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챔피언 둘이 같은 마라톤에? 사상 처음

마라톤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현 세계 챔피언이 같은 주말 같은 레이스에 출전한다. 8월 30일 오전 6시 30분(현지 시각), 시드니의 밀러 스트리트에서 출발해 하버 브리지를 넘고 오페라하우스 앞에서 피니시하는 42.2km 코스에 탄자니아의 알폰스 심부(Alphonce Simbu)와 케냐의 페레스 젭치르치르(Peres Jepchirchir)가 나란히 선다. 둘 다 2025년 도쿄 세계육상선수권 마라톤 금메달리스트다.

월드 마라톤 메이저(WMM) 시리즈에 공식 합류한 지 두 번째 해를 맞은 시드니 마라톤은 이제 명실상부한 글로벌 메이저로 자리 잡았다. 올해 발롯(추첨) 신청자는 12만 3천 명으로, 첫 메이저 대회였던 지난해보다 56%나 늘었다. 현장에는 약 3만 명 이상의 러너가 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한 피니시 라인은 이미 전 세계 러너들 사이에서 '버킷리스트 레이스'로 통한다.

남자부: 2:01 러너와 트랙 스타의 맞대결

남자 엘리트 필드는 사상 최강이다. 개인 최고 기록(PB) 기준 2:05 벽을 깬 선수만 14명, 2:10 이하가 25명이다. 현 코스레코드(2:06:06, 하일레마리암 키로스·2025년)는 이번에 거의 확실하게 깨질 전망이다. 호주 대륙 올커머스 레코드(2:06:06)를 넘어설 PB를 가진 남자 선수가 19명이나 된다.

  • 시세이 레마 (에티오피아, PB 2:01:48): 필드 최고 기록 보유자. 보스턴과 런던 마라톤 우승 경력이 있는 공격적인 프런트러너다. 시드니의 완만한 초반 코스는 그의 스타일에 잘 맞는다.
  • 알폰스 심부 (탄자니아, PB 2:02:47): 현 세계 챔피언. 2025·2026 보스턴 마라톤 연속 2위로 메이저 무대에서의 꾸준함을 입증했다. 33세로 여전히 전성기다.
  • 티모시 키플라갓 (케냐, PB 2:02:55): 멜버른 마라톤 코스레코드 보유자로 호주 기후와 코스 특성에 가장 익숙한 선수다.
  • 빈센트 응게티치 (케냐, PB 2:03:13): 베를린과 도쿄에서 포디엄에 오른 메이저 단골손님.
  • 하일레마리암 키로스 (에티오피아, PB 2:04:35): 디펜딩 챔피언. 작년 이 대회에서 세운 코스레코드를 스스로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 테벨로 라마콩고아나 (레소토, PB 2:04:18): 올해 보스턴에서 기록한 PB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게브르히웨트, 12:36의 사나이가 42.2km에 도전한다

이번 대회 최대 변수는 에티오피아의 하고스 게브르히웨트(Hagos Gebrhiwet)다. 그는 5,000m 12:36.73으로 역대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을 보유한 트랙 스타다. 올림픽 5,000m 동메달리스트이자 세계 5K 로드 챔피언이며, 하프마라톤 PB 57:41은 역대 4위에 해당한다.

문제는 그가 단 한 번도 풀 마라톤을 뛰어본 적이 없다는 점이다. 마라톤 데뷔전을 메이저 대회에서 치른다는 건 대단한 도박이다. 트랙의 스피드가 42.2km에서 어떻게 발현될지, 후반 10km에서 근글리코겐 고갈을 어떻게 버틸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그가 가진 5,000m 베이스와 57분대 하프 스피드는 마라톤 2:03~2:04를 충분히 노려볼 만한 스펙이다.

여자부: 젭치르치르의 독주, 아니면 새 얼굴?

여자부도 13명의 선수가 2:20 벽을 깬 호화 라인업이다. 현 코스레코드(2:18:22)를 넘어설 PB를 가진 선수가 5명이나 포진했다.

  • 페레스 젭치르치르 (케냐, PB 2:16:16): 현 세계 챔피언이자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보스턴과 뉴욕에서 우승한 메이저 강자로, 시드니의 언덕 구간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일 전망이다.
  • 시세이 메세레트 (에티오피아, PB 2:18:22): 작년 이 대회 우승자. 젭치르치르를 상대로 타이틀 방어에 나선다.

휠체어 부문도 주목할 만하다. 스위스의 마누엘라 샤르(Manuela Schär)와 호주의 매디슨 데 로사리오(Madison de Rozario)가 출전해 여자 휠체어 레이스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한다. 둘 다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시드니가 메이저로 인정받는 이유

호주 대륙에서 열리는 유일한 월드 메이저라는 점은 시드니 마라톤의 가장 큰 정체성이다. 도쿄, 보스턴, 런던, 베를린, 시카고, 뉴욕으로 이어지던 메이저 지도에 시드니가 추가되면서 남반구에도 마침내 제대로 된 글로벌 무대가 생겼다.

2025년 첫 메이저 대회에서는 2만 5천 명이 완주했고, 올해는 그 이상이 참가한다. 하버 브리지 위로 펼쳐지는 일출 속 출발 장면은 이미 마라톤 팬들에게 '한 번은 달려야 할 레이스'로 각인됐다. 8월 말 호주의 늦겨울 날씨(기온 10~18°C)는 마라톤에 최적이다. 역대 최강 라인업이 모인 2026 시드니 — 30일 아침, 그 두 번째 장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