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월드투어 캘린더는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 지방의 작은 마을 플루아예(Plouay)로 향한다. 올해로 90회를 맞는 브르타뉴 클래식(Bretagne Classic - CIC)이다. 228km, 도합 약 2,900m의 업힐이 기다리는 이 레이스는 단순한 스프린터들의 무대가 아니다. 브르타뉴의 좁고 굴곡진 시골길은 순수한 스피드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곳이다.

코스 — 플루아예에서 플루아예까지 228km

올해 코스는 228km로, 지난해 마라톤급 장거리보다는 다소 짧아졌지만 대신 피니시 서킷에 집중도를 높였다. 16.6km 서킷을 4바퀴 돌며, 서킷 안에는 코트 드 티 마렉(1.3km, 평균 5.3%)과 코트 드 르조(1.2km, 평균 4.4%)가 자리한다. 마지막 바퀴에서는 티 마렉만 오르고 결승선까지는 약 5km.

결승선 직전의 오르막 drag 구간이 특징이다. 완만하지만 지친 다리에는 치명적일 수 있는 이 구간 덕분에, 단순한 스프린트보다는 업힐 스프린트에 가까운 피니시가 펼쳐지는 경우가 많다. 2025년 우승자 아르노 드 리(Arnaud De Lie)도 축소된 스프린트에서 승리했다.

필립센 vs 마니에 — 스프린트의 두 기둥

이번 대회의 가장 확실한 우승 후보는 두 명의 빠른 남자다.

재스퍼 필립센(Jasper Philipsen)은 직전 르뉴위 투어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절정의 폼을 입증했다. 순수 스피드로는 현 월드투어 최상위권에 속하고, 짧은 언덕도 소화할 수 있는 올라운드 스프린터다. 알페신-드쾨닝크 팀은 필립센을 위해 경기를 컨트롤할 가능성이 높다.

폴 마니에(Paul Magnier)는 소달 퀵스텝의 새로운 스프린트 카드다. 젊지만 이미 여러 차례 업힐 피니시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브르타뉴 클래식 같은 언덕이 섞인 피니시에서 마니에의 폭발력은 필립센에게도 위협적이다.

이 두 팀이 레이스 컨트롤의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지만, 다른 팀들도 스프린트를 노릴 만한 카드를 갖췄다. 마이클 매튜스와 안드레아 벤드라메(제이코), 로렌스 피시(레드불), 마이크 튜니센(아스타나)도 생존한다면 포디엄 경쟁에 합류할 수 있다.

펀처들의 반란 — 그레구아르와 크리스텐

스프린트로 끝날지, 아니면 클래식 스페셜리스트의 반란이 성공할지는 이 레이스의 오래된 긴장감이다.

로맹 그레구아르(Romain Grégoire)와 얀 크리스텐(Jan Christen)은 현재 월드투어에서 가장 정교한 펀처로 꼽힌다. 마지막 티 마렉에서의 한 방이면 스프린터들을 떨궈내기에 충분하다. 프랑스 홈 그라운드에서 열리는 레이스인 만큼 그레구아르의 동기부여는 특히 높을 것이다.

폴 라페이라, 마티아스 바첵, 제노 베르크모스, 그리고 2021년 우승자 브누아 코네프루아도 서킷에서 폭발적인 어택을 걸 수 있는 선수들이다. 이들이 마지막 랩에서 협력하거나 연속 어택을 펼친다면, 스프린터 팀들의 컨트롤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변수 — 브르타뉴 길의 기술적 특성

프로필만 보면 그렇게 험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브르타뉴 클래식의 진짜 난이도는 숫자에 드러나지 않는다.

좁은 시골길, 끊임없이 이어지는 코너, 짧지만 급격한 업힐 구간들 — 포지셔닝 싸움이 일반 평지 레이스보다 훨씬 치열하다. 후미로 밀리면 재진입이 거의 불가능한 구간이 수없이 많다. 루이 바레, 티시 베노트, 미카엘 발그렌 같은 클래식 전문가들이 가장 거친 레이스를 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킷 구간에서의 전환 타이밍도 중요하다. 업힐 직후 또는 코너 탈출 직후의 어택이 가장 위험하다. 선수들 간의 암묵적 협력과 배신이 실시간으로 오가는, 전략적 깊이가 깊은 레이스다.

전망 — 스프린트냐, 단독 질주냐

현대 사이클링에서는 업힐을 견디는 스프린터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필립센과 마니에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상당히 높다. 하지만 브르타뉴는 늘 예측을 배신해 왔다. 히르시, 코네프루아, 드 리처럼 단독 또는 소수 그룹으로 결승선을 통과한 우승자들의 목록이 그 증거다.

한 가지 확실한 건, 8월의 마지막 주말을 장식하는 이 90회 대회는 단순한 '평지 클래식'이 아니라는 점이다. 브르타뉴의 푸른 언덕 위에서 펼쳐질 228km의 드라마, 놓치기 아까운 레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