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가 사람을 살릴 수 있을까요. 영국의 아마추어 사이클리스트 에이미 허드슨에게는 그 질문이 농담이 아닙니다. 2021년, 팬데믹 한복판에서 NHS(영국 공공의료) 간호사로 일하며 정신적으로 완전히 무너졌던 그녀는, 남편이 사 준 자전거 한 대로 다시 일어섰습니다. 4년 뒤인 2025년 7월, 그녀는 투르 드 프랑스의 전 구간을 이동 거리까지 포함해 완주했어요. 세계 최고 선수들이 달리는 그 길을, 하루 먼저 파리에 도착하면서요.

29일, 6,554km, 그리고 1억 4천만 원

허드슨의 2025년 도전은 숫자로도 압도적입니다.

  • 29일 동안 6,554km를 달렸고, 누적 고도는 74,863m에 달했어요. 에베레스트 8개를 오르내린 셈입니다.
  • 그녀는 정신건강 자선단체 샤우트(Shout) 를 위해 달렸는데, 모금액은 한화 약 1억 4천만 원을 넘겼습니다.
  • 샤우트는 전화 대신 문자로 24시간 상담을 제공하는 서비스예요. 전화를 걸기 어려운 사람도 문자 한 통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허드슨이 깊이 공감했다고 해요.
  • 그녀의 이야기는 BBC를 통해 전국에 알려졌고, 바이크래더가 뽑은 2025 올해의 라이더 대중 투표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후보 명단에는 투르 우승을 차지한 포가차르도 있었어요.
  • 영감을 준 것은 프로 선수가 아니라, 투르 전 구간을 이동 거리까지 포함해 달린 래클런 모턴이라는 프로 자전거 선수의 도전이었습니다. 그의 영상을 본 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싹텄다고 해요.
  • 허드슨은 해마다 정신건강 자선을 위한 도전을 이어 왔습니다. 에베레스트 높이만큼 한 언덕을 오르내리는 '에베레스팅', 남편과 이탈리아에서 8일 동안 2,000km를 타고 귀국하는 라이딩이 대표적이에요.
  • 지금은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10만 명, 유튜브 구독자 4만 명을 넘긴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며, "당신 덕분에 라이딩을 시작했다"는 메시지를 매일 받는다고 합니다.

자전거를 탄 간호사가 다시 웃게 된 과정

허드슨은 2021년, 코로나19 시기에 섭식장애 환자들을 돌보던 간호사였습니다. 과거에는 달리기를 '칼로리를 태우는 도구'로만 여겼다고 해요. 결국 몸과 마음이 무너지며 휴직했고, 남편이 건넨 자전거가 전환점이 됐습니다.

  • 처음엔 레이싱복도 클릿도 없이 운동화와 큰 새들백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 아버지와 함께 스코틀랜드 북쪽 해안을 도는 노스 코스트 500(약 831km)을 탄 것이 본격적인 전환점이었어요. "자전거를 타는 동안에는 걱정할 틈이 없었습니다. 언덕을 오를 때는 그 길만 보이니까요."
  • 사이클링은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니었습니다. "더 강해지려면 더 먹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제는 불안 없이 밖에서 식사할 수 있습니다. 건강한 몸무게를 되찾고 생리도 돌아왔고, '나'를 되찾았어요."

사이클링이 마음에 미치는 영향, 연구는 뭐라고 하나요

개인 사례를 넘어, 사이클링과 정신 건강의 관계를 보여주는 연구도 쌓이고 있습니다.

  •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규칙적인 사이클링은 우울·불안 증상을 줄이고 기분과 감정 조절 능력을 높이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 주당 150분의 중강도 운동, 대략 가벼운 라이딩 3회면 우울·불안 증상의 개선을 체감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어요.
  • 운동을 하지 않던 성인이 주 3회 운동을 시작하면 우울증 위험이 약 19% 낮아진다는 추정 연구도 있습니다.
  • 특히 야외에서의 사이클링은 자연광과 신선한 공기를 함께 얻을 수 있어, 실내 운동과 비교해 기분 개선 효과가 크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 물론 운동이 치료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허드슨처럼 어려운 시기를 버티게 하는 '버팀목'이 되어 주는 것은 분명해요.

우리 라이딩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

허드슨의 이야기는 세계 정상급 피지컬을 요구하는 도전이라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핵심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오늘도 자전거를 탄다'는 루틴이 마음의 지지대가 된다는 점이에요.

  • 출퇴근 자전거든 주말 라이딩이든, 규칙적으로 타는 시간 자체가 루틴과 성취감을 줍니다.
  • 혼자 타기 어려운 날에는 동호회 라이딩이나 가까운 사람과의 짧은 라이딩이 좋아요. 운동과 사회적 교류가 함께 채워지니까요.
  • 마음이 힘들 때는 무리한 기록보다 강도를 낮춘 '약속 라이딩' 을 잡아 보세요. 나가서 페달을 돌리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무게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드슨은 이제 자전거로 세계를 돌겠다는 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남편과 함께 커플 세계일주 기록(205일)을 150일로 줄이는 도전이 2026년 5월에 시작될 예정이에요. 자전거가 한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운 이야기는, 우리가 페달을 밟는 모든 순간에 작은 위로가 되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