고 이야기는 시리즈 후속 편에서 더 다룬다.

질서를 얻다: ITU 창설과 올림픽의 문

1980년대까지 철인3종은 대회마다 거리와 규칙이 제각각이었다. 이를 표준화하기 위해 1989년 프랑스 아비뇽에서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이 창설됐다. ITU는 올림픽 디스턴스(수영 1.5km·자전거 40km·러닝 10km)를 공식 거리로 정하고, 드래프팅(자전거 뒤 바람타기) 허용 여부 등 규칙을 통일했다.

그리고 1994년 9월, 프랑스 파리 IOC 총회에서 철인3종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2000년 9월 시드니에서 첫 올림픽 금메달은 남자부 사이먼 휘트필드(캐나다), 여자부 브리짓 맥마흔(스위스)에게 돌아갔다. 이후 철인3종은 매 올림픽을 빠짐없이 지켜왔고, 2020년대에는 혼성 릴레이까지 추가되며 더 대중적인 스포츠로 진화했다.

한국의 철인3종: 1980년대 후반의 시작

한국에는 1980년대 후반 철인3종이 처음 소개됐고, 이후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KTF)이 World Triathlon(구 ITU)의 한국 회원 연맹으로 활동하며 국내 대회와 선수 육성을 이끌어왔다. 1990년대부터 제주, 포항, 통영 등 해안 도시를 중심으로 오픈워터 대회가 자리 잡았고, 2010년대 이후에는 아마추어 동호인 인구가 크게 늘며 '철인'이라는 단어가 일상어가 됐다.

한국 선수들의 국제 무대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선수권과 월드컵에서 꾸준히 성적을 내는 선수들이 배출됐고, 국내에서도 아이언맨 70.3 코리아 같은 월드급 대회가 개최되면서 철인3종은 이제 낯선 스포츠가 아니다. 한국 철인3종의 구체적 역사와 대표 선수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50년, 그리고 이제 당신의 차례

미션베이의 46명에서 시작된 철인3종은 이제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즐기는 스포츠가 됐다. 재미있는 점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스포츠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 종목을 연속으로 완주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고, 그래서 여전히 "철인"이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그리고 그 출발선에는 언제나 초보자가 있다. 다음 편에서는 한국 철인3종의 역사를, 그다음에는 대회 종류와 국제 대회 지도를 차례로 소개한다. 천천히, 한 걸음씩. 당신도 곧 그 출발선에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