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7일, 전 세계 마라톤 팬들의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가 그려졌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코스로 유명한 BMW 베를린 마라톤이 개최되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특히 남다릅니다. 지난 4월 런던 마라톤에서 사상 처음으로 '공식 대회 2시간 벽'을 깬 사바스티안 사웨(케냐)가 타이틀 방어에 나서면서, 베를린의 새 역사가 또 한 번 쓰일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베를린은 1998년 이후 무려 9개의 마라톤 세계기록이 탄생한 '기록의 성지'입니다. 평탄한 코스와 선수들의 페이스메이킹 시스템, 그리고 시원한 9월의 날씨가 어우러져 매년 세계기록 도전의 무대가 됩니다. 올해는 남자부 세계기록 보유자와 여자부 '전 기록 보유자'가 한자리에 모이는 특별한 해입니다.
사웨, 1시간 59분대를 또 넘어설까
사바스티안 사웨(31)는 올해 4월 런던 마라톤에서 1시간 59분 30초를 기록하며 마라톤 역사를 새로 썼습니다. 공식 대회에서 인간이 2시간 벽을 깬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놀라운 점은 그가 마라톤 데뷔전에서 이 기록을 세웠다는 사실입니다. 사웨는 원래 하프 마라톤과 산악 달리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선수로, 데뷔전에서 곧바로 세계 최고가 된 이례적인 케이스입니다.
- 작년 베를린 우승: 사웨는 지난해 9월 베를린에서 더운 날씨 속에서도 2시간 2분 16초를 기록하며 우승했습니다. 일본의 아키라 선수를 약 4분 차이로 따돌린 압도적인 레이스였습니다.
- 기록 도전 가능성: 베를린은 사웨가 런던 기록을 세울 때보다 조건이 좋은 코스로 평가받습니다. 세계육상연맹과 대회 주최 측도 "10번째 세계기록이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숨기지 않습니다.
여자부, 아세파의 세계기록 탈환전
여자부의 관심은 단연 티그스트 아세파(에티오피아)에게 쏠립니다. 아세파는 2023년 베를린에서 2시간 11분 53초를 기록하며 당시 세계기록을 2분 넘게 앞당긴 주인공입니다. 베를린에서만 두 차례 우승한 이 코스의 '지배자'이기도 합니다.
- 런던에서의 아쉬움: 아세파는 올해 런던 마라톤에서 여자부 단독 레이스 기록(우먼 온리)을 2시간 15분 41초로 낮췄지만, 정작 '전체 세계기록'은 되찾지 못했습니다. 현재 여자 마라톤 전체 세계기록은 다른 선수의 손에 있습니다.
- 베를린 복수전: 아세파는 9월 27일 베를린에서 전체 세계기록 탈환을 정조준합니다. "기록이 도망간 곳에서 다시 잡겠다"는 각오로 알려졌습니다.
- 경쟁자들: 디펜딩 챔피언 로즈메리 완지루, 2023년 보스턴 우승자 아마네 베리소, 독일의 에스터 파이퍼 등 2시간 20분 이내 기록 보유자 8명이 출전을 확정했습니다.
기록을 향한 숫자들
올해 베를린 마라톤의 엘리트 필드는 역대 최고 수준입니다.
- 엘리트 67명 중 남자 25명이 2시간 8분 이내 기록 보유자입니다.
- 여자부 2시간 20분 이내 기록 보유자 8명이 나란히 출전합니다.
- 일반 참가자 약 6만 명이 160개국에서 모여 브란덴부르크문을 향해 달립니다.
단순한 숫자로 보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들의 축제'라는 말이 아깝지 않습니다. 일반 러너와 세계 최정상 엘리트가 같은 코스, 같은 날, 같은 결승선을 공유하는 흔치 않은 대회이기도 합니다.
한국 러너에게 베를린이 특별한 이유
베를린 마라톤은 한국 마라토너들에게도 가장 인기 있는 해외 대회 중 하나입니다. 매년 수백 명의 한국 러너가 출전하며, 기록 도전에 나서는 '서브 3' 주자들의 단골 무대로 꼽힙니다.
- 기록에 유리한 조건: 해발 고도가 낮고 코스가 평탄하며, 9월 말의 기온이 10도 후반에서 20도 초반으로 유지돼 기록용 컨디션을 만들기 좋습니다.
- 추첨제 대회: 베를린은 추첨제로 운영되며, 한국 러너들은 대회 공식 파트너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참가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기록의 축제
사웨가 런던에서 세운 1시간 59분 30초는 앞으로 수년간 깨지기 어려운 '벽'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베를린은 그 벽에 가장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무대입니다. 사웨가 스스로의 기록을 넘어 '1시간 58분대'에 도전할지, 아세파가 전체 세계기록을 되찾아올지, 아니면 예상 밖의 깜짝 주인공이 탄생할지 — 9월 27일,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그 답이 나옵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28일 오후에 열리는 경기라 주말 오후를 달구기에 충분합니다. 기록의 성지에서 펼쳐질 새로운 역사, 놓치기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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