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오픈워터 대회들이 끝나면 많은 동호인이 자연스럽게 물가에서 멀어진다. "겨울에 수영을 쉬고 내년 봄부터 다시 시작하지" 하는 마음. 그런데 봄에 수영장에 다시 들어가 보면 헤엄이 이상하게 버겁다. 두 달쯤 쉰 것뿐인데 자세는 무너지고, 같은 거리인데 숨이 차다. 수영은 감각 의존도가 높아서 공백기가 길어지면 되찾는 데 두 배의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9월부터의 실내 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내년 성적을 사실상 결정한다.

이 시기를 제대로 쓰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대회 준비 때처럼 강하게가 아니라, **낮은 강도로 훈련량을 꾸준히 쌓는 '베이스 시즌'**으로 보내는 것이다. 미국 마스터즈 수영(USMS)이 공개한 오프시즌 훈련 원리와 국내 수영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세트 구성까지 정리했다.

베이스 시즌이 필요한 이유, 주기화의 기본

수영 훈련은 크게 준비기(베이스)·강화기·대회기로 나뉜다. 대회기에는 강도 높은 인터벌 위주로 훈련하지만, 그 훈련이 효과를 내려면 그 밑바탕에 오래 버티는 심폐 지구력이 깔려 있어야 한다. 이 지구력 기반을 쌓는 시기가 바로 가을·겨울이다.

  • 강도는 낮게: 대화할 수 있을 정도, 혹은 심박수로 보면 최대의 60~70% 수준에서 훈련량을 늘리는 데 집중한다.
  • 볼륨은 높게: 짧고 강한 반복 대신, 쉬지 않고 오래 헤엄치는 지속 훈련 비중을 높인다.
  • 기술 교정은 지금: 대회가 없는 시즌에는 폼 수정에 실패해도 잃을 것이 없다. 오히려 대회 시즌에는 습관을 바꾸는 것이 리스크다.

USMS 자료를 보면 오프시즌 풀 훈련의 1차 목표를 "여름 장거리 대회를 대비한 에어로빅 기반 확대"로 잡는다. 시즌 성적이 좋았던 선수일수록 겨울에 쉬지 않고 이 기반을 다졌던 경우가 많다.

훈련량을 늘리는 안전한 공식, 10% 룰

베이스 시즌이라고 무작정 거리를 늘리면 부상 위험만 커진다. 수영 훈련 프로그램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인용되는 원칙은 **주간 훈련량 증가를 10% 이내로 제한하는 '10% 룰'**이다.

  • 이번 주 3,000m를 헤엄쳤다면 다음 주에는 3,300m 이내로만 늘린다.
  • 3주 정도 서서히 늘리고 1주는 거리를 줄여 회복하는 '로딩-언로딩' 패턴을 권장한다.
  • 훈련량보다 휴식이 부족할 때 어깨 부상이 온다. 어깨에 통증이 느껴지면 거리보다 기술 훈련으로 전환한다.

풀에서 오픈워터를 준비하는 법

겨울 내내 수영장 레인만 오가면 봄 오픈워터에서 또 당황한다. 풀과 바다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이스 시즌 풀 훈련에도 오픈워터를 의식한 요소를 넣어야 한다.

  • 시야 확보 연습: 4~5회 스트로크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는 동작을 세트 중간중간에 넣는다. 바다에서 방향을 못 잡으면 실제 거리보다 최소 10%는 더 헤엄치게 된다.
  • 양쪽 호흡: 늘 같은 쪽으로만 숨 쉬면 한쪽 팔의 스트로크가 무너지기 쉽다. 약한 쪽 호흡을 겨울에 익혀두면 장거리에서 자세 균형이 확 달라진다.
  • 턴 없는 훈련: 벽을 밀지 않고 레인 끝에서 방향만 바꿔 계속 헤엄치는 세트를 넣으면 중간 포기 없이 페이스를 유지하는 힘이 생긴다.
  • 드래프트 감각: 앞사람의 물결을 타는 위치 감각은 수영장에서도 연습할 수 있다. 한 레인에 두 명이 들어가 앞사람 발 옆 30~50cm에서 따라 헤엄친다.

겨울에 고치기 가장 좋은 것, 스트로크

바쁜 대회 시즌에는 "당장의 기록"이 우선이라 폼을 못 건드린다. 하지만 겨울은 다르다. 스트로크 하나를 고치면 6개월 뒤 전혀 다른 수영이 된다.

  • 캐치 연습: 팔이 물에 들어간 뒤 바로 당기지 말고, 손끝에서 팔꿈치까지 '일찍 벽을 짚는' 감각을 만든다. 드릴로는 핑거 드래그, 하이엘보 캐치가 효과적이다.
  • 몸 회전: 숨 쉴 때 머리를 들지 말고 몸 전체가 축처럼 돌게 한다. 회전이 커지면 어깨 부담이 줄고 추진 거리가 길어진다.
  • 발차기 강화: 발차기만으로 25m를 반복하는 세트를 주 1회 넣으면 하체가 물 위에 떠서 전신 저항이 줄어든다. 오리발을 쓰면 더 빨리 감각이 선다.

주 3회, 8주 베이스 프로그램 예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짜야 할지 막막하다면 아래 구성을 기준으로 자신의 수준에 맞게 거리를 조절해보자.

  • 월요일 — 지속 훈련: 웜업 400m → 1,000m 연속 자유형(대화 가능한 페이스) → 400m 배영·발차기 → 쿨다운 200m. 총 2,000m.
  • 수요일 — 기술 훈련: 웜업 300m → 드릴 8×50m(캐치·회전·호흡 돌아가며) → 600m 자유형(4회마다 시야 확보) → 쿨다운 300m. 총 1,600m.
  • 금요일 — 지구력 인터벌: 웜업 400m → 5×200m(휴식 20초, 일정 페이스 유지) → 4×50m 발차기 → 쿨다운 200m. 총 2,100m.
  • 주말에는 철인3종을 준비한다면 자전거·러닝의 지구력 훈련과 병행한다. 수영만 하면 균형이 무너지니 주 2회 이상 다른 종목을 섞는 것이 좋다.

거리가 부담되면 모든 수치를 70% 수준으로 줄여도 된다. 중요한 것은 매주 같은 시간에 물에 들어가는 꾸준함이다.

베이스가 쌓였는지 확인하는 방법

겨울 내내 "그냥 오래 헤엄쳤다"면 성과를 알기 어렵다. 한 달에 한 번 기준 기록을 재는 습관을 들이자. 예를 들어 3,000m를 편안한 페이스로 헤엄쳤을 때의 기록을 노트에 남겨두면, 다음 달 같은 테스트에서 수십 초가 줄어든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USMS에서도 이런 장거리 테스트를 오프시즌 기반 점검 수단으로 권장한다. 감각이 아니라 숫자로 베이스가 자라고 있음을 확인할 때, 겨울 훈련이 지루하지 않아진다.

봄이 되어 웻수트를 꺼내는 날, 옆 레인의 사람들이 "작년보다 헤엄이 확 늘었네"라고 말한다면 그건 우연이 아니다. 가을부터 천천히 쌓아온 베이스가 물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번 주말, 수영장에 가서 일단 2,000m부터 편안하게 돌아보자. 내년 시즌의 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