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를 2주 앞두고 훈련량을 확 줄였습니다. 다리도 가볍고 근육통도 없습니다. 그런데 대회 사흘 전부터 목이 칼칼하고, 잠은 얕게 깨고, 출발선에서는 심장이 자꾸 뛰어오릅니다. 준비를 많이 한 사람일수록 이 낯선 무거움을 경험합니다.

원인은 대개 근육에 있지 않습니다. 최근 운동면역학 연구들은 대회 전후의 컨디션이 근육 상태보다 면역과 자율신경의 균형에서 갈린다고 말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대회 시즌에 특히 신경 써야 할 그 지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근육은 쉬었는데 왜 더 무거운가

테이퍼링의 목적은 근육 손상을 줄이고 글리코겐을 채우는 것입니다. 여기까지는 대부분 잘 됩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훈련량이 줄어도 몸이 느끼는 총부하는 줄지 않습니다. 대회 준비의 마지막 2주에는 이동과 짐 싸기, 코스 답사, 업무 마감, 가족 일정이 겹칩니다. 몸은 쉬는데 신경은 더 바빠지는 구간입니다.

몸의 방어 체계는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근육 손상도, 밤샘 작업도, 대회에 대한 과도한 긴장도 같은 통로를 통해 면역 세포의 구성을 바꿉니다. 그래서 근육 피로 지표가 좋아졌는데도 대회 당일 몸이 무거운 일이 생깁니다.

마라톤 뒤 감기 위험은 18% 높아진다

먼저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2024년에 발표된 메타분석은 마라톤 전후의 상기도 감염 발생을 비교한 일곱 편의 연구를 모았습니다. 그 결과 마라톤 이후 상기도 감염 발생이 18% 높았습니다(교차비 1.18, 신뢰구간 1.05~1.33). 연구 간 이질성은 거의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억제가 영구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2025년 마라톤 생리 리뷰는 대회 직후에 일시적인 면역 억제와 급성 염증 반응이 나타나며, 대부분의 변화가 1~3일 안에 정상으로 돌아오고 일주일 안에 마무리된다고 정리합니다. 즉 대회 전보다 대회 직후와 그 다음 2주가 더 조심할 구간입니다.

다만 원인을 운동 하나로 단정하면 틀립니다. 2020년 운동면역학 논쟁 논문은 감염 취약성이 불안, 수면 교란, 장거리 이동, 사람이 많은 환경에서의 노출, 영양 결핍, 극단적인 기온 같은 여러 요인이 겹친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운동 자체가 면역을 떨어뜨린다는 설명은 아직 논쟁 중이라는 것입니다. 이 지점이 오히려 실전에서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운동은 줄일 수 없어도 나머지 요인은 우리가 조절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면역을 흔드는 것은 운동만이 아니다

가장 강한 근거를 가진 요인은 수면입니다. 건강한 성인 153명을 14일간 관찰한 뒤 감기 바이러스를 코에 넣어 감염 여부를 본 연구에서, 평균 수면이 7시간 미만인 사람은 8시간 이상인 사람보다 감기에 걸릴 확률이 2.94배 높았습니다. 손목 활동량계로 잰 수면을 사용한 후속 연구에서는 5시간 미만이 4.5배까지 올라갔습니다. 수면의 총량이 문제였고, 중간에 깨는 횟수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심리적 스트레스도 숫자로 확인됩니다. 394명에게 호흡기 바이러스를 접종한 고전적인 연구에서 감염률은 스트레스 수준에 따라 74%에서 90%까지, 실제 감기 증상 발생률은 27%에서 47%까지 단계적으로 올라갔습니다. 스트레스가 세면 증상도 늘어나는 용량-반응 관계였습니다. 대회를 앞두고 긴장하는 것이 단순히 기분 문제가 아닌 이유입니다.

대회 2주 전, 실제로 챙길 것

여기서부터는 실전입니다. 철인3종 대회는 마라톤보다 짧지만 강도가 높고, 수영에서 나온 젖은 몸으로 자전거를 타는 구간이 있습니다. 감기 위험을 낮추는 관리도 이 구조에 맞춰야 합니다.

  • 수면을 7시간 아래로 내리지 않습니다. 대회 2주 전부터 취침과 기상 시각을 고정합니다. 부족한 잠은 대회 전날 몰아자려 하지 말고 최소 일주일 전에 채워 둡니다.
  • 몸을 차갑게 두지 않습니다. 아침저녁 훈련과 대회장 이동 시 장갑과 모자를 챙깁니다. 10월 말 국내 대회는 출발 전 대기 시간이 길고 일교차가 큽니다. 대기 중에는 긴 옷을 입고, 몸이 식으면 움직여서 데웁니다.
  • 수영 뒤 젖은 몸을 오래 두지 않습니다. 전환 구간에 마른 양말과 상의를 준비해 두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웻수트 안쪽이 젖은 채로 바람을 맞는 상황이 가장 좋지 않습니다.
  • 대회 2주 전에는 사람 많은 실내 일정을 줄입니다. 연말 모임, 지하철 출퇴근, 대형 마트처럼 피할 수 있는 노출은 미룹니다. 손 씻기는 여전히 가장 값싼 대비입니다.
  • 영양은 평소대로 유지합니다. 대회 직전에 새로운 보충제를 시작하지 않습니다. 면역 관련 보충제 연구는 존재하지만 결과가 일관되지 않고, 위장 장애로 대회를 망칠 위험이 이득보다 큽니다.

대회 전날 잠이 오지 않을 때

대회 전날 밤에 잠이 안 오는 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긴장 상태에서는 각성 작용을 하는 호르몬이 분비되어 잠이 자연스럽게 밀려납니다. 억지로 자려고 누워 뒤척이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됩니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방식은 이틀 전에 몰아서 자두는 것입니다. 하루 정도의 얕은 잠은 기록에 결정적이지 않지만, 이틀 전의 깊은 잠은 다음 날까지 남습니다. 전날 밤에는 "잘 자지 못해도 괜찮다"는 전제를 미리 받아들이고, 조명을 낮추고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정도로 마무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긴장을 푸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기, 가벼운 산책, 호흡을 길게 내쉬는 연습처럼 평소에 효과를 본 방법을 미리 정해 두십시오. 대회장에서 처음 시도하는 이완법은 잘 듣지 않습니다.

결승선 뒤 2주가 진짜 고비다

대회가 끝나면 긴장이 풀리면서 방어 체계가 가장 흔들립니다. 앞서 본 18%라는 숫자도 대회 이후를 가리킵니다. 결승선을 통과한 뒤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오래 머무는 일, 축하 자리에서의 음주와 수면 부족이 겹치면 감기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마라톤 선수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연구에서는 우유 음료에 담은 불용성 베타글루칸을 대회 45일 전부터 45일 후까지 섭취한 군에서 상기도 감염 증상의 심각도와 증상 지속일이 위약군보다 낮았습니다. 다만 같은 연구에서 용해성 베타글루칸은 차이가 없었습니다. 종류에 따라 결과가 갈린다는 뜻이므로, 특정 제품을 권하는 근거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결승선 이후에 더 확실한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대회 다음 날부터 사흘은 잠을 충분히 자고, 몸이 뜨겁거나 목이 아플 때는 훈련을 미루는 것입니다. 회복주를 이틀 앞당기는 손실보다, 감기로 일주일을 잃는 손실이 훨씬 큽니다.

대회 전 2주는 더 강해지는 시간이 아니라, 만들어 둔 것을 흘리지 않고 옮기는 시간입니다. 근육 점검표에 수면과 긴장 항목을 한 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대회 당일의 몸은 조금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