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을 시작한 지 좀 됐다면, 해외 훈련 사이트에 올라오는 영어 세트가 한 번쯤은 낯설게 느껴졌을 거예요. 거리 단위도 다르고, '기어'라든가 '용량 훈련' 같은 단어도 익숙하지 않으니까요. 스윔스웜(SwimSwam)의 데일리 스윔 코치 워크아웃 957번째 세트는 이런 궁금증을 풀기에 좋은 예시입니다. 2024년 5월, 댄 딩먼 코치가 올린 이 워크아웃은 '용량(기반) 강화'를 목적으로 짜였어요.

오늘은 이 세트의 의도를 하나씩 뜯어보면서, 우리 훈련에 적용하는 방법까지 이야기해 볼게요.

이 세트의 정체: 용량 기반 훈련

워크아웃 정보란에는 목적부터 분명하게 적혀 있습니다. Capacity(Base) Building, 우리말로 하면 용량 강화 훈련이에요. 속도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대신, 오래 버틸 수 있는 유산소 기반을 쌓는 단계로 이해하면 됩니다.

  • 대상 연령은 15~22세, 수준은 주 대회 출전급부터 대학팀 수준까지예요. 다소 높은 난도로 느껴질 수 있지만 구조 자체는 보편적입니다.
  • 목표 대회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이런 세트를 넣는 이유는, 테이퍼(체중 조절이 아니라 강도 조절) 전에 마지막으로 '몸에 쌓인 훈련량'을 완성하기 위해서예요.
  • 실제로 수영 훈련은 워밍업 → 드릴·킥 → 메인 세트 → 다운 순서로 거의 비슷한 뼈대를 갖습니다. 낯선 세트를 볼 때는 메인 세트의 의도부터 읽는 것이 빠릅니다.

기어 1~6, 강도를 숫자로 말하는 법

이 워크아웃의 코치 노트에는 짧은 약어 하나만 적혀 있었어요. "g = gear, gears 1~6." 수영 강도를 자전거 기어처럼 6단계로 표현한 것입니다.

  • 기어 1~2는 회복 페이스,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편안한 강도예요. 워밍업과 다운 구간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 기어 3~4는 중간 강도, 호흡이 깊어지지만 폼이 무너지지 않는 영역이고, 기어 5~6은 최고 강도로 인터벌의 핵심 구간에 씁니다.
  • 이 표기법이 유용한 이유는 심박수나 페이스가 아니라 '느낌'으로 강도를 조절하게 해 주기 때문이에요. 같은 세트라도 컨디션에 따라 기어를 한 단계 낮춰서 소화할 수 있습니다.

25야드 세트를 25m 풀에서 하는 법

이 워크아웃은 미국 수영장 기준인 25야드 코스로 작성되었습니다. 25야드는 약 22.9m라서 우리나라 표준인 25m 풀과 조금 다릅니다.

  • 100야드는 약 91.4m이므로, 야드 단위 세트를 그대로 미터로 읽으면 총 거리가 10% 가까이 짧아져요.
  • 간단한 방법은 거리 단위만 미터로 바꿔서 같은 반복 수를 소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8×100야드를 8×100m로 하면 부피가 커지므로, 처음엔 반복 수를 6개로 줄여 보세요.
  • 출발 신호 간격(예: 1분 30초)은 그대로 두되, 도착 후 휴식이 충분한지 확인하면서 강도를 맞추면 됩니다.

마스터즈·철인3종 수영에 적용하기

고교·대학 수준 선수용 세트를 성인 마스터즈나 철인3종 수영에 그대로 밀어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용량 훈련의 '의도'만 가져오면 충분해요.

  • 총 볼륨을 70~80%로 줄이고 휴식을 1.5배로 늘린 뒤, 기어를 심박수나 호흡 강도로 바꿔서 수행해 보세요.
  • 철인3종 수영은 오픈워터를 염두에 둔 긴 호흡 리듬이 중요하므로, 메인 세트의 긴 거리 반복(예: 200~400m)을 특히 살리는 것이 좋아요.
  • 목표 대회 2주 전이라면 이번 주에 용량 훈련을 끝내고, 다음 주부터는 거리를 줄이고 스타트·턴 감각에 집중하는 주간을 만들면 타이밍이 맞아요.

세트는 이런 뼈대로 짜입니다 (구성 예시)

실제 반복 수는 팀과 선수마다 다르지만, 용량 훈련의 세트는 대체로 이런 패턴을 보입니다.

  • 워밍업(600m 안팎): 자유형 위주로 천천히 몸을 풀고, 발차기와 스컬을 조금씩 섞어 물 감각을 깨웁니다.
  • 드릴·킥 구간(300~400m): 폼을 점검하는 단계입니다. 기어 2~3으로 가볍게 유지하는 것이 포인트예요.
  • 메인 세트(1,200~1,600m): 100~200m 단위 반복을 휴식 20~30초로 묶어 진행합니다. 기어 4~5를 오가며, 마지막 반복까지 폼이 무너지지 않는 강도를 찾는 것이 핵심이에요.
  • 다운(300m): 기어 1로 천천히 풀며 호흡을 정리하고 마칩니다.

이 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같은 강도로 마지막 반복까지 가는 것'입니다. 첫 반복부터 기어 6을 쓰면 후반부가 무너지기 쉬워요. 용량 훈련은 한계를 넘어서는 훈련이 아니라, 한계에 가까운 강도를 오래 유지하는 훈련입니다.

낯선 세트를 내 훈련으로 바꾸는 습관

데일리 워크아웃 시리즈에는 매일 다른 코치의 세트가 올라옵니다. 모든 세트를 따라 할 필요는 없고, '이 세트가 어떤 능력을 키우려는가'만 읽어도 훈련 설계 안목이 자랍니다.

  • 세트를 고를 때는 목적(용량·스피드·기술)과 대상 수준부터 확인해 보세요.
  • 풀에 가기 전에 거리 단위를 미터로 바꾸고, 기어 같은 강도 표기를 내 방식으로 정리해 두면 실행이 훨씬 쉬워요.

수영 훈련은 영법과 체력의 조합이라서, 남의 세트를 그대로 베끼기보다 의도를 이해하고 내 수준에 맞게 다시 짜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용량 훈련의 개념 하나만 알아도 훈련 계획을 읽는 눈이 달라져요.

수영은 기록이 곧 훈련 설계의 결과입니다. 대회 2주 전, 조급하게 속도만 쫓기보다 몸에 쌓아 둔 용량을 믿고 마무리하는 한 주를 보내 보세요. 테이퍼 이후의 물속 몸은 분명 달라져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