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10km 안팎을 달릴 때는 멀쩡하다가, 하프나 풀마라톤을 완주한 뒤 허리가 뻐근해지는 경험을 해보셨나요. 거리가 길어질수록 통증도 비례해서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러너에게 허리통증은 발목이나 무릎 부상만큼이나 흔한 증상인데, 정작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아는 분은 드뭅니다. 통계에 따르면 평생 한 번 이상 병원을 찾아야 할 정도의 요통을 경험하는 사람은 전체 인구의 80%에 달합니다. 그만큼 흔한 증상이지만, 원인을 정확히 나누면 대처법도 명확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러너의 허리통증을 '신경이 원인인 경우'와 '근육·관절이 원인인 경우'로 나누어 설명하고, 현장에서 가장 쉽게 시도하는 철봉 매달리기의 올바른 방법과 병원을 찾아야 하는 기준을 정리합니다.
허리통증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러너의 허리통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하나는 디스크가 좌골신경을 자극해 생기는 신경성 요통이고, 다른 하나는 허리 주변 근육이나 척추 관절이 원인인 근육성 요통입니다.
- 신경성 요통은 통증이 엉덩이를 지나 허벅지·종아리까지 '뻗는' 느낌이 특징입니다. 저림이나 감각 이상이 동반되면 디스크 관련 문제를 의심해야 합니다.
- 15km 이상의 장거리를 달린 뒤에 찾아오는 통증은 대부분 근육성인 경우가 많습니다. 허리와 척추를 펴는 근육이 지속적으로 수축하면서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고, 통증이 다시 근육을 더 뻣뻣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입니다.
- 증상이 가벼운 근육성 요통은 며칠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아 병원을 찾지 않고 방치하기 쉽지만, 원인을 고치지 않으면 장거리 때마다 다시 찾아옵니다.
왜 하필 달리기를 하면 허리가 아플까요
러너의 요통을 다루는 물리치료사들이 공통으로 지목하는 원인은 단순합니다. 코어(몸통) 근력의 약화와 골반 주변 유연성의 불균형입니다.
- 코어가 약하면 달릴 때 골반이 중립 위치를 벗어나고, 그만큼 허리뼈에 가해지는 충격과 틀어짐이 커집니다. 척추전문 병원들은 러너 요통의 첫 번째 치료로 코어 강화를 꼽습니다.
- 햄스트링과 고관절 굴곡근(엉덩이 앞쪽)이 뻣뻣하면 골반이 앞으로 당겨져 허리가 과도하게 꺾입니다. 장거리 후반일수록 이 자세가 무너지면서 통증이 나타납니다.
- 갑작스러운 주행 거리 증가, 딱딱한 지면, 쿠션이 닳은 오래된 러닝화도 충격 흡수를 어렵게 만들어 허리에 부담을 줍니다.
- 주행 자세가 피로로 무너지면 상체가 앞으로 숙여지고 허리로 체중을 버티게 됩니다. 레이스 후반의 페이스 저하와 허리통증은 같은 원인에서 옵니다.
철봉 매달리기, 일단 걸려 보세요
요통 예방으로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은 철봉 매달리기입니다. 몸이 중력에 의해 아래로 늘어나면서 척추뼈 사이의 압력이 줄어드는 '견인(traction)'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굳어 있던 허리 근육이 풀리면서 일시적인 통증 완화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 팔을 어깨너비로 벌려 철봉을 잡고, 발이 지면에 닿는 높이에서 다리를 약간 구부린 채 매달리세요. 높은 철봉에서 점프해 매달리는 것은 착지 부상 위험이 있으므로 피해야 합니다.
- 크게 호흡하면서 30초씩, 여유가 되면 2~3회 반복합니다. 매일 실시하면 허리와 등 근육이 함께 강화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 다만 매달리기는 '일시적 완화' 수단입니다. 통증이 다리로 뻗어 내려가는 신경성 요통이라면 무리한 매달리기보다 먼저 전문의 진찰을 받으세요. 혈압이 높거나 어깨 부상이 있는 경우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코어가 허리를 지킵니다
허리통증의 재발을 막는 핵심은 코어 강화입니다. 실제로 코어 운동 프로그램이 만성 요통의 위험을 최대 76.8%까지 줄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달리기 훈련에 10분만 더해 보세요.
- 데드버그(Dead Bug): 등을 대고 누워 팔다리를 반대쪽으로 뻗는 동작으로, 허리에 부담 없이 복부 깊은 근육을 자극합니다. 8~10회씩 2세트가 적당합니다.
- 플랭크와 사이드 플랭크: 몸통 전체를 하나로 묶는 기본 운동입니다.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 범위에서 20~40초 유지하세요.
- 글루트 브리지: 엉덩이 근육을 깨워 달릴 때 골반을 받쳐 주는 힘을 만듭니다. 15회씩 2~3세트를 권장합니다.
- 햄스트링 스트레칭: 달리기 후 허벅지 뒤쪽을 풀어 주면 골반이 앞으로 당겨지는 것을 예방합니다.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무리하게 당기지 마세요.
병원을 찾아야 하는 신호를 기억하세요
대부분의 요통은 특별한 치료 없이도 좋아집니다. 10명 중 9명은 보존적 관리만으로 회복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통증을 '참고 달리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 통증이 엉덩이 아래로 방사되거나, 발가락까지 저림이 이어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면 즉시 전문의를 찾으세요.
- 대소변 조절에 문제가 생기거나 갑작스러운 마비 증상이 있다면 응급 상황입니다.
- 급성 통증기에는 무리한 훈련을 중단하고, 회복된 뒤에는 거리와 강도를 서서히 늘리세요. '참고 달리면 풀린다'는 말은 근육성 가벼운 통증에만 해당합니다.
허리는 약한 곳이 아니라 관리하는 곳입니다. 장거리 훈련 후 5분의 매달리기와 10분의 코어 운동은 허리에 쌓이는 피로를 눈에 띄게 줄여 줍니다. 다음 롱런부터는 러닝화를 챙길 때 '허리 관리 시간'도 함께 챙겨 보시길 권합니다. 통증 없는 달리기가 가장 빠른 기록 향상의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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