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실력인데 50m 기록이 1초 이상 차이나는 두 사람을 보면, 수면 위 팔 동작보다 물속 동작을 먼저 살펴보게 됩니다. 스타트와 턴 직후 벽을 차고 나온 순간부터 물 위로 떠오르기까지의 몇 초가 수영 기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크거든요. 월드아쿠아틱스 규정상 선수는 스타트와 턴 후 15m 이내에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하는데, 엘리트 선수들은 이 구간을 최대한 활용합니다. 200m 접영 세계 기록 보유자였던 마이클 펠프스도 물속 동작으로 수 차례 승부를 결정지은 대표적인 사례예요.
오늘은 펠프스를 지도한 밥 보우먼(Bob Bowman) 코치가 강조해 온 언더워터 돌핀킥 훈련법을 중심으로, 일반 수영장에서 바로 응용할 수 있는 드릴을 정리해 볼게요.
물속이 수면보다 빠른 이유
벽을 차고 나온 직후의 속도는 스트로크 중 평균 속도보다 빠릅니다. 물속에서 유선형(스트림라인)을 유지하면 저항이 줄고, 다운킥과 업킥을 연속으로 넣으면 수면에서 팔을 돌리는 것보다 효율적으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어요. 그래서 선수들은 규정이 허락하는 한도까지 물속에 머물려 하고, 마스터즈 수영에서도 턴 동작이 좋은 선수일수록 구간 기록이 단단해집니다.
- 물속 돌핀킥은 몸통의 파동을 활용하는 전신 운동이에요. 무릎만 구부려 차는 것과는 에너지 효율이 다릅니다.
- 업킥(위로 차는 동작)이 느리면 전체 리듬이 끊겨요. 빠른 킥커들은 다운킥만큼 업킥도 깔끔하게 가져갑니다.
- 킥 자체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어느 깊이에서 몇 번의 킥을 넣고 떠오를지 정하는 판단력이 기록을 갈라요.
보우먼이 말하는 '밀지 않는 킥'
보우먼 코치는 킥이 무릎에서 시작되면 '미는(pushing)' 동작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무릎 중심으로 물을 밀면 다리만 피곤해지고 몸통의 큰 힘을 쓰지 못해요. 대신 엉덩이와 복부, 허리로 이어지는 몸통에서 출발해 채찍처럼 끝으로 전달되는 킥을 강조했어요. 오리발을 끼고 차면 다리만으로는 오래 버티지 못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전신을 쓰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입니다.
- 발차기를 할 때 발등과 종아리가 아니라 골반에서 시작한다는 느낌을 갖는 게 첫걸음입니다.
- 발목 유연성이 받쳐주면 물을 차는 면적이 커져요. 평소 발목 스트레칭과 함께, 발끝을 펴는 자세를 의식적으로 연습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 복근과 허리에 힘이 실려야 파동이 다리까지 이어지므로, 지상에서 하는 플랭크와 코어 운동도 언더워터 훈련의 일부로 생각하면 좋아요.
기본기: 버티컬 돌핀 킥 드릴
보우먼이 즐겨 쓰는 기본 드릴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깊은 풀 바닥까지 내려가 스트림라인 자세로 바닥을 차고, 수직으로 돌핀킥을 하며 곧장 위로 솟아오르는 동작이에요. 마치 미사일이 물 밖으로 치솟는 것처럼, 몸통 파동과 킥 리듬을 온몸으로 익히는 데 효과적입니다.
- 숨을 참고 바닥을 힘껏 차는 순간부터 물 밖으로 머리가 나올 때까지 킥을 멈추지 않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 한 번에 20~30초 안팎으로 진행하고, 40초~1분 휴식을 두고 4~6회 반복하는 방식으로 시작해 보세요. 수심이 얕은 풀에서는 벽을 차고 나온 뒤 글라이드 상태로 킥을 유지하는 응용 동작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 영법(자유형·접영)과 무관하게 주 1~2회 꾸준히 넣으면, 물속에서 몸이 뜨는 느낌 자체가 달라집니다.
- 안전을 위해 혼자 깊은 풀에서 무리하게 숨을 참지 말고, 처음에는 반드시 레인 가장자리나 벽 근처에서 진행해 주세요. 숨이 차면 킥 횟수를 줄이는 것보다 휴식을 충분히 취하는 편이 훈련 효과가 좋습니다.
- 호흡을 참는 시간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마세요. 중요한 것은 참는 시간이 아니라, 그 시간 안에 킥 품질을 유지하는 일입니다.
오리발 세트로 레이스 감각 쌓기
보우먼이 챔피언 선수들에게 시킨 대표 세트도 오리발을 착용한 짧은 언더워터 반복입니다. 짧은 전력 언더워터가 다리에 자극을 주고, 그 사이의 가벼운 수영이 회복을 제공하는 구조라 킥 품질이 떨어지지 않고 반복할 수 있어요. 한 번에 하나씩만 쌓는 대신, 레이스에서 필요한 만큼의 반복을 '창고에 쌓는' 방식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입니다.
- 예를 들어 25m를 오리발을 끼고 출발해 첫 10~15m는 물속 돌핀킥, 나머지는 가볍게 수영으로 이어가는 세트를 8~10회 반복해 보세요.
- 익숙해지면 50m 단위로 늘리고, 언더워터 직전에 벽을 차는 힘까지 의식하면 턴 전체가 빨라집니다.
- 주의할 점은 무리한 볼륨입니다. 언더워터 훈련은 강도가 높아 처음엔 세트당 4~6회 수준으로 시작하는 것을 권합니다.
턴과 스타트에 적용하는 법
드릴에서 익힌 감각을 실제 레이스에 옮기려면 기준이 필요합니다. 매 턴마다 벽을 차고 나온 뒤 '몇 번 킥을 넣고 물 위로 나올지'를 정해 두는 것이 좋아요. 매번 감각에 맡기면 릴리즈 타이밍이 들쭉날쭉해지고 호흡 리듬도 흔들립니다.
- 자유형이라면 킥 3~5회 후 첫 스트로크를 시작하는 식으로 기준을 잡아 보세요.
- 수면 위로 나올 때는 턱을 살짝 당기고 첫 팔 동작을 크게 가져가 속도를 이어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 오픈워터 수영이 주 종목이라면 웨이브와 시야 제한 때문에 실내 풀보다 언더워터를 짧게 가져가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점도 참고해 주세요.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보우먼 코치는 언더워터 훈련도 결국 일관성과 습관이 성과를 만든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인터벌도 느리고 반복 수도 적었던 세트가, 몇 주에 걸쳐 조금씩 단단해지면서 선수의 무기가 된다는 것이죠. 하루 10분이라 좋습니다. 매 수영 세션 마지막에 언더워터 드릴을 붙이는 습관을 들어 보세요. 한두 달 뒤, 턴 동작에서 전과 다른 물살 소리를 느끼게 될 겁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