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후, 프랑스 피레네 산맥의 하늘이 급변했다. 174km를 달려 폰-로뮤(Font-Romeu) 정상에서 끝날 예정이던 부엘타 에스파냐 3스테이지가 갑자기 쏟아진 거대한 우박에 삼켜졌다. 결승선까지 15km를 남겨둔 시점이었다. 주최 측은 곧바로 "선수 안전을 위해 스테이지를 취소한다. 오늘의 우승자도, 시상식도 없다"고 발표했다.

몽-루이 고개에서 시작된 혼란

이날 스테이지는 지중해 연안의 그뤼상에서 출발해 피레네 산맥의 해발 1,800m 정상으로 향하는 본격적인 산악 코스였다. 초반은 따뜻하고 맑은 날씨 속에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린 저지를 입은 에단 헤이터를 포함한 6명의 선수가 브레이크어웨이를 형성했고, 케른파마의 마츠 벤첼과 XDS 아스타나의 로렌초 포르투나토가 펠로톤에서 뛰쳐나와 선두권을 형성했다.

하지만 펠로톤이 몽-루이 고개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중계 헬리콥터조차 더 이상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기상이 악화됐다. 거대한 우박이 아스팔트 위로 쏟아지기 시작했고, 선수들은 얼굴과 팔을 가린 채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포가차르가 직접 멈춰 세웠다

레드 저지를 입은 타데이 포가차르는 펠로톤 선두에서 손짓으로 경기 중단을 요청했다. 그랜드투어 3관왕에 도전 중인 그로서는 이날 산악 피니시에서 다시 한 번 우위를 증명하려 했지만, 자연 앞에서는 무력했다. 선수들은 비틀거리며 자전거에서 내렸고, 길가의 대형 건물 — 한 호텔이었다 — 로 우르르 몰려가 몸을 피했다.

현장 사진에는 결승선에 두꺼운 우박이 쌓여 하얗게 변한 도로와, 비에 흠뻑 젖은 채 호텔 로비로 들어서는 선수들의 모습이 담겼다. 174km 중 159km를 달린 시점이었기에 허무함은 더 컸다.

GC 판도는 그대로, 하지만 4스테이지가 기다린다

스테이지가 취소되면서 종합 순위에는 변동이 없다. 포가차르가 9초 차로 2위 바우터 반 아르트를 앞서고, 영국의 신예 맷 브레넌이 10초 차로 3위를 유지한다. 브레넌은 개막 스테이지에서 21세 나이로 깜짝 우승을 차지한 선수다.

화요일 열리는 4스테이지는 안도라 라 베야를 출발해 안도라로 돌아오는 1급 산악 3개가 포함된 코스다. 우박이 지나간 자리에서 포가차르가 다시 한 번 클라이밍 능력을 과시할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또 한 번 부엘타를 뒤흔들지 주목된다. 이번 부엘타에서 포가차르는 투르 드 프랑스, 지로 디탈리아에 이어 그랜드투어 3관왕을 노리고 있다.

과거에도 있었던 부엘타 기상 중단

부엘타에서 악천후로 스테이지가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에도 피레네 산맥 구간에서 강풍과 폭우로 경기가 중단된 적이 있고, 2024년에는 안개로 인해 산악 정상 피니시가 하산 지점으로 변경되기도 했다. 하지만 결승선을 불과 15km 남겨둔 지점에서 우박으로 인해 스테이지 전체가 무효 처리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이날 우박의 크기는 직경 2~3cm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이클 선수들의 헬멧과 얇은 저지로는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실제로 펠로톤 후미에서는 여러 선수가 우박을 맞고 팔과 어깨에 멍이 들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UAE 팀 에미리츠의 스포츠 디렉터는 "선수 안전을 생각하면 중단은 당연한 결정이었다. 저런 우박 속에서 시속 60km로 내리막을 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점점 더 극단적으로 변하는 기후

이번 부엘타 3스테이지 취소는 단순한 날씨 탓으로만 보기 어렵다. 최근 몇 년 사이 프로 사이클링 무대에서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으로 인한 경기 중단이 빈번해지고 있다. 지난해 지로 디탈리아에서도 눈보라로 스테이지가 단축된 바 있고, 투르 드 프랑스에서도 산악 구간의 우박과 산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8월 말 피레네 산맥에서 이 정도 규모의 우박 폭풍은 분명 이례적이다. 선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주최 측의 결정은 옳았지만, 앞으로 그랜드투어 일정을 설계할 때 기후 리스크를 더 정밀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나코에서 시작해 마드리드로 향하는 이번 부엘타의 여정은 앞으로 9월 13일까지 이어진다. 산이 우리 편일 때도 있지만, 오늘만큼은 산이 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