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12km에서 무너지는 이유
풀코스 42.195km를 향한 시민 마라토너의 목표는 완주이고, 더 나아가 3시간 이내에 들어오는 서브쓰리입니다. 그런데 결승선을 앞두고 발이 서 버리는 경험은 초보자만의 것이 아닙니다. 30km까지 리듬이 좋았다가 그 뒤로 급격히 흔들리는 현상은 기록대를 가리지 않고 나타납니다.
원인은 대개 네 가지로 정리됩니다. 연습 부족, 오버페이스, 식사 실패, 그리고 당일 컨디션 조절 실패입니다. 이 네 가지가 겹치면 몸에서는 에너지원 고갈과 공복감, 땀 배출에 따른 탈수와 체온 상승, 근육 피로, 물집 같은 통증, 정신적 피로가 차례로 쌓입니다. 국내 풀코스 대회의 제한시간이 대개 5시간 안팎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첫 30km에서 남보다 빨리 벌어 둔 시간은 마지막 12km에서 대개 그대로 돌려주게 됩니다.
5시간 완주를 만드는 페이스 배분표
5시간 이내 완주는 1km당 약 7분 페이스, 즉 가벼운 조깅 속도를 42km 내내 유지하는 일입니다.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한 일입니다. 아래 표는 목표 기록별로 어느 지점에서 어느 시간이 지나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 줍니다.
| 목표 기록 | 1km 페이스 | 10km | 20km | 30km | 42.195km |
|---|---|---|---|---|---|
| 3시간 | 4분 16초 | 42:40 | 1:25:19 | 2:07:59 | 3:00:00 |
| 3시간 30분 | 4분 59초 | 49:46 | 1:39:32 | 2:29:18 | 3:30:00 |
| 4시간 | 5분 41초 | 56:53 | 1:53:46 | 2:50:38 | 4:00:00 |
| 4시간 30분 | 6분 24초 | 1:03:59 | 2:07:59 | 3:11:58 | 4:30:00 |
| 5시간 | 7분 07초 | 1:11:06 | 2:22:12 | 3:33:18 | 5:00:00 |
| 5시간 30분 | 7분 49초 | 1:18:13 | 2:36:25 | 3:54:38 | 5:30:00 |
| 6시간 | 8분 32초 | 1:25:19 | 2:50:38 | 4:15:57 | 6:00:00 |
표는 구간마다 페이스를 고르게 유지하는 이븐 페이싱을 기준으로 계산했습니다. 1km 페이스는 목표 기록을 42.195km로 나눈 값이고, 각 구간은 그 페이스에 거리를 곱한 값입니다. 마지막 열은 곧 목표 기록 자체입니다.
표를 읽는 요령은 단순합니다. 30km를 목표 시간의 70% 시점보다 먼저 통과했다면 이미 앞서 달린 것이고, 그 초과분은 후반에 배로 청구됩니다. 5시간 목표라면 30km를 3시간 30분보다 늦게 통과해야 안전한 셈입니다. 이븐 페이스로 달릴 때 30km 통과는 목표 기록의 약 71%, 곧 3시간 33분이므로 3분 남짓의 여유를 남기고 들어오는 배분입니다.
8만 명의 기록이 가리킨 답
표의 의미를 뒷받침하는 대규모 분석이 있습니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열린 보스턴 마라톤 완주자 7만 8,912명의 구간 기록을 분석한 2026년 연구는 러너를 네 집단으로 나눴습니다. 구간마다 페이스를 고르게 유지한 이븐 페이싱이 47.9%로 가장 많았고, 완만한 후반 감속이 31.9%, 뚜렷한 후반 감속이 12.2%, 기복이 심한 변동 페이스가 8.0%였습니다.
결과는 방향이 분명했습니다. 이븐 페이싱 집단의 평균 기록은 217분으로 가장 빨랐고, 뚜렷한 후반 감속 집단은 276분으로 한 시간가량 느렸습니다. 변동 페이스 집단에서는 벽에 부딪히는 비율이 85.4%에 달했습니다. 마지막 구간에서 페이스가 20% 넘게 떨어진 경우를 벽으로 정의했는데, 열 명 중 여덟 명이 여기에 해당한 것입니다. 3시간 이내 완주자의 82.0%가 이븐 페이싱이었다는 사실도 눈에 띕니다. 같은 기준에서 일반 참가자의 비율은 19.6%에 그쳤습니다.
정상권 선수들의 선택도 같은 방향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 기록의 구간을 분석한 연구는 후반이 더 빠른 네거티브 스플릿을 보여 줬습니다. 한 최고 기록 선수의 경우 평균 속도보다 느리게 달린 구간이 전체의 54~55%에 달했습니다. 앞을 아끼고 뒤에서 쓰는 배분입니다. 물론 이는 결과를 사후에 분석한 관찰 연구이므로, 이븐 페이싱이 곧 빠른 기록의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페이스가 흔들리는 러너일수록 마지막 구간에서 무너질 위험이 크다는 신호로는 충분합니다.
두 개의 연료 탱크 — 글리코겐과 수분
페이스만 고른다고 벽이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마라톤에서 근육 글리코겐은 핵심 연료이고, 30분 이상 이어지는 지구력 운동에서 피로를 만드는 두 축은 탈수와 탄수화물 고갈입니다. 연구들은 대회 전날과 이틀에 걸쳐 체중 1kg당 10~12g의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훈련량을 줄이는 방식이 유효하다고 정리합니다.
수분도 같은 무게로 다뤄야 합니다. 체중의 2~3%를 넘는 수분 손실을 피하는 것이 권장 기준입니다. 반대로 물을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느린 완주자에게서는 저나트륨혈증이 보고됩니다. 목마름만 믿지 말고, 미리 정한 양을 일정 간격으로 나눠 마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대회 전날과 대회 당일 식사는 새로운 음식이 아니라 훈련에서 이미 검증한 음식으로 구성하십시오.
월 200km라는 기준선
완주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결국 준비된 몸입니다. 국내 마라톤 안내 기준으로 5시간 이내 완주를 노린다면 한 달에 200km 이상의 연습량이 필요합니다. 다만 이 양을 갑자기 시작하면 부상으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걷기와 조깅을 섞으며 서서히 늘려야 합니다. 최소 반년 전부터 훈련량을 쌓고, 10km나 하프마라톤 대회를 연습 일정에 넣어 대회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편이 좋습니다.
풀코스라고 해서 연습에서 같은 거리를 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최장 20~30km를 며칠 정도 달려 봤다면 충분합니다. 훈련의 목적은 기록이 아니라 다리 힘과 심폐 기능을 끌어올리는 데 있습니다. 국제 연구들도 주간 훈련량의 점진적 증가, 대회 전 감량, 그리고 훈련량의 80% 이상을 낮은 강도로 채우는 원칙을 공통으로 강조합니다. 훈련 캘린더에 주간 거리와 강도 비중을 함께 적어 두고 매주 숫자로 확인하시면 계획이 훨씬 단단해집니다.
끝까지 가는 것도 실력입니다
완주를 가르는 힘은 마지막 12km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대회 몇 달 전부터 쌓은 연습량과, 초반 10km에서 스스로를 눌러 두는 절제에서 만들어집니다. 대회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기록을 접고 완주로 목표를 바꾸는 판단, 그리고 필요하면 다음 기회로 미루는 용기도 실력의 일부입니다.
풀코스는 준비한 만큼만 돌려주는 거리입니다. 앞을 아끼고, 연료를 미리 채우고, 배분대로 달리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결승선 앞에서 멈추는 일은 크게 줄어듭니다. 다음 대회 준비, 첫 장거리 훈련 날부터 천천히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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