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부엘타 에스파냐가 포가차르 없는 레이스로 접어든 지 하루 만에, 가장 어려운 스테이지가 찾아왔다. 8월 30일 펼쳐진 9스테이지(187.4km)는 해안 도시 라 빌라호요사를 떠나 알토 데 아이타나 정상까지 오르는 코스로, 하루 동안 무려 5,000m가 넘는 고도를 쌓는 이번 대회 최대의 난관이었다. 그 정상에서 무비스타의 엔릭 마스가 4년 만의 우승을 차지하며 레드저지를 지켜냈다.

마스에게 이 우승은 단순한 스테이지 승리가 아니다. 포가차르의 낙차 이탈로 하루 전에야 생애 첫 그랜드투어 리더 저지를 입은 그가, '제대로 된 검증'을 통과했다는 의미가 크다. 게다가 스페인 선수가 레드저지를 입고 부엘타 스테이지를 우승한 것은 2014년 알베르토 콘타도르(앙카레스) 이후 무려 12년 만의 일이기도 하다.

정상 등정에서 완성된 드라마

이날 레이스는 일찌감치 치열했다. 파벨 시바코프(UAE 팀 에미리츠-XRG)와 알렉세이 루첸코, 안드레아스 크론, 파비안 바이스 등이 9km 지점에서 먼저 도망가기 시작했고, 104km 지점에서는 무려 24명의 브레이크어웨이 그룹이 형성됐다. 산악 포인트 선두를 노리던 산티아고 부이트라고(바레인 빅토리어스)는 중간 고개 두 곳에서 1등급 포인트를 쓸어 담으며 마운틴 저지 선두(21점)까지 넘봤다.

승부가 갈린 곳은 마지막 알토 데 아이타나 등반(22km, 평균 5.8%)이었다. 시바코프가 정상 10km를 남기고 단독 질주를 시작했지만, 펠로톤의 추격 속도는 무서웠다. 데카트론-CMA CGM이 페이스를 끌어올린 가운데 펠릭스 갈이 8km 지점에서 공격을 터뜨렸고, 이 흐름 속에 마스와 프리모시 로글리치(레드불-보라-한스그로에), 오스카 온리(넷컴퍼니-이네오스), 리차드 카라파스가 하나로 뭉쳤다.

  • 결정타는 정상 3km 전: 마스의 가속에 따라붙은 건 온리뿐이었다. 두 선수가 나란히 정상을 향했고, 스프린트에서 마스가 먼저 손을 들어 올렸다.
  • 결과: 1위 마스 5시간 10분 40초, 2위 온리 동일 기록, 3위 로글리치 +12초, 4위 갈 +18초.
  • 의미: 지난 2022년 이후 4년 만의 우승이자, 그랜드투어 리더 저지를 입고 거둔 첫 승리다.

종합 순위, 마스의 시대가 시작됐나

9스테이지가 끝난 뒤 종합 순위는 이렇게 정리됐다. 마스가 선두를 지키고, 로글리치가 1분 18초 차이로 추격하고, 갈이 1분 39초, 온리가 2분 20초로 뒤를 잇는다. 8스테이지 직전까지 포가차르에게 3분 50초나 뒤져 있던 마스는, 이틀 만에 대회 전체의 중심에 섰다.

  • 마스의 재발견: 부엘타에서 세 차례나 종합 2위에 머물렀던 '영원한 준우승자'가 이제는 지키는 입장이다. 16번째 그랜드투어 출전 만에 처음 잡은 리더 저지를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가 몸짓에서 느껴진다.
  • 로글리치의 계산: 30대 중반의 베테랑은 9스테이지에서 조심스러운 레이스를 펼쳤다. 정상 등정에서 12초를 잃는 데 그친 건 결코 나쁜 수치가 아니다. 남은 고산 스테이지에서 역전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 온리의 도약: 영 라이더 저지를 입은 온리는 이날 2위로 올라서며 종합 4위(+2분 20초)까지 뛰어올랐다. 20대 초반의 영국 신예가 '포가차르 빈자리'의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포가차르의 빈자리, 그리고 남은 일정

포가차르는 8스테이지 낙차로 뇌진탕과 왼쪽 쇄골 골절, 경추 최하단 골절을 입고 수술대에 오를 예정이다. 올 시즌 복귀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라, 부엘타는 사실상 마스·로글리치·갈의 3파전으로 재편됐다. 우승 후보가 사라진 대회가 이렇게까지 흥미로워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요즘이다.

남은 일정도 만만치 않다. 10스테이지(9월 1일, 알카라스~엘체 데 라 시에라)를 지나면 또 한 번의 휴식일이 기다리고, 이후에는 3주에 걸친 고산 지옥이 이어진다. 아직 12개 스테이지나 남아 있다.

지켜볼 포인트

  • 마스의 수성전: 2014년 이후 처음으로 레드저지를 입고 우승한 스페인 선수의 향방. 홈 팬들의 기대가 어깨를 짓누를 수도 있다.
  • 로글리치의 노련함: 1분 18초는 그가 한 번의 공격으로 뒤집을 수 있는 격차다. 타임트라이얼과 고산 스테이지가 남아 있는 걸 감안하면 레이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신예들의 활약: 온리와 부이트라고 등 젊은 선수들이 대형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중이다. 다음 주말 스테이지에서도 이 흐름이 이어질지 눈여겨볼 만하다.

큰 별이 떠난 하늘에 새로운 주인공이 나타났다. 이번 부엘타는 남은 2주 동안 '마스가 버틸 수 있느냐'의 싸움이 될 전망입니다. 그랜드투어 팬이라면 매일 아침 순위표를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