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지로 디탈리아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5월 8일 불가리아 네세버에서 출발해 31일 로마에서 피니시를 맞은 109번째 대회는 기록과 드라마로 가득했다. 이번 글에서는 숫자를 통해 지로의 모든 것을 풀어본다.
평균 스테이지 165km, 총주행 3,468km
올해 지로의 평균 스테이지 길이는 165km였다. 총 21개 스테이지를 합치면 3,468km — 서울에서 부산을 5번 왕복하는 거리다.
가장 긴 스테이지는 5월 15일 7구간으로 무려 244km였다. 피니시 직전에는 블록하우스(Blockhaus)로 이어지는 13km 오르막이 기다리고 있어 스프린터와 클라이머 모두를 긴장시켰다. 반대로 가장 평탄했던 구간은 15구간(보게라→밀라노, 157km)으로 고도 상승이 불과 200m에 불과했다. 타임트라이얼인 10구간(42km)은 고도 상승이 40m에 그쳐 순수한 파워 게임이 펼쳐졌다.
해발 48.7km — 산악 구간의 압박
올해 지로의 총 고도 상승은 무려 48.7km에 달했다.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5.5배를 자전거로 올라간 셈이다.
가장 극악이었던 구간은 5월 29일 19구간(펠트레→알레게, 151km)으로, 단일 스테이지에 무려 5km의 고도 상승이 집중됐다. 돌로미티를 관통하는 이 구간은 2021년처럼 악천후까지 겹치면 난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이번 지로의 몽마뉴 푸른색(마글리아 아추라)은 줄리오 치코네(Lidl-Trek)가 차지했다. 치코네는 산악 구간마다 공격적인 라이딩으로 포인트를 모았고, 최종적으로 클라이밍 부문 1위에 올랐다.
해외 출발 8번째…불가리아 3개 구간과 스위스
지로는 2010년 이후 해외에서 출발한 횟수가 이번까지 8번이다. 덴마크, 영국, 이스라엘, 헝가리, 알바니아, 불가리아, 네덜란드(두 번) 등 다양한 국가를 거쳐 왔다. 이는 같은 기간 투르 드 프랑스의 10회에는 못 미치지만, 부엘타(단 3회)보다는 훨씬 국제적인 성격을 띤다.
올해는 특히 불가리아에서 3개 구간이 치러졌고, 16구간은 이탈리아 북부에서 출발해 스위스까지 진입하는 코스로 짜였다. 총 4개 구간이 이탈리아 영토 밖에서 열린 셈이다.
요나스 빙에고르, 그랜드투어 그랜드슬램 달성
가장 큰 뉴스는 단연 요나스 빙에고르(Visma-Lease a Bike)의 대업적이다. 그는 이번 지로 우승으로 그랜드투어 3관왕(투르·부엘타·지로) 을 달성한 역대 8번째 선수가 됐다. 알프레도 빈다, 파우스토 코피, 에디 메르크스의 반열에 이름을 올린 순간이다.
빙에고르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7명의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돼 실감이 안 난다"며 감격했다. 그는 특히 가족과 함께한 순간에 눈물을 보였고, 덴마크 국왕으로부터 직접 축하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최종 포디움은 빙에고르에 이어 펠릭스 갈(Decathlon CMA CGM, +5분 22초), 자이 힌들리(Red Bull-BORA-hansgrohe, +6분 25초) 순이었다.
마글리아 키클라멘 — 폴 마니에의 스프린트 쇼
포인트 부문 마글리아 키클라멘(자홍색 져지)은 수달 퀵스텝의 폴 마니에가 차지했다. 신예 스프린터 마니에는 이번 지로에서 4개의 구간 우승을 추가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알렸다. 하지만 로마에서 열린 최종 21구간에서는 조나단 밀란(Lidl-Trek)이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밀란은 "3번째 도전 만에 로마에서 우승해 정말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117년의 역사, 109번의 경기
올해로 지로 디탈리아는 117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909년 루이지 간나가 초대 우승자로 이름을 올린 이후, 세계대전 시기를 제외하고 109번의 대회가 열렸다. 마글리아 로사(분홍색 져지)가 도입된 것은 1931년으로, 그 이름은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의 신문지 색깔에서 유래했다.
글로벌 시청자 수는 약 6억 5,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200개국 5개 대륙에서 중계된 이번 대회는 특히 불가리아와 동유럽 지역에서 새로운 사이클 팬들을 만들어냈다.
한국 사이클 팬들을 위한 참고 포인트
한국에서는 아직 그랜드투어에 출전하는 프로 선수가 없지만, 국내 사이클링 동호회와 철인3종 커뮤니티에서 지로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 대회는 불가리아 출발이라는 이색적인 요소와 빙에고르의 그랜드슬램이라는 역사적 순간 덕분에 더 많은 관심을 모았다.
내년 지로는 어떤 기록을 새로 쓰게 될까. 2027년 루트가 공개되는 대로 다시 숫자로 풀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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