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차기를 아끼면 더 힘들어집니다 — 철인3종 수영, 킥이 하는 진짜 일
철인3종을 시작하면 가장 먼저 듣는 조언 중 하나가 "발차기는 아껴라"입니다. 다리 힘을 자전거와 달리기에 남겨 두라는 뜻이죠. 그래서 많은 분이 발차기를 거의 차지 않고 상체로만 물을 끌고 갑니다. 그런데 이 조언을 곧이곧대로 따르면 수영이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 있어요. 발차기의 진짜 임무가 추진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발차기는 '밟아 나가는 엔진'이라기보다 '몸을 띄우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이 관점만 바꿔도 물속에서 느끼는 부담이 달라져요. 오늘은 킥이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얼마나 차야 하는지, 그리고 세션에 어떻게 넣으면 되는지를 차분히 짚어 보겠습니다.
발차기의 진짜 임무 — 다리를 띄우고 축을 만드는 일
킥의 하향 동작은 상향보다 강해서, 다리를 물 위쪽으로 밀어 올리는 양력을 만듭니다. 다리가 높이 떠 있으면 물속에 잠기는 단면적이 줄어들고, 그만큼 저항이 작아져요. 반대로 발차기가 약하면 엉덩이와 다리가 가라앉고, 몸이 물을 밀며 가는 '뒤뚱거리는 수영'이 됩니다.
킥은 또 상체가 물을 당기는 힘의 반작용을 받쳐 줍니다. 한쪽 팔이 당기는 동안 몸이 옆으로 흔들리지 않게 균형을 잡아 주고, 엉덩이 회전을 만들어 팔 스트로크의 힘을 앞으로 이어 줍니다. 팔이 물 밖으로 나가 다음 동작을 준비하는 짧은 순간에도 킥이 속도를 유지시켜, 물을 다시 가속하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해 줍니다.
25년 넘게 지구력 선수를 지도한 코치 마릴린 치초타(Marilyn Chychota)는 킥의 출발점을 분명히 합니다. "효과적인 자유형 킥은 엉덩이에서 시작합니다. 무릎은 이완하고, 발목은 느슨하게, 움직임은 비교적 작게 가져가야 합니다." 무릎을 굽혀 차는 '무릎 킥'은 지렛대가 짧아 힘만 들고, 정강이가 흐름 밖으로 벗어나 저항을 키우며 엉덩이를 끌어내린다고 지적합니다.
'아껴서'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 2비트·4비트·6비트
발차기 리듬은 팔 한 사이클에 다리를 몇 번 차는지로 나뉩니다.
- 2비트 킥 — 팔 한 번에 다리 한 번. 장거리와 철인3종의 기본 리듬입니다. 하체 에너지 소모가 가장 적어요.
- 4비트 킥 — 팔 한 번에 다리 두 번. 2비트보다 추진과 안정이 조금 더해지는 중간 단계입니다.
- 6비트 킥 — 팔 한 번에 다리 세 번. 단거리 스프린트에서 속도를 끌어올리는 리듬이지만, 하체 산소 소비가 큽니다.
숫자가 말해 주는 게 있습니다. 6비트에서 2비트로 바꾸면 하체의 산소 소비가 약 30% 줄어든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그래서 장거리와 철인3종에서는 2비트가 오래 쓰여 왔습니다. 또 다른 연구(유럽응용생리학회지, 2016)는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았는데, 발차기를 함께 쓰면 쓰지 않을 때보다 10~15% 빨라지면서도 전체 대사 비용은 오히려 늘지 않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차는 편이 안 차는 것보다 낫다는 뜻입니다.
결국 핵심은 '차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효율적으로 차느냐'입니다. 평소에는 2비트로 가볍게 유지하다가, 필요할 때 4~6비트로 올리는 '다이얼'처럼 쓰는 게 이상적입니다. 발차기의 추진력 기여는 전체의 20%가 되지 않지만, 그 적은 지분 때문에 다리를 과하게 쓰면 자전거와 달리기에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됩니다.
킥이 진짜 필요해지는 순간 — 오픈워터의 '비상용 장치'
풀에서는 미미해 보이는 킥이 오픈워터에서는 결정적인 순간에 쓰입니다.
- 스타트 직후 스퍼트 — 정지 상태에서 빠르게 그룹에 올라탈 때
- 혼잡 구간 탈출 — 물살이 엉킬 때 빠져나오는 추진력
- 부이 돌기 — 방향을 꺾으며 속도를 잃지 않게 받쳐 주는 힘
- 조류·파도 구간 — 밀려오는 물을 버티는 추가 동력
- 마지막 200m — 다리에 피를 돌려 물 밖으로 나설 준비
- 사이트(고개 들기) — 시야를 확보하는 동안에도 몸을 받쳐 줍니다
평소 발차기를 다져 둔 사람만 이런 순간에 리듬을 한 단계 올릴 수 있습니다. 상체 스트로크 속도만으로 버티는 사람은 선택지가 하나뿐이지만, 킥을 가진 사람은 거기에 '리듬'이라는 카드를 한 장 더 갖는 셈이에요.
웻슈트를 입으면 부력이 다리를 띄워 주기 때문에 평소보다 킥을 줄여도 됩니다. 그래서 웻슈트 레이스에서는 2비트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아요. 다만 강조하고 싶은 건, 그 줄어든 2비트도 '제대로 된 킥'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자세를 만들어 주는 힘은 부력이 대신해 줘도, 리듬과 균형은 결국 발에서 나옵니다.
러너의 발목이라는 함정
발차기가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달리기를 오래 해 온 러너예요. 달리기는 발목을 단단하고 뻣뻣하게 만듭니다. 지상에서는 그게 추진력이 되지만, 물속에서는 저항이 됩니다. 좋은 킥에 필요한 '발끝을 길게 펴는' 동작(발목 저측굴곡)이 잘 안 나오죠.
이때 무리하게 발목을 꺾으려 하면 정강이와 발등에 부담이 갑니다. 대신 발목 가동성을 차근차근 늘리고, 숏핀(짧은 오리발)을 활용한 발차기 세트로 감각을 익히는 방법이 좋습니다. 발끝을 길게 펴고 큰 엄지끼리 살짝 닿는 자세를 기억해 보세요. 무릎이 물 밖으로 올라온다면 이미 무릎 킥으로 바뀐 신호입니다.
세션에 넣는 법 — 볼륨 5~10%, 10분이면 충분
발차기 훈련은 오래 할 필요가 없습니다. 경력 코치 존 우드(John Wood)는 철인3종 선수에게는 전체 수영 볼륨의 5~10% 정도만 발차기와 킥 드릴로 채우는 걸 권합니다. 스프린터처럼 훈련의 40%를 발차기에 쓰는 건 철인에게 과합니다.
바로 써 볼 수 있는 드릴
- 킥판 스트림라인 발차기 — 무릎이 물 밖으로 나오지 않게, 발끝만 수면을 톡톡 깨며 25m
- 수직 킥 — 깊은 물에서 자세를 세우고 짧고 빠르게 제자리 발차기 (30초 ×4)
- 25m 전력 발차기 — 있는 힘껏 짧게, 4~6회 반복
- 사이드 킥 — 옆으로 누워 발차기, 호흡과 몸의 축을 함께 익히기
순서가 중요합니다. 물에 들어가기 전 발목과 엉덩이 가동성을 풀고, 로터리 코어(버드독, 누워서 하는 몸통 회전)로 회전을 받쳐 줄 힘을 만들어 두면 킥이 훨씬 안정됩니다. 워밍업에 발차기 2~3랩, 본 세션에 200~400m 발차기 블록 하나면 충분해요.
주간 예시: 수영을 주 3회 한다면, 1회는 워밍업 발차기 200m + 본 세션 발차기 300m, 2회는 워밍업 발차기 200m 정도로 나눠 넣는 식입니다. 짧게, 자주가 핵심입니다.
마무리 — 발차기는 '지출'이 아니라 '보험'입니다
발차기를 아끼는 건 다리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자세를 무너뜨려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만드는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발차기를 다져 두면 같은 속도를 더 낮은 부담으로 낼 수 있어요.
이번 주 수영 세션에 짧은 발차기 블록 하나만 넣어 보세요. 처음 몇 주는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4~6주가 지나면 후반 500m가 확실히 달라집니다. 가을 대회가 아직 남아 있다면, 지금이 발차기를 손볼 마지막 좋은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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