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엘타 7스테이지 — 국왕 서거 날, 레크네순드가 바친 가장 아름다운 우승
2026 부엘타 아 에스파냐 7스테이지가 단순한 경기 결과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8월 28일,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89세)의 서거 소식이 전해진 날, 노르웨이 팀 우노-X 모빌리티(Uno-X Mobility)의 안드레아스 레크네순드가 스테이지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 사이클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2위도 같은 팀의 토비아스 할란드 요한네센이 차지하며, 노르웨이에게 이날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되었다.
시작부터 달랐던 하루 — 묵념으로 열린 스테이지
바이 d'알바(Vall d'Alba)에서 아라몬 발데리나레스(Aramón Valdelinares) 스키 리조트까지 이어지는 149.8km의 산악 스테이지. 누적 고도 상승만 3,572m에 달하는 이번 대회 최고난도 코스였다. 그러나 그날 아침, 모든 선수들의 머릿속에는 경기 전략보다 더 무거운 소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유럽 최장수 군주였던 하랄 5세의 별세 소식은 이른 아침 팀 버스에 전해졌다. 출발선에서는 1분간 묵념이 진행되었고, 우노-X의 8명 전원과 넷컴퍼니-이네오스의 노르웨이 선수 엠브레트-스베스타드-보르셍이 헬멧을 벗고 최전열에 섰다. 모두 검은 완장을 착용한 채였다.
6km 솔로 어택, 그리고 기적 같은 1-2 피니시
경기가 시작되자 우노-X는 처음부터 공격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레크네순드는 결승선 6km를 남기고 솔로 어택을 감행했고, 아무도 그를 따라잡지 못했다. 3시간 49분 47초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레크네순드는 34초 차로 자신의 팀 동료 요한네센을 따돌렸다. 그란투르 스테이지 첫 우승이었다.
3위는 스테이지 내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바우트 반 아르트(Wout van Aert, 비스마-리스어바이크). 반 아르트는 중간 스프린트도 석권하며 포인트 분류 선두로 올라섰다.
"국왕을 위해 달린다" — 감동의 소감
경기 후 요한네센은 검은 완장을 한 채로 말했다. "스포츠 디렉터가 '오늘은 국왕을 위해 달리자'고 했을 때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우리가 국왕을 자랑스럽게 해드렸다고 생각한다. 팀으로서 이런 방식으로 해낸 게 꿈만 같다."
레크네순드 역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아침에 소식을 듣고 버스에서 우리는 더욱 동기부여가 되었다. 오늘을 기억할 만한 하루로 만들기 위해 제대로 싸우자고 했다. 부엘타 우승이 더 큰 그림에서는 작은 일일 수 있지만, 국왕께서 스포츠에 정말 관심이 많으셨다는 걸 알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보여드릴 수 있는 최고의 존경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노-X의 역사적인 시즌
이번 우승은 우노-X 모빌리티에게 여러 의미로 특별하다. 2017년 창단된 이 팀은 노르웨이와 덴마크 선수만으로 구성된 민간 주도의 국가대표 프로젝트다. 올 시즌 처음으로 월드투어에 승격된 그들은 이제 지로 디탈리아, 투르 드 프랑스, 부엘타 아 에스파냐 — 3대 그란투어에서 모두 스테이지 우승을 기록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투르에서는 토르스테인 트레엔(Torstein Træen)이 이틀간 선두를 지키기도 했다.
레크네순드는 "팀의 성장이 정말 놀랍다. 우리는 모든 레이스에 큰 야망을 가지고 간다"고 말했다.
2023 지로 마리아 로자보다 값진 승리
레크네순드에게 이번 스테이지 우승은 2023년 지로 디탈리아에서 5일간 마리아 로자(종합 선두)를 입었던 순간보다 더 값지다. 그는 "마리아 로자는 정말 좋은 기억이지만, 이 스테이지 우승은 내 커리어에서 빠져 있던 마지막 퍼즐 조각 같다"고 털어놓았다.
"부엘타에서의 스테이지 우승이 큰 목표였고, 여러 번 근접했었다. 올해 지로에서도 2위만 세 번이었다. 드디어 큰 승리를 거둘 수 있어서 정말, 정말 뜻깊다."
포가차르, 또 격차를 벌리다
종합 순위 싸움에서도 타데이 포가차르(UAE 팀 에미리츠 XRG)는 멈추지 않았다. 포가차르는 결승 직전 GC 경쟁자 그룹에서 어택을 감행해 16초를 추가로 벌렸다. 이제 포가차르의 종합 선두 격차는 2위 엔리크 마스(무비스타)와 3분 50초, 3위 프리모시 로글리치(레드불-보라-한스그로헤)와 4분 50초까지 벌어졌다.
4위로 올라선 펠릭스 갈(데카트론 CMA CGM)은 로글리치와의 격차를 11초까지 좁히며 포디엄 진입을 노리고 있다.
남은 여정
부엘타는 이제 반환점을 돌아 후반부로 접어든다. 포가차르의 독주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가운데, 2~5위권 경쟁과 스테이지 승리를 노리는 중하위권 팀들의 반격이 남은 일정의 관전 포인트다. 우노-X에게는 이미 충분히 역사적인 부엘타지만, 그들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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