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월드컵 16강, 잉글랜드 대표팀이 고도 약 2,200m의 멕시코시티 아스테카 경기장에서 멕시코를 상대하게 되었습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경기 사이 3일 만에 고도 적응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고지대를 최대 변수로 꼽았습니다. 그런데 이 발언에 한 사이클리스트가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UCI 아워 레코드 출신의 전 프로 선수 알렉스 다우셋입니다.
다우셋은 "왜 아직도 이게 문제인지 모르겠다"며 자신의 프로 커리어 대부분을 해발 2,000m의 안도라에서 보냈다고 말합니다. 고지대 캠프는 특별히 '끼워 넣는' 훈련이 아니라 선수의 일상이었다는 것이죠. 축구와 사이클은 다른 스포츠지만, 고강도 반복이 요구되는 순간의 회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게 그의 요지입니다. 이 논쟁은 결국 우리의 훈련 설계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져 줍니다.
고지대에서 몸은 무엇을 배우나요
해발이 높아지면 산소 분압이 낮아지고, 몸은 같은 운동량에도 더 큰 저산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이 자극이 신장의 EPO 분비를 늘리고, 결국 적혈구 생성을 촉진해 산소 운반 능력(VO2max)을 끌어올리는 것이 고지대 훈련의 기본 원리입니다.
- 다만 적응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연구에 따르면 고지 노출 후 7~10일 이내에는 적혈구 수치 증가가 거의 나타나지 않습니다.
- 초기 며칠은 오히려 훈련 강도가 떨어지고 몸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고지대에서의 고강도 훈련은 해발 약 1,200m 이하에서 실시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 4주 이상의 꾸준한 노출이 있어야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나며, 적응 효과의 정점은 8주 전후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엘리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포함한 메타분석에서도 고지 훈련이 VO2max와 헤모글로빈 수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반복적으로 나왔습니다.
투헬의 걱정과 다우셋의 반박
투헬 감독의 말은 과학적으로 틀리지 않습니다. 3일 만에 적혈구가 늘어나는 일은 없으니까요. 문제는 그가 고지대를 '대처해야 할 장애물'로만 보는 반면, 다우셋은 '이미 일상화된 환경'으로 본다는 차이에 있습니다.
- 다우셋은 사이클링에서의 경험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언덕 타임트라이얼처럼 역치 블록 사이에 무산소성 운동이 섞일 때 회복이 가장 큰 변화를 만들었다."
- 축구의 스프린트와 프레스는 바로 그 무산소성 반복의 연속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고지대에서 중요한 것은 순수 지구력뿐 아니라 '반복 고강도 사이의 회복 능력'이라는 뜻입니다.
- 그는 "침실에 텐트 하나가 대부분의 역할을 한다"며 고소 적응용 텐트(알티튜드 텐트)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높은 곳에서 자고 낮은 곳에서 훈련하는' 라이브 하이 트레인 로(Live High, Train Low) 방식은 적응을 얻으면서도 훈련 강도를 지키는 방법으로 널리 연구되어 왔습니다.
자고 훈련하는 위치를 나누는 전략
고지대에서 계속 살며 훈련하면 적응은 빠르지만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엘리트 훈련 현장에서는 '잠자리만 높이는' 전략이 주목받아 왔습니다.
- 알티튜드 텐트는 하루 6~8시간, 가급적 밤잠 동안 사용하며 산소 농도를 낮춰 해발 2,000~3,000m 수준의 환경을 만듭니다.
- 수면 중 산소포화도(SpO2)를 90~94%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적응과 수면 질 사이의 균형점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텐트를 쓰더라도 3~4주는 꾸준히 써야 변화가 체감됩니다. '며칠만 자면 빨라진다'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국내 고지대 훈련, 어디서 할 수 있나요
해외 원정 없이도 국내에는 고지대 훈련 인프라가 있습니다. 강원 태백시는 해발 평균 900m에 자리한 국내 유일의 '고지대 스포츠 훈련장 특구'로, 서학레저단지와 태백선수촌을 중심으로 한 훈련 타운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2026년 1월에는 이 특구 지정이 연장 승인되어, 육상·수영·자전거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단이 연중 훈련지로 찾고 있습니다.
- 해발 900m는 2,000m급 고소에 비하면 자극이 약한 편이지만, 평지에서 훈련하던 선수에게는 충분히 새로운 스트레스가 됩니다.
- 태백은 여름에도 서늘해 더위를 피한 전지훈련지로도 유명합니다. 고지 효과와 훈련 집중도를 함께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 아마추어라면 굳이 멀리 갈 필요 없이, 주말 라이딩 코스에 해발 500m 이상의 고개를 정기적으로 포함하는 것만으로도 저산소 자극의 '습관'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가 고지대를 대하는 법
고지대 훈련의 핵심은 '특별한 블록'이 아니라 '일상화'라는 다우셋의 철학이 가장 와닿습니다.
- 고지대에서 훈련할 기회가 생기면 첫 주는 강도를 20~30% 낮추고 볼륨(거리·시간)으로 버티세요. 둘째 주부터 강도를 서서히 되돌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 고지대 대회를 앞두고 있다면 도착 시점을 신중하게 잡으세요. 고지 적응이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경기는 도착 직후(급성 반응 이전) 또는 2주 이상의 충분한 적응 후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 텐트나 마스크 같은 보조 장비를 쓴다면 '잠자는 시간'에 집중하고, 낮 훈련은 평소 환경에서 하세요. 적응은 잠들기 전에 계산되는 것이 아닙니다. 4주 이상의 인내가 필요합니다.
"알려진 이득이 얼마나 많이 방치되고 있을까요. 누군가 그것을 일상으로 만들기만 하면 되는 것뿐인데." 다우셋의 말은 고지대 훈련뿐 아니라 모든 훈련에 적용되는 문장입니다. 특별한 캠프 한 번보다, 매일 조금씩 쌓는 환경이 결국 실력의 차이를 만듭니다. 고지대가든 평지든, 꾸준함을 일상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적응 전략임을 이번 논쟁이 다시 알려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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