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 커뮤니티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다. "체지방을 몇 %까지 낮춰야 기록이 나올까"다. 마라톤과 철인3종처럼 오래 달리는 스포츠에서 몸은 곧 짐이다. 같은 심폐 지구력이라도 체지방이 적을수록 가벼운 몸으로 달릴 수 있으니, 체중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체지방은 무조건 낮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적정선을 넘어 마르면 기록이 빨라지는 대신 몸이 먼저 무너진다.

비만의 기준, 체중이 아니라 지방이다

흔히 체중이 많이 나가면 비만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몸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체지방률이 높은데 체중이 낮은 '마른 비만'도 있고, 근육량이 많아 체중은 높아도 건강한 경우도 있다.

  • 체지방률만으로 비만을 판정할 때는 남성 20~25%, 여성 30% 안팎을 기준으로 삼는 자료가 많다.
  • 더 중요한 것은 지방이 어디에 붙었는가다. 피부 바로 아래의 피하지방은 대사 위험이 낮지만, 뱃속 내장 사이에 끼는 내장지방은 얘기가 다르다.
  • 내장지방이 많아지면 지방이 혈중으로 녹아들며 혈중 지방산이 증가하고, 인슐린 효과가 떨어져 고혈압·이상지질혈증·동맥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
  • 복부비만은 허리둘레로 간단히 가늠할 수 있다. 배에만 살이 찌는 '사과형' 체형이라면 지방 감량의 우선순위를 복부에 두어야 한다.

20대 남성 14~18%, 여성 18~23%가 평균이라면

건강한 일반인의 체지방률은 남성 14~18%, 여성 18~23% 수준(20대 기준)이다. 운동선수는 여기서 더 내려간다. 엘리트 마라토너의 경우 남성 6~10%, 여성 12~18%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즉 기록을 목표로 하는 러너라면 일반인 평균보다는 낮은 구간을 목표로 삼을 만하다.

  • 다만 이 수치는 어디까지나 개인차가 큰 참고치다. 같은 체지방률이라도 나이, 성별, 훈련 경력에 따라 몸 상태는 완전히 다르다.
  • 체지방률만 보지 말고 근육량과 함께 봐야 한다. 지방이 빠졌는지 근육이 빠졌는지는 인바디 같은 체성분 측정으로 확인한다.
  • 측정 기기와 시간대에 따라 오차가 크므로, 3~7일 평균 체중과 허리둘레 변화를 함께 기록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다.

1kg의 무게가 기록에 주는 영향

체중과 러닝 기록의 관계는 오래전부터 연구된 주제다. "1kg을 빼면 마라톤 기록이 3분 단축된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지만, 최근 분석들은 1kg 감량이 마라톤 기록에 주는 이득을 약 2~3분 수준으로 본다. 킬로미터당 2.5~3.5초가량 빨라진다는 계산이다.

  • 하프마라톤 연구에서는 체질량지수(BMI)가 1kg/㎡ 높아질수록 레저 러너의 기록이 약 2분 느려지는 경향이 보고되기도 했다.
  • 중요한 전제는 빠지는 것이 '지방'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근육이 빠지면서 체중이 줄면 기록은커녕 부상 위험만 커진다.
  • 10km나 5km 같은 단거리에서는 체중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작다. 장거리일수록 몸을 나르는 에너지가 커지므로 체중 관리의 이득이 커진다.

너무 낮은 체지방이 위험한 이유

엘리트 선수들의 체지방률(남성 6~10%, 여성 12~18%)은 훈련과 영양 관리의 결과이지, 아무나 따라 할 수 있는 목표치가 아니다. 일반 러너가 이 수치 아래(남성 6% 미만, 여성 14% 미만)로 장기간 내려가면 몸은 경고음을 낸다.

  • 호르몬 이상: 에너지 섭취가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면 뇌하수체의 LH·FSH 분비가 억제되고,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이, 여성은 에스트로겐 수치가 떨어진다. 생리 주기가 흐트러지거나 무월경이 오면 골밀도 손실로 이어진다.
  • 골밀도 저하와 스트레스 골절: 여성 러너의 3대 문제(에너지 가용성 부족·월경 장애·골밀도 저하)로 불리는 '상대적 에너지 결핍 증후군(RED-S)'은 체지방을 과하게 낮춘 데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 면역력 저하: 극단적 저체지방 상태에서는 회복이 느려지고 감기·부상이 잦아진다. 훈련량을 못 소화하니 결국 기록은 정체된다.
  • 만성 피로와 컨디션 저하는 오버트레이닝의 전형적인 신호다. 체중계 숫자에 집착할수록 훈련의 질이 떨어지는 역설을 기억해야 한다.

안전하게 체지방을 줄이는 법

대회를 앞둔 러너에게 필요한 것은 '가장 마른 몸'이 아니라 '가장 빠른 몸'이다. 레이스 체중(race weight)은 개인마다 다르며, 건강한 범위 안에서 찾아야 한다.

  • 급격한 감량은 금물: 이상적인 감량 속도는 주 0.3~0.5kg 수준이다. 하루 1kg씩 체중이 빠지는 것은 대부분 수분 손실이다. 체중계 숫자에 속지 말고 수분 섭취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 단백질을 지킨다: 지방을 줄이는 동안에도 근육을 보존하려면 단백질 섭취가 평소보다 중요하다. 체중 kg당 1.6~2.0g을 목표로 식사마다 단백질을 배분한다.
  • 근력 운동 병행: 달리기만으로 감량하면 지방과 근육이 함께 빠진다. 주 2회 정도의 근력 운동이 근육을 지켜주고, 달리기 효율까지 올려준다.
  • 대회 역산 계획: 대회 8~12주 전부터 조금씩 목표 체중에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 대회 직전의 극단적 감량은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기 쉽다.

체지방률은 달리기 기록을 만드는 여러 변수 중 하나일 뿐이다. 지방을 줄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줄인 몸이 훈련을 견디고 회복하는 능력이다. 체중계의 숫자가 아니라 달리기의 질로 자신을 평가하는 습관이, 결국 가장 확실한 기록 단축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