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니 도월터(Courtney Dauwalter)의 훈련법을 설명하는 기사들은 대부분 같은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코치가 없습니다. 훈련 계획도 없습니다. 심박계와 스포츠워치도 차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울트라트레일러닝 역사상 가장 성공한 선수가 됐습니다. 2023년에는 웨스턴 스테이츠 100, 하드락 100, UTMB를 한 해에 모두 우승하며, 아무도 해내지 못한 '트리플 크라운'의 첫 주인공이 됐어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계획 없는 훈련'이 아니라 '느낌을 믿는 훈련'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도월터의 훈련 철학과 그녀가 말하는 정신력의 실체를 풀어 봅니다.
첫 100마일에서 포기한 과학 선생님
울트라 스타가 된 그녀도 처음부터 강했던 것은 아닙니다. 13년 전, 도월터는 덴버의 중학교 과학 선생님이었어요. 트레일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그녀는 첫 100마일(약 161km) 레이스인 런래빗런 100에 도전했다가 80km쯤에서 구토와 추위에 무너져 포기했습니다.
- 비 오는 밤, 몸을 웅크리고 있던 그녀에게 결정적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에이드 스테이션에서 본 다른 러너들이 누구나 똑같이 지치고 아파하는데도 계속 나아가고 있었거든요.
- "그들은 나와 똑같은 고통을 느끼면서도 문제를 해결하며 앞으로 나갔어요. 이 종목이 얼마나 '정신력의 영역'인지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 이 경험이 바탕이 되어 그녀는 본격적인 울트라 커리어를 시작합니다.
- 2014년에는 24시간 레이스에서 약 199km를 달려 여성 1위에 올랐고, 한 달 뒤 열린 12시간 레이스에서는 남녀 전체 1위를 차지했습니다.
- 2023년 웨스턴 스테이츠 100에서는 여성 기록을 79분 단축했고, 3주 뒤 하드락 100에서는 코스 기록을 64분 앞당겼습니다. 이어 UTMB까지 제패하며 한 해 3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어요.
'고통의 동굴'에 들어가는 법
도월터는 레이스 후반의 고통을 '고통의 동굴(pain cave)'이라고 부릅니다. 들어가기 싫어도 결국 마주해야 하는 그 순간을, 그녀는 회피하지 않습니다.
- 그녀의 방법은 단순합니다. 지금 이 고통이 곧 지나간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인지하는 것입니다. '지금 멈추면 지금 아픈 것'이 아니라, 고통의 파도는 언젠가 반드시 꺾인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어요.
- 평소 훈련에서도 일부러 힘든 지점까지 가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몸이 아니라 마음이 무너지는 지점을 미리 알아두면, 레이스에서 그 지점을 지날 때 당황하지 않습니다.
- 그녀는 경기 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선수로 유명합니다. 긴장을 놓는 순간 근육도 함께 풀린다는 것을 몸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기록보다 '오늘의 느낌'을 훈련하는 이유
도월터는 인터벌 표를 짜지 않고, 몸이 요구하는 대로 훈련합니다. 물론 이것은 초보자에게 바로 권할 만한 방법은 아닙니다. 다만 그녀에게서 배울 원칙은 분명해요.
- 강도는 페이스가 아니라 느낌으로 조절합니다. 지칠 때는 쉬엄쉬엄, 몸이 가볍다고 느껴지면 그날은 더 멀리 갑니다.
- 잠을 적게 자고도 견디는 체질과 사탕을 즐겨 먹는 식성은 그녀만의 특이점이니 따라 할 필요가 없습니다. 핵심은 '내 몸의 신호를 읽는 법'입니다.
- 장거리 경험치가 쌓일수록 계획표보다 몸의 피드백이 더 정확해진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입니다. 기록지와 느낌, 둘 다 가진 러너가 가장 단단해져요.
국내 트레일러닝, 도약을 준비하다
도월터의 활약이 알려지며 트레일러닝에 대한 관심도 함께 커졌습니다. 국내에서도 트레일·울트라 대회가 빠르게 늘고 있어요.
- 2026년 5월 강릉 일대에서 열린 TNF 100 코리아에는 국내외 선수 약 2,200명이 참가했고, 서울에서는 주요 명산과 둘레길을 잇는 서울국제울트라트레일러닝(서울 100km급) 같은 대회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 처음 트레일 레이스를 준비한다면 100마일보다 10~30km급 단거리부터 경험해 보세요. 오르막 걷기와 내리막 주법, 보급 요령이 몸에 익으면 거리를 늘려도 됩니다.
- 도월터처럼 '멘탈 훈련'도 꾸준히 하세요. 주말 롱런의 마지막 10분을 일부러 힘들게 유지하는 연습이 쌓이면, 레이스 후반부의 머릿속이 조용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도월터는 2026년에도 하드락 100에서 여성 1위에 오르며 여전히 정상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녀의 경기력을 단순히 '타고난 정신력'으로 치부하기 전에, 한 가지를 기억해 보세요. 그녀는 13년 전, 고통 속에서 포기했던 평범한 러너였습니다. 차이는 그 포기가 끝이 아니라 교훈이었다는 점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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