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핑한 적 없고, 앞으로도 없습니다. 그런데 18개월 정지를 받았습니다." 지난 7월 8일 프로 은퇴를 선언한 영국 장거리 철인3종 스타 조 스키퍼가 9월 4일, 뜻밖의 소식을 전했습니다. 도핑방지 규정 위반(ADRV)으로 18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금지약물 양성반응이 아니라 '소재지(whereabouts) 신고 실패'가 이유라는 사실입니다.
스키퍼는 은퇴 선언 당시 "정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2012년 챌린지 바르셀로나에서 첫 아이언맨을 완주한 뒤 아이언맨 텍사스 포디움, 장거리 세계선수권 포디움, 영국 아이언맨 기록 경신, 영국 선수 최초 8시간 벽 돌파, 서브7 도전, 콜린스컵 우승팀, 코나 5위까지. 장거리 철인3종을 대표하는 이름이었습니다.
3회 실패가 만든 자격정지
세계도핑방지규약(WADA 코드)에 따르면 등록 테스트 풀(RTP)에 속한 선수는 1년 내내 특정 시간대의 위치를 정확히 신고해야 합니다. 도핑검사관이 불시에 찾아가 검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12개월 안에 '검사 불응(missed test)' 또는 '신고 누락(filing failure)'이 3회 누적되면, 약물 양성반응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규정 위반이 됩니다. 스키퍼는 2016년 1월부터 아이언맨 테스트 풀에 등록돼 있었습니다. 커리어 내내 40회가 넘는 도핑검사를 받았고 단 한 번도 양성반응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전해진 사연 — 실수였을까
스키퍼의 제재는 2026년 5월 18일로 소급 적용돼 2027년 11월 17일까지입니다. 2025년 5월 15일 이후의 모든 경기 결과도 말소됐습니다. 관련 팟캐스트 진행자가 전한 세 건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 첫 번째: 노리치 자택에서 지정된 검사 시간에 테스터가 방문했지만, 스키퍼는 400km 라이딩 훈련차 두 시간 거리에 있었습니다.
- 두 번째: 70.3 오션사이드 출전 중 숙소 위치를 변경했다가 귀국 후 원래 위치로 되돌리며 미국 숙소를 그대로 둔 채 신고를 마친 행정 실수로 알려졌습니다.
- 세 번째: 프랑스 퐁로뮈 훈련 캠프에서 캠프 기간 내내 위치를 바꿔야 했는데 하루만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수였다, 하지만 책임은 진다"
스키퍼는 항소했지만 9월 3일 기각 통보를 받았고, 이튿날 직접 입장을 밝혔습니다. "내 잘못이다. 정리하는 습관이 부족했다. 규정의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요지입니다. 다만 "이 일로 내 이미지나 유산이 오염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호소했습니다.
제재의 무게는 실질적입니다. 2025년 9월 7일 70.3 크노커-헤이스트 5위 상금(약 170만 원)과 올해 아이언맨 남아공 준우승 상금(약 2,000만 원)을 반환해야 합니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와 협약을 맺은 하이록(Hyrox) 경기 출전도 정지 기간에는 제한될 수 있어, 그가 준비 중이던 '서브 60' 프로젝트에도 차질이 예상됩니다.
소재지 제도는 선수를 '범죄자'로 보는 시스템이 아니라, 모두가 공정하게 뛰기 위한 예방 장치입니다. 규정은 선의도 실수도 가려주지 않습니다. 프로의 일정 관리도 경쟁력의 일부라는 사실을 이번 사례가 다시 보여줍니다. 은퇴를 선언한 뒤에도 내려진 이 결정이, 앞으로 도핑방지 규정의 경계선을 고민하는 모든 선수에게 분명한 기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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