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2일, 대구스타디움에 전 세계 106개국에서 11,100명의 선수와 임원이 모였다. 35세부터 106세까지, 나이도 국적도 제각각인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유는 단 하나다. 달리고, 뛰고, 던지기 위해서.
2026 대구세계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WMAC Daegu 2026)가 9월 3일까지 열리고 있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같은 엘리트 무대가 아니다. 35세 이상이면 누구나 연령대별로 참가할 수 있는 생활체육 중심의 국제 대회다. 하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기록과 이야기는 엘리트 스포츠 못지않은 감동을 전하고 있다.
106세, 원반을 던지다
대회 최고령 참가자는 태국의 사왕 잔프람(Sawang Janpram), 106세다. 그가 남자 M105 원반던지기에서 기록한 7.59m는 세계신기록이다. 106세의 나이에 원반을 들어 올리고, 회전하고, 던지는 그 동작 하나하나가 그 자체로 기록이다.
잔프람의 금메달은 이번 대회가 단순한 경쟁을 넘어 '평생 스포츠'로서 육상의 가치를 증명하는 상징이 됐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35세부터 106세까지 다양한 세대의 선수들이 각자의 목표를 향해 도전하며 평생 스포츠로서 육상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5개의 세계신기록, 나이를 지운 질주
개막 일주일 만에 벌써 5개의 세계신기록이 쏟아졌다. 남자 M80 100m에서 미국의 켄톤 브라운, 남자 M65 100m에서 영국의 B. 존 라이트, 남자 M65 2000m 장애물에서 미국의 리처드 리, 여자 W70 80m 허들에서 태국의 솜상가 분녹이 각각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80세에 100m를 달리고, 65세에 2000m 장애물을 넘는 선수들. 젊은 엘리트 선수들의 기록과는 다른 차원의 감동이다. 세월 앞에서도 멈추지 않는 인간의 신체 능력에 대한 증명이기도 하다.
한국 선수들의 금빛 질주
한국 선수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71세의 신행철 선수는 남자 M70 5000m 금메달을 포함해 대회 3관왕에 올랐다. 한 종목 우승도 쉽지 않은데, 세 종목에서 정상에 선 그의 체력과 꾸준함은 경이롭다.
개막 이틀째인 23일에는 52개국 1,330명이 10km 도로 경주에 출전했다. M40 한현준 선수가 34분 17초로 한국 선수 중 가장 빠른 기록으로 전체 11위를 차지했다. 40대의 나이에 10km를 34분대에 주파하는 기록은 상위권 동호인 러너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만한 기록이다.
장대높이뛰기에서는 올림픽 국가대표 출신 김철균 선수가 대한민국 첫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선수단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대회 이모저모 — 90세 단거리 주자부터 35세 134명까지
특별한 이야기도 많다. 국내 최고령 참가자인 90세 김명락 선수는 100m를 완주했다. 기록보다 완주 자체가 승리인 순간이다. 한편 최연소 연령대인 35세 참가자는 134명이며, 이 가운데 한국 선수가 85명이다. 비교적 젊은 30대 중반의 생활체육인들이 국제 대회 무대에 도전하는 모습은 국내 마스터즈 스포츠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자 W75 5000m에서는 '올해의 선수상' 수상 경력이 있는 사라 로버츠(영국)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75세에 5000m를 달려 금메달을 따는 그녀의 레이스는 이번 대회의 정신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다.
마스터즈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이번 대구 대회는 단순한 메달 경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106세 참가자가 원반을 던지고, 80세 스프린터가 100m 세계신기록을 쓰며, 71세 한국 선수가 3관왕에 오르는 모습은 스포츠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기록은 젊은 선수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꾸준히 움직이고, 도전하는 삶이라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11,100명의 참가자들이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다. 대회는 9월 3일까지 이어진다. 대구스타디움을 찾는다면, 트랙과 필드 위에서 펼쳐지는 진짜 '철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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