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5세기, 마라톤 전장의 소식을 아테네까지 전한 전령 페이디피데스는 맨발로 달렸다. 25세기 뒤,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들은 깃털처럼 가벼운 신발을 신고 달린다. 최근 런던 마라톤에서 세바스찬 사웨와 요미프 케젤차가 공식 대회 최초로 2시간 벽을 깨고, 티기스트 아세파가 여자 세계 신기록을 세울 때 그들의 발에는 97g짜리 신발이 있었다. 아디다스 아디제로 아디오스 프로 에보 3, 경기용으로 승인된 러닝화 중 가장 가벼운 모델이다.

무게를 거의 없애려는 경쟁은 러닝화 혁신의 원동력이었다. 이번 글은 그 2,500년의 여정, 특히 최근 마라톤 기록을 송두리째 바꾼 '슈퍼슈즈'의 탄생을 따라가 본다.

신발 없는 시대에서 스니커즈까지

고대의 달리기는 맨발이 기본이었다. 신발이 등장한 뒤에도 오랫동안 무겁고 뻣뻣한 가죽과 나무, 금속 보강재에 의존했다. 전환점은 고무였다. 찰스 굿이어가 고무를 가열해 경화하는 가황 공정을 발견한 지 약 30년 뒤인 1868년, 평평한 고무 밑창의 캔버스 신발이 처음 만들어졌다.

  • 고무 밑창은 유연성과 방수, 접지력을 한꺼번에 가져왔다.
  • 고무 신발은 소리 없이 걸을 수 있어 '스니커즈'라는 이름을 얻었다. 1920년대 컨버스와 케즈가 이 신발을 대중화했다.

스파이크와 '불의 전차'

경쟁하는 선수들은 곧 선택의 기로에 섰다. 접지력 좋은 무거운 신발과, 가벼운 평평한 신발 중 하나였다. 1890년대 영국의 J.W. 포스터는 신발에 처음으로 금속 스파이크를 박는 통찰을 제공했다. 19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영국 최고의 단거리 선수들은 이 스파이크화를 신고 개인 최고 기록을 쏟아냈고, 그 이야기는 영화 '불의 전차'로 남았다.

  •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제시 오웬스가 신은 아디다스 스파이크화는 특별히 무두질한 송아지 가죽으로 만들어져 무게가 201g에 불과했다.

고장 난 와플 메이커가 낳은 혁명

1960년대, 우레탄 트랙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스파이크는 트랙에 너무 깊게 파고들고, 평평한 신발은 접지력이 부족했다. 1971년 오리건 대학교의 코치 빌 바우어만은 아침 식탁에서 아내의 와플 메이커를 바라보다 '격자 무늬 밑창'이라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 그는 액체 우레탄을 와플 메이커에 부었고, 기계를 망가뜨리는 실패를 반복한 끝에 원하는 몰드를 얻어냈다. 그렇게 탄생한 나이키 와플 트레이너는 얇은 고무 밑창에 높은 트레드, 나일론 갑피로 무게를 극적으로 줄였다.
  • 1970년대 브룩스 등은 EVA 폼을 쓰기 시작했다. 두껍고 가벼운 쿠션층이 충격을 흡수하면서, 러닝화의 시대적 질문은 "얼마나 많은 쿠셔닝을 담을 수 있을까"로 바뀌었다.

폼보다 가벼운 소재들, 그리고 쿠션의 시대


1979년 나이키 에어 테일윈드는 밑창 속 우레탄 주머니에 가압 가스를 담는 에어백 시대를 열었다. 아식스는 1986년 실리콘 겔 쿠셔닝을, 나이키는 1987년 공기 주머니가 드러난 에어 맥스 1로 응수했다.

  • 공기는 폼보다 가볍지만 고무 용기가 무게를 더했다. 겔도 마찬가지였다. 탄력과 충격 흡수는 좋아졌지만 '무게와의 전쟁'은 계속됐다.
  • 1990년대 리복 인스타펌프는 혀의 버튼을 눌러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발에 착 달라붙는 혁신을 보여줬다.
  • 2009년, 호카는 밑창에 폼을 과하게 채워 신발이 부풀어 오른 듯한 디자인을 내놓았다. "러너들이 더 이상 지면을 거의 느낄 수 없게 됐다"는 평가와 함께, 두툼한 쿠션은 이후 트레일과 마라톤을 가리지 않고 대세가 됐다.

카본 플레이트, 기록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진짜 혁명은 2017년이었다. 나이키는 밑창에 카본 플레이트를 넣고 초경량 폼을 결합한 베이퍼플라이 4%를 내놓았다. '4%'는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실측값이었다. 콜로라도 대학교 연구진은 이 신발이 러닝 이코노미, 즉 같은 속도를 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약 4% 줄여준다고 발표했다. 3시간 마라톤 기준 약 7분에 해당하는 차이다.

  • 카본 플레이트는 발목 관절의 부담을 줄이고, 미드풋 착지 시 앞으로 튕겨 나가는 반발력을 만들어 준다. 여기에 초탄성 폼이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한다.
  • 후속 연구들은 효과가 페이스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 연구에서 베이퍼플라이 넥스트% 2는 시속 12km(약 3시간 30분 페이스)에서는 약 1.4%의 이득만 냈다. 빠를수록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 월드애슬레틱스는 이후 밑창 두께 규정(성인용 최대 40mm)을 도입했고, 모든 브랜드가 이 기준 안에서 경쟁하게 됐다.

슈퍼슈즈의 시대, 선택의 기준

이제 카본 플레이트는 엘리트 전유물이 아니다. 레이스 데이를 겨냥한 카본 레이싱화는 국내 러닝화 매장의 핵심 라인업이 됐고, 풀코스 출전을 앞둔 러너라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선택지다.

  • 레이스용으로만 아껴라: 카본 슈퍼슈즈는 반발력이 강해 일상 훈련에 쓰면 오히려 발목과 종아리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레이스와 중요한 스피드 훈련에 한정하는 것이 정석이다.
  • 자신의 페이스와 목표를 보라: 4%의 이득은 빠른 페이스에서 극대화된다. 천천히 달리는 러너에게는 푹신한 훈련화가 더 편안할 수 있다.
  • 미리 길들이기: 새 신발로 대회 당일 첫 레이스를 뛰는 것은 금물이다. 최소 두어 차례 롱런으로 발에 맞춰야 한다.
  • 무게가 가벼워진 신발이 항상 정답은 아니었다. 연구에 따르면 신발에 100g을 더하면 속도가 약 1% 느려진다. 그렇다면 반대로 100g을 덜면 1% 빨라진다는 뜻이니, 러닝화 제조사들이 무게 1g에 집착해 온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다음 100g은 어디서 뺄까

와플 메이커의 격자 무늬에서 시작된 혁신은 이제 재료 과학의 영역에 들어섰다. 97g짜리 레이싱화가 나온 지금, 제조사들은 더 가벼운 폼과 더 효율적인 플레이트 구조를 두고 경쟁 중이다. 기록 경쟁과 함께 '무엇을 신고 달렸는가'도 마라톤 역사의 일부가 됐다. 다음 세계 기록이 깨질 때, 그 발에 어떤 신발이 있을지도 함께 주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