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만 해도 철인3종 경기만 취소된 줄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회 전체가 사라졌다. 거제시는 8월 21일,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지세포항 일원에서 개최 예정이던 해양수산부 주최 제18회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의 취소를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해양수산부의 최종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철인3종만 취소된 줄 알았는데… 제전 전체가 멈췄다
앞서 지난 8월 18일 대한철인3종협회는 "제18회 전국해양스포츠제전 내 철인3종 경기"에 한해 개최 취소를 먼저 공지한 바 있다. 당시에는 대회 전체가 아닌 철인3종 종목만 먼저 빠진 셈이었는데, 사흘 뒤인 21일 거제시가 제전 전체 취소 방침을 밝히면서 모든 종목이 사라지게 됐다.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은 요트, 카누, 철인3종, 비치발리볼, 수상스키 등 다양한 해양 스포츠가 한자리에 모이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양 스포츠 축제다. 올해는 18회째로, 해양수산부가 주최하고 거제시가 주관하는 방식으로 준비돼 왔다. 체험 종목만 해상 9종, 기타 5종에 달하는 대규모 행사다.
좁은 항구도시에 쏟아진 폭우, 복구가 우선
취소 결정의 배경은 명확하다. 지난 주말 거제 지역에는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곳곳에서 산사태와 침수 피해가 발생했고, 행사장 예정지인 지세포항 일원 역시 안전 점검과 시설 복구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거제시 관계자는 "최근 집중호우로 거제지역 곳곳에 피해가 발생하고 복구와 안전조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행사장 안전 확보와 경기시설 설치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회를 강행하기보다 피해복구와 시민들의 일상회복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회를 기다린 선수단과 시민 여러분께 송구합니다"
거제시는 공식 입장을 통해 "대회를 기다려주신 선수단과 시민 여러분께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양수산부의 최종 승인 후 관련 내용을 신속히 안내하고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대회 취소로 인한 참가비 환불과 일정 조정 등 구체적인 후속 조치는 해양수산부 승인이 완료되는 대로 공지될 예정이다.
왜 해양스포츠제전인가
전국해양스포츠제전은 단순한 스포츠 대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해양수산부가 2009년부터 매년 개최해 온 이 행사는 해양 스포츠 저변 확대와 함께 개최지의 해양 관광 자원을 전국에 알리는 플랫폼 역할을 해왔다. 거제시는 이번 제전을 위해 지세포항 주변 정비에 수개월간 공을 들여왔고, 해상 체험 9종과 기타 체험 5종을 포함한 풍성한 프로그램을 준비해 왔다.
철인3종 외에도 요트, 카누, 드래곤보트, 비치발리볼, 수상스키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단이 전국에서 참가할 예정이었다. 대회 전면 취소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거제 지역 숙박업소와 요식업계는 이미 대회 기간 예약을 받아둔 상태였고, 대회 관련 용품과 장비를 준비해 온 업체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8월 국내 철인3종, 설봉에서 웃고 거제에서 울고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주말인 23일 이천에서는 제28회 설봉철인3종대회가 540여 명의 참가자를 모으며 성황리에 열렸다. 반면 거제 해양스포츠제전은 자연재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거제를 준비하던 선수들에게 다음 기회는 9월 4일 시흥 거북섬 전국철인3종대회가 될 전망이다. 또한 10월 25일 통영에서 열리는 아이언맨 70.3 통영, 11월 1일 충주에서 열리는 전국철인3종대회도 하반기 주요 대회로 남아 있다. 거제의 아쉬움을 달랠 다음 레이스를 준비해야 할 때다.
자연 앞에서 인간의 계획은 때로 한낱 바람일 뿐이다. 하지만 그 자연과 맞서고 함께하는 것이 철인3종의 본질이기도 하다. 거제의 파도는 잠시 쉬어가지만, 철인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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