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750m는 15분이면 끝나니 가볍게 넘기고, 바이크는 평소처럼 타다가 마지막 5km만 힘내자." 첫 대회를 앞둔 루키라면 한 번쯤 이런 계산을 해 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대회는 계산대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수영을 마치고 나면 숨이 차고, 바이크 중반부터 다리가 무거워지며, 러닝 1km째에 걷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부분 종목 자체의 체력 문제가 아니라 종목 사이의 '연결', 즉 전환·페이스·영양·규칙에서 실수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해외 코치와 매체가 꼽는 공통 실수를 국내 대회 경험과 함께 종합해, 루키가 가장 자주 후회하는 7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수영장 실력으로 오픈워터에 뛰어들기
가장 흔한 실수는 바다·호수 수영을 '수영장의 연장'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스프린트(750m) 수영은 보통 15~20분, 올림픽 디스턴스(1.5km)도 30분 안팎이라 전체 기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내외입니다. 그런데 이 10%가 무너지면 나머지 90%가 함께 무너집니다.
- 수영장과 오픈워터는 다른 스포츠에 가깝습니다. 탁한 물에서는 자기 손도 보이지 않고, 바닥이 없어 방향 감각이 흔들리며, 파도와 다른 선수의 발차기까지 더해집니다.
-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심박이 치솟으면 호흡이 얕아지고 이른바 '패닉' 상태가 됩니다. 수영을 마치기도 전에 손을 들고 구조를 요청하는 루키가 해마다 나오는 이유입니다.
- 대비법은 간단합니다. 대회 4주 전부터 주 1회 이상 오픈워터에 들어가 보는 것입니다. 여건이 안 된다면 수영장에서 눈을 감고 25m씩 수영하는 훈련이라도 해 보세요. 그리고 6~10스트로크마다 고개를 들어 부이를 확인하는 사이트잉을 습관화하시기 바랍니다. 수영장 벽을 보고 가는 것과 부이를 찾아가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세 종목을 '따로'만 훈련하기
수영 1km, 바이크 40km, 러닝 5km를 각각 소화할 수 있는데도 첫 대회에서 무너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회는 '연속'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바이크를 마치고 달리기 시작할 때 다리가 풀린 것처럼 말을 안 듣는 '젤리 다리' 현상은, 자전거 훈련 뒤 러닝을 붙여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릅니다.
- 해결책은 브릭(brick) 훈련, 즉 바이크 직후 러닝을 붙이는 훈련입니다. 대회 4주 전부터 주 1회, 가장 긴 라이딩을 마친 뒤 10분만 달려 보세요. 처음엔 매우 어색하지만 횟수를 쌓을수록 몸이 전환에 익숙해집니다.
- 전환(T1·T2)도 훈련 대상입니다. 아마추어는 두 전환을 합쳐 5~10분을 쓰는 경우가 흔한데, 장비 배치를 정하고 순서를 외우면 1~2분을 아낄 수 있습니다. 기록 단축 측면에서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닙니다.
대회 날 '새것'을 처음 꺼내기
아이언맨 공식 자료가 루키에게 가장 먼저 강조하는 원칙이 있습니다. "대회 날 새로운 것은 없다(Nothing new on race day)." 그런데 많은 루키가 정작 이 원칙을 어깁니다. 새 웻슈트, 새 클릿 슈즈, 새 고글, 새 젤 — 대회를 핑계로 장만한 '새것'을 당일 처음 꺼내는 것입니다.
- 새 웻슈트는 입는 법부터 목을 조이는 느낌까지 처음엔 전부 낯섭니다. 새 러닝화는 물집을 만들 수 있고, 훈련에서 한 번도 먹어 보지 않은 젤은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 원칙 하나면 충분합니다. 새 장비와 새 영양은 훈련에서 2~3회 이상 테스트한 뒤에만 대회에 가져갑니다. 첫 대회는 '완주'가 목표이니, 검증된 조합으로 최대한 평범하게 임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출발은 전력 질주, 보급은 '나중에'
대회 당일의 아드레날린은 강력합니다. 출발 총성이 울리면 평소보다 빠른 페이스로 나가게 되고, 바이크에서는 '오늘 몸이 좋다'는 착각에 힘을 쓰게 됩니다. 그러나 철인3종의 페이스는 후반을 위해 짜는 것입니다.
- 해외 코치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패턴은 "바이크에서 최고 기록을 세우고 러닝에서 걷는" 경우입니다. 출발 과속으로 쓴 에너지는 반드시 후반에 청구됩니다. 수영은 평소보다 느리게 출발하고, 바이크는 러닝을 남겨둔 강도(체감 70~80%)를 유지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 영양과 수분도 '나중에' 하면 늦습니다. 갈증을 느낄 때는 이미 수분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대략적인 기준으로 대회 아침 300~500kcal, 경기 중 시간당 200~300kcal(젤 1팩이 보통 100kcal)를 권장합니다. 바이크 구간에 들어서자마자 첫 보급을 시작하고, 수영 15분 전에 100kcal 정도를 미리 섭취해 두면 좋습니다.
- 평소 1시간 이내 훈련만 해 왔다면 '먹으면서 달리는' 훈련 자체가 낯설 것입니다. 한 손으로 젤을 뜯어 먹는 연습까지 훈련에 포함하시기 바랍니다.
규칙과 동선을 모르고 가기
철인3종은 규칙이 많은 스포츠입니다. 러닝 대회 경험만으로 임하면 당황하기 쉽습니다.
- 트랜지션에서 자기 자리(랙)를 못 찾는 실수가 매우 흔합니다. 전날 수영 입구와 바이크 입구에서 내 랙까지 실제로 걸어보며 동선을 외워 두는 것이 좋습니다. 형광 타월을 깔아 표시해 두면 더 확실합니다.
- 자전거 규칙도 확인해야 합니다. 헬멧은 바이크를 만지는 순간부터 착용해야 하고, 트랜지션 안에서는 자전거를 타지 않으며, 마운트/디마운트 라인 밖에서만 타고 내릴 수 있습니다. 국내 대회는 대부분 논드래프트(앞 차와 12m 이상 간격, 추월은 20초 안에 통과) 방식이므로, 평소 그룹 라이딩에 익숙해도 대회에서는 간격을 의식적으로 벌려야 합니다.
- 이어폰 사용 금지, 코스 루프 수, 컷오프(제한 시간)까지 — 대회 요강과 사전 브리핑에서 꼭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국내 대회에서 루키가 특히 조심할 점
국내 철인3종 대회의 수영 구간은 대부분 바다입니다. 제주·보령·통영 등지의 대회가 대표적이며, 수온이 낮은 날이 많아 웻슈트 필수 또는 강력 권장인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웻슈트는 부력 덕에 수영을 쉽게 만들어 주지만, 미리 입어 보지 않으면 호흡이 답답해 패닉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훈련 때 최소 1~2회는 입고 오픈워터에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 국내 대회는 실력별 웨이브(조)로 나눠 출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첫 출전이라면 가장 뒤쪽 웨이브를 선택해 사람이 많은 구간을 피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 안전부이(수영용 부력 부이) 허용 여부는 대회마다 다르니 요강을 확인하세요. 허용된다면 연습 때부터 달고 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 수영 구간에는 카약과 보트 구조요원이 배치됩니다. 위급할 때 손을 들면 구조선이 오니, '손 들기' 신호만큼은 반드시 기억해 두세요.
이 일곱 가지를 외우려 애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대회 2~3주 전에 모의 대회를 한 번 치러 보세요. 오픈워터 수영부터 브릭, 전환 연습, 당일 아침 식사와 보급까지, 대회에서 할 일을 그대로 해 보는 것입니다. 이 한 번이면 위 실수의 절반은 자연스럽게 예방됩니다. 첫 철인3종은 기록보다 완주에 의미가 있습니다. 준비한 만큼 즐거운 레이스가 될 테니, 자신 있게 출발선에 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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