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달리기 애호가가 궁극의 목표로 삼는 42.195km. 그런데 주력이 붙기 시작한 러너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풀코스에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과연 풀마라톤 완주 후 우리 몸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결론부터 말하면 완주는 엄청난 성취인 동시에 몸에 뚜렷한 부담을 남기는 이벤트다. 이 부담을 알고 회복을 제대로 설계하는 러너와 그렇지 않은 러너의 시즌은 크게 갈린다.

완주하면 체중이 3kg 줄어드는 이유

풀코스를 달리는 동안 부지런히 수분을 마셔도 결승선을 넘으면 출발 전보다 체중이 약 3kg가량 줄어 있다. 그 절반은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이다. 기온이 높은 여름 대회라면 손실은 더 커진다.

  • 땀의 목적은 체온 조절이다. 달리기로 올라간 체온을 내리기 위해 몸은 물을 끊임없이 배출한다.
  • 몸의 수분은 체중의 약 60%를 차지한다. 수분 손실이 커지면 혈액 속 액체 성분(혈장)이 줄면서 혈액이 걸쭉해지고, 혈액순환이 나빠져 심하면 관상동맥을 막을 수도 있다.
  • 그래서 마라톤에서는 "갈증이 나기 전에 마셔라"는 원칙이 강조된다. 갈증을 느낄 때는 이미 상당한 수분이 빠져나간 뒤다.

근육에 쌓이는 피로와 손상의 증거, CPK

장시간 달리기를 하면 근육은 에너지를 만들며 노폐물을 쌓는다. 대표적인 것이 피로물질로 불리는 젖산이다. 심폐 기능과 근육의 에너지 효율이 좋을수록 혈중 젖산 농도는 낮게 유지되지만, 속도가 빨라져 산소 없이 에너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젖산이 늘어난다.

  • 젖산이 쌓이면 근육의 수축력과 신축성이 떨어져 보폭과 피치가 작아진다.
  • 피로가 축적된 상태로 근육을 오래 쓰면 근육 세포 자체에 미세 손상이 생긴다. 손상된 세포에서 혈액으로 흘러나오는 효소가 CPK(크레아틴포스포키나제)다. 풀코스 완주 후에는 통상 수치가 두 배 수준으로 뛴다.
  • 실제 완주 선수들을 추적한 연구를 보면 근육 손상 지표인 CK는 완주 약 24시간 뒤에 최고점을 찍고,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 약 144시간, 즉 6일가량 걸린다. 조직 손상을 보여주는 LDH는 8일(192시간) 만에 정상화된다.
  • "왜 하루 지나서야 온몸이 쑤시는 걸까"라는 궁금증의 답이 여기 있다. 손상 지표가 정점을 찍는 시점이 완주 다음 날이기 때문이다.

48,000번의 착지, 뼈와 관절이 받는 충격

분당 180~200보의 피치로 4~5시간을 달리면 착지는 약 4만 8,000회에 달한다. 매번 체중의 수 배에 이르는 충격이 무릎과 발목 연골에 가해지는 셈이다.

  • 관절 연골은 물을 머금은 스펀지와 같다. 충격이 수만 번 반복되면 스펀지 속 수분이 빠져나가 쿠션 기능이 떨어지고, 통증이나 연골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뼈에는 피로골절이 올 수 있다. 훈련량이 늘어나는 시기에 가장 먼저 아픈 부위는 발등의 중족골이고, 강도와 양을 더 올리면 정강이 경골까지 위험이 번진다. 여성 장거리 선수는 골반 일부인 치골의 피로골절도 조심해야 한다.

완주 후 몸은 '열린 창' 상태

근육과 관절만 아픈 게 아니다. 강도 높은 장시간 운동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면역 기능이 떨어지는 이른바 오픈 윈도(open window) 현상이 나타난다. 완주 직후 며칠간 감기에 걸리기 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 극단적인 탈수와 근손상이 겹치면 근육이 녹아내리는 횡문근융해증까지 올 수 있다. 완주 후 소변이 콜라색처럼 진하다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 평소 운동으로 심장을 단련한 러너라도, 무리한 페이스로 달리면 심장에도 부담이 간다. "완주했다는 기쁨에 다음날 바로 달리는 것"이 가장 위험한 행동 중 하나다.

회복이 곧 다음 기록이다

완주 후 회복에는 최소 일주일이 필요하다는 것이 운동생리학과 현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완주 후 사흘까지는 가벼운 걷기와 스트레칭 위주로 보내고, 일주일가량 지나서 조깅을 재개하는 것을 권장한다.

  • 영양: 완주 후 30분에서 2시간 안에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함께 섭취하면 손상된 근육의 재합성이 빨라진다.
  • 수분·전해질: 체중 감소분만큼의 수분을 서서히 채우고, 전해질 음료를 활용한다.
  • 수면: 성장 호르몬 분비와 조직 복구가 잠자는 동안 집중적으로 일어난다.
  • 신호 확인: 근육통이 아니라 '찌르는 통증'이 일주일 넘게 이어지거나, 소변 색이 이상하면 진료를 받는다.

매달 풀코스? 회복 주기를 먼저 계산하라

풀코스 완주 뒤 몸이 완전히 평소 상태로 돌아오는 데는 개인차가 있지만 대략 2~4주가 걸린다. 한 달에 한 번 풀코스를 도는 것은 근육과 뼈, 면역에 회복 시간을 주지 않는 도전이 될 수 있다. 가을 대회 시즌이 다가오면 출전 계획을 세우기 전에 '완주 후 회복 주기'부터 먼저 계산해 보자. 완주를 얼마나 빨리 하는지보다, 완주 후 얼마나 건강하게 다음 훈련으로 돌아오는지가 더 오래 달리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