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을 "수영 1.5km, 자전거 40km, 러닝 10km"라고만 기억하면 절반만 아는 것입니다. 실제 대회 기록에는 수영을 마치고 자전거를 타기까지(T1), 자전거를 마치고 달리기까지(T2)의 시간이 모두 포함됩니다. 그래서 트랜지션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네 번째 종목'이라고 불립니다.
아마추어 사이에서는 T1과 T2를 합쳐 5~10분을 쓰는 경우도 흔합니다. 그런데 훈련을 잘 쌓은 선수라면 세팅을 잘하고 연습만 해도 1~2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자전거 40km에서 1분을 줄이려면 평속을 꽤 올려야 하지만, 트랜지션의 1분은 연습으로 얻는 '공짜 시간'에 가깝습니다.
트랜지션 존, 어떻게 구성하나
트랜지션 존은 대회마다 다르지만, 기본 구조는 같습니다. 수영을 마치고 들어오는 입구(T1 쪽)와 자전거를 타고 나가는 출구, 그리고 자전거를 마치고 돌아와 러닝으로 나가는 동선이 겹칩니다.
- 각 선수는 대회 번호에 따라 지정된 랙(자전거 거치대) 위치를 배정받습니다. 번호 표지판을 따라 내 위치를 찾고, 주변 랜드마크(큰 나무, 건물, 깃발)와의 거리도 기억해 둡니다. 헤드업(고개 드는) 수영을 하다 뛰어 들어왔을 때 길을 헤매는 일이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 자전거는 안장이나 핸들바로 랙에 거는 것이 기본입니다. 뒤바퀴가 랙의 반대쪽을 향하도록 두는 대회가 많으니, 대회 전 안내를 확인하세요.
세팅 순서 — 헬멧이 먼저, 장비는 '사용하는 순서'로
세팅의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규정을 지킬 것. 둘째, 물건을 사용하는 순서대로 놓을 것.
- 최우선 규정: 헬멧은 자전거를 만지기 전에 먼저 쓰고 턱끈을 채워야 합니다. 헬멧을 쓰기 전에 자전거를 랙에서 내리면 실격입니다. T2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전거를 랙에 걸기 전에 헬멧을 벗으면 안 됩니다.
- 타월을 깔고 그 위에 T1 물품(헬멧·고글, 필요하면 양말과 사이클 슈즈)을 자전거 쪽에, T2 물품(러닝화·캡·번호벨트)은 자전거 반대쪽에 놓습니다. 수영에서 들어와 몸을 닦고, 헬멧을 쓰고, 고글을 끼고, 슈즈를 신은 뒤 자전거를 내리는 순서로 움직이면 동선이 꼬이지 않습니다.
- 사이클 슈즈는 클릿(페달 고정 장치)이 위를 보도록 두고, 신발 안쪽에 양말을 미리 끼워 넣어 두면 빠르게 신을 수 있습니다. 자전거는 기어를 가벼운 단수에 맞춰 두고, 출발 직후 바로 페달을 밟을 준비를 합니다.
시간을 줄이는 요령 — 1분을 아끼는 작은 습관들
세팅과 동선이 정리됐다면, 이제 디테일이 기록을 만듭니다.
- 번호벨트를 미리 채워 두기: 번호벨트에 번호를 부착한 채 T2 물품에 두면, 달리기 시작 전 1초 만에 허리에 찰 수 있습니다.
- 러닝화는 끈을 묶지 않는 세팅으로: 엘라스틱 레이스나 슬립온 세팅으로 바꿔 두면 앉아서 끈을 묶는 시간이 사라집니다.
- 캡과 선글라스는 러닝화 위에: 신고 일어나는 동선 위에 겹쳐 두면 두세 동작으로 착용이 끝납니다.
- 물기가 많은 날: 타월 위에 탈크(베이비파우더)를 뿌려 두면 젖은 발에 양말과 슈즈가 잘 들어갑니다. 모래가 많은 국내 해변 대회(예: 속초·고성)에서는 신발 안에 모래가 들어가지 않도록 발을 터는 것도 잊지 마세요.
- 전문가의 고급 기술: 자전거에 미리 사이클 슈즈를 클릿에 걸어 두고, 달리면서 신는 '플라이 마운트' 방식은 T1에서 30초 이상을 아낍니다. 다만 평소 충분히 연습하지 않았다면 대회에서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연습 방법 — 브릭 위에 트랜지션을 얹는다
트랜지션은 근력이 아니라 '절차'이므로 집에서도 연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절차는 브릭 훈련과 함께 할 때 진짜 실력이 됩니다.
- 집 연습: 자전거를 세워 두고 타이머를 켠 뒤 헬멧 착용, 자전거 하차 동작, 러닝화로 갈아신기까지의 동선을 반복합니다. 처음에는 3분 걸리던 것이 익숙해지면 1분 안팎으로 줄어듭니다.
- 브릭과 결합: 자전거 60~90분을 탄 뒤 곧바로 트랜지션 동작을 하고 러닝 15~30분으로 이어지는 훈련을 하면, '무거운 다리로 신발을 갈아신는' 대회 상황이 몸에 익습니다.
- 순서 암기: 대회 전날 밤, T1과 T2의 동선과 물품 위치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해 봅니다. 실전에서 머뭇거리는 시간의 대부분은 '기억나지 않아서' 생깁니다.
국내 대회의 트랜지션 현실 — 알아 두면 좋은 팁
한국 대회의 트랜지션은 대부분 해변이나 공원, 강변에 마련됩니다. 현실적인 팁을 몇 가지 정리했습니다.
- 전날 자전거 입고: 아이언맨 70.3 고성 같은 대회는 전날 오후에 자전거와 기어백을 트랜지션에 입고합니다. 이때 자전거를 랙에 거는 방법, 물품 배치를 미리 완료하고, 당일 아침에는 소지품 확인만 하면 됩니다. 속초 등 해변 대회도 비슷한 진행입니다.
- 탈의실이 없는 대회가 많습니다. 옷을 갈아입을 시간을 쓰지 않도록 트라이슈트를 입고 웻수트 위에 덧입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갈아입는 시간까지 기록에 포함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 첫 대회라면 '동선 미리 걷기': 대회 당일 아침, 트랜지션 개장 시간에 맞춰 들어가 수영 입구에서 내 랙 위치까지, 내 랙에서 자전거 출구까지 실제로 걸어 봅니다. 국내 대회는 트랜지션이 넓게 잡히는 편이라 이 연습 한 번이 첫 대회의 안정감을 결정합니다.
마무리 — 5분은 '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아낄 수 있는 시간'
트랜지션에 쓰는 5~10분을 그냥 두면 아깝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 시간을 줄이겠다고 세팅을 어기거나 헬멧 규정을 위반하면 실격이라는 더 큰 대가를 치릅니다. 트랜지션 훈련의 목표는 '빨라지기' 전에 '실수 없이, 순서대로'입니다. 세팅을 단순하게 유지하고, 동선을 외우고, 브릭과 함께 연습하면 대회는 훨씬 여유로워집니다. 트랜지션을 네 번째 종목으로 대접하는 순간, 철인3종이 한층 재미있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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