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 꾸준히 다니는데 기록이 제자리걸음이라면, 훈련량보다 세트 구성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같은 2,000m를 헤엄쳐도 어떻게 쪼개고 언제 쉬느냐에 따라 몸에 남는 자극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이번 글에서는 수영 훈련 세트를 워밍업부터 쿨다운까지 어떻게 설계하는지, 실제 예시와 함께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왜 '거리'가 아니라 '세트'일까요

많은 분이 "오늘 2,000m 채웠다"는 식으로 거리만 채우고 나옵니다. 그런데 이렇게 꾸준히 이어서 헤엄치는 방식은 심폐 자극이 생각보다 약합니다. 수영은 물의 저항 때문에 자세가 무너지면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힘을 못 쓰는 구간이 길어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인터벌이 핵심입니다. 정해진 거리를 정해진 시간 안에 헤엄치고, 남은 시간만큼 쉬고, 다시 출발하는 방식이죠. 예를 들어 100m를 1분 45초 사이클로 돌린다면, 실제로는 1분 30초에 들어와 15초를 쉬고 다음 바퀴를 나갑니다. 이렇게 하면 매 세트마다 집중도와 페이스가 유지되고, 짧은 휴식 동안 심박이 완전히 떨어지지 않아 유산소 자극이 계속 쌓입니다. 주 45분씩 세 번 쉬지 않고 헤엄치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기록이 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여기서 나옵니다.

세트의 기본 골격

수영 훈련 한 회차는 보통 다섯 덩어리로 구성합니다. 모든 세션이 이 다섯 개를 다 채워야 하는 건 아니고, 시간과 목표에 따라 일부는 생략하거나 늘립니다.

  • 워밍업: 힘을 빼고 몸을 데우는 구간입니다. 보통 300~600m.
  • 드릴(기술) 세트: 자세와 추진 효율을 다듬는 구간입니다. 200~400m.
  • 메인 세트: 그날의 핵심 자극입니다. 전체 거리의 40~50%를 차지합니다.
  • 킥·풀 세트: 다리와 상체를 분리해 보강하는 구간입니다. 선택 사항.
  • 쿨다운: 심박을 내리고 정리하는 구간입니다. 200~300m.

워밍업과 드릴: 기록의 절반은 여기서 나옵니다

워밍업은 대충 넘기기 쉬운데, 사실 첫 10분이 그날 전체 훈련의 질을 좌우합니다. 자유형 300~400m를 편안하게 헤엄친 뒤, 50m 단위로 스트로크를 길게 늘리는 스윔을 섞어 주세요.

드릴 세트에서는 한 가지 동작만 떼어내 연습합니다. 대표적으로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 캐치업 드릴: 앞손이 물속에 들어갈 때까지 뒷손이 기다리는 연습입니다. 글라이드와 리듬을 잡아 줍니다.
  • 핑거팁 드래그: 손끝이 물을 스치듯 지나가게 해 팔꿈치 위치를 높게 유지합니다.
  • 싱글 암: 한쪽 팔로만 헤엄쳐 좌우 균형과 회전을 점검합니다.

드릴은 25~50m 거리로, 세트 전체 300~600m 정도가 적당합니다. 너무 길게 하면 지루해지고 자세가 흐트러지니 짧게 끊어 가는 편이 좋아요.

메인 세트: CSS 페이스로 강도를 정합니다

메인 세트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르게"입니다. 감으로 정하면 매번 다르고, 너무 빠르면 세트를 끝까지 못 갑니다. 이때 기준이 되는 값이 CSS(Critical Swim Speed, 임계 수영 속도)입니다.

CSS는 400m 최고 기록과 200m 최고 기록을 측정해, 그 차이로 100m당 페이스를 역산하는 개념입니다. 이 페이스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속도"에 가깝기 때문에, 지구력 훈련의 기준점으로 쓰기 좋습니다. 실전에서는 대략 이렇게 나눕니다.

  • 역치 훈련: CSS 페이스로 400m×3회(휴식 30초) 또는 200m×4회(휴식 20초).
  • 속도 훈련: CSS보다 빠르게 50m×8~10회(휴식 20~30초).
  • 지구력 훈련: CSS보다 살짝 느리게 800m 연속 또는 400m×4회.

한 주에 세 번 수영한다면, 역치 훈련 한 번, 속도 훈련 한 번, 롱 스윔 한 번으로 나누는 조합이 무난합니다. 인터벌 트레이닝을 매일 하는 건 권하지 않습니다. 회복이 안 된 상태에서 강도 높은 세트를 반복하면 자세만 무너지고 부상 위험이 커집니다.

예시 세션 한 편(총 약 2,900m)

말로만 들으면 감이 잘 안 오니, 실제로 돌려볼 수 있는 한 회차를 정리해 봅니다.

  • 워밍업: 자유형 400m 편안하게
  • 기술 세트: 캐치업 드릴 75m×4회 (휴식 15초)
  • 메인 세트 A: 400m×3회 (CSS + 5초/100m, 휴식 30초)
  • 메인 세트 B: 200m×4회 (CSS 페이스, 휴식 20초)
  • 쿨다운: 혼영 300m

총 거리는 약 2,900m이고, 소요 시간은 60~75분 정도입니다. 처음에는 메인 세트 거리를 절반으로 줄여서 시작하고, 세트를 끝까지 완주하는 감각이 익으면 늘려 가시면 됩니다.

기록은 세트 밖에서도 쌓입니다

수영은 특히 어깨 부담이 큰 운동입니다. 강도 높은 메인 세트 후에는 어깨 주변을 풀어 주는 스트레칭을 5분 정도 넣어 주세요. 또 훈련 일지를 쓸 때 "오늘 몇 m"만 적지 말고, "100m당 평균 페이스와 휴식 시간"을 같이 적는 게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숫자가 가장 정직한 성장 지표가 됩니다.

철인3종에서는 수영이 전체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작지만, 물에서 얼마나 힘을 아껴 나오느냐가 자전거·러닝 전체에 영향을 줍니다. 세트를 잘게 쪼개 강도를 관리하는 습관, 그게 오픈워터까지 이어지는 가장 현실적인 준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