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트레일 뒤 몽블랑(UTMB)은 언제나 극적인 드라마를 선사해 왔지만, 2026년 대회는 문자 그대로 '역사'를 다시 썼다. 남녀 우승자 모두 이 종목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기록으로 피니시 라인을 통과했다. 남자부에서는 미국의 벤 디먼이 18시간 16분 29초로 UTMB 첫 '서브 19시간'의 주인공이 됐다. 여자부에서는 프랑스의 블란딘 리롱델이 21시간 54분 49초로 첫 '서브 22시간'을 기록하며 UTMB-CCC-OCC를 석권하는 트리플 크라운을 완성했다.

두 시간 늦춰진 출발, 그러나 누구도 막지 못한 질주

대회 전날 샤모니에는 뇌우 경보가 내려졌다. 주최 측은 오후 5시 45분으로 예정된 출발을 2시간 늦춰 오후 7시 45분으로 연기했다. 코스도 이탈리아 구간의 피라미드 칼케르(Pyramides Calcaires) 기술 구간을 피해 우회하도록 변경됐다. 이로 인해 '코스 레코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완주 시간 자체는 역대 UTMB 역사상 가장 빨랐다.

디먼은 40km 지점도 안 돼 선두로 올라선 뒤 단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았다. 1년 전 이 대회에서 준우승에 그쳤던 아픔을 완벽하게 설욕한 레이스였다. "믿기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그가 피니시 라인을 넘은 순간, 18시간 16분 29초라는 숫자가 전광판에 박혔다. 이는 UTMB 우승 최고 기록보다 무려 45분 25초나 빠른 시간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남자부 톱3 전원이 19시간 벽을 깨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디먼 뒤를 쫓은 샤사뉴와 올슨, 그리고 톱10 전원 서브 20

프랑스의 밥티스트 샤사뉴가 18시간 47분 38초로 2위에 올랐고, 미국의 케일럽 올슨이 18시간 48분 24초로 3위를 차지했다. 세 선수 모두 19시간 안쪽에서 피니시한 것은 UTMB 역사상 처음이다. 남자부 톱10 전원이 20시간 이내로 완주하는 기록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짐 월름슬리(미국)와 킬리안 조르네(스페인)라는 슈퍼스타들이 부상으로 결장했음에도, 이보다 더 압도적인 퍼포먼스는 없었다.

리롱델, 트리플 크라운 달성 — CCC-OCC-UTMB를 모두 제패한 두 번째 여성

리롱델은 약 80km 지점에서 미국의 레이첼 엔트레킨을 따돌리며 선두로 나섰다. 엔트레킨은 UTMB 데뷔전에서 22시간 15분 54초로 당당히 2위에 올랐고, 에밀리 슈미츠(미국)가 22시간 17분 28초로 3위로 들어왔다. 리롱델이 UTMB, CCC(100km급), OCC(50km급) 세 종목을 모두 우승한 것은 코트니 다우왈터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남녀 구분 없이 UTMB 시리즈를 완전히 정복한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미국인, 세 아이의 아버지

디먼은 프랑스에 거주하는 미국인 트레일 러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대회 전 인터뷰에서 "작년 준우승의 아쉬움이 너무 컸다. 올해는 반드시 우승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악천후에 강한 그답게, 우천으로 인한 출발 지연에도 흔들림 없는 페이스로 역사적 승리를 완성했다. 한편, 이 대회 OCC(55km) 종목에서는 트라이애슬론 레전드 얀 프로데노가 연령대 우승을 차지하며 또 하나의 화제를 뿌렸다.

2026년, 트레일 러닝의 새로운 기준이 세워졌다

이번 UTMB는 단순히 우승자가 바뀐 대회가 아니었다. 19시간 벽을 깬 남자부, 22시간 벽을 깬 여자부 — 그리고 악천후라는 변수 속에서도 기록이 쏟아졌다는 사실은 울트라 트레일 종목의 진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샤모니의 8월, 또 한 번의 역사가 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