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처음으로 스페인 땅을 밟지 않고 시작된 부엘타 에스파냐. 2026년 대회는 모나코의 화려한 카지노 광장에서 출발 신호를 울렸다. 1일차 9.4km 개인타임트라이얼(ITT)은 포가차르가 자신의 '홈' 코스에서 펼친 쇼였고, 2일차 긴 평지 스테이지는 21세 영국 신예의 탄생을 알렸다. 이틀 만에 벌써 여러 이야기거리를 쏟아낸 이번 부엘타, 앞으로 3주가 더 기대된다.

1일차 모나코 ITT, 0.09초의 명승부

8월 22일 토요일 저녁, 모나코 거리는 부엘타 개막을 알리는 자전거 엔진 소리로 가득 찼다. 9.4km의 기술적인 코스는 좁은 길과 급커브가 반복되는 까다로운 구간이었다. 특히 포가차르가 모나코에 거주하는 만큼, 이 코스는 그의 일상 훈련 루트이기도 했다.

선두 주자로 나선 에단 헤이터(수달 퀵스텝)는 10분 57초의 기록을 세우며 평균 시속 51.5km를 기록, 당당히 예비 1위에 올랐다. 당시로서는 가장 빠른 기록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주자 중 하나로 나선 포가차르가 중간 구간에서 헤이터보다 2초 뒤쳐졌음에도 막판 스퍼트로 극적으로 역전했다. 결승선에서의 기록 차이는 고작 0.09초. 자전거 경기에서도 보기 드문 초박빙 승부였다.

포가차르는 "이렇게 적은 차이로 오프닝 타임트라이얼을 이기다니, 이상한 기분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붉은색 저지(선두 상징)는 정말 예쁘다"는 소감을 남겼다. 특히 "아파트 앞을 지날 때 그 0.09초를 벌었을 것"이라며 현지 사정에 대한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이 승리로 포가차르는 자신의 36번째 그랜드투어 스테이지 우승을 기록했다. 이는 지로 6승, 투르 드 프랑스 26승, 부엘타 4승으로 구성된 대기록이다. 3위는 조슈아 타를링(넷컴퍼니 이네오스)이 4초 차이로 이름을 올렸고, 그는 영 라이더 부문 백색 저지를 입었다. 타를링은 최근 형 파이니를 잃은 비극 속에서도 출전을 결정, 이날 경기에서 뜻깊은 성적을 냈다.

2일차, 202km 대장정의 승자는 21세 신예

8월 23일 일요일, 2일차 스테이지는 모나코에서 프랑스 마노스크까지 202.1km를 달리는 긴 코스였다. 총 3,020m의 고도를 오르는 롤링 코스로, 가파른 산악 구간은 아니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프로필이었다.

초반에는 코엔 바우만(제이코 알울라)과 디에고 우리아르테(케른 파르마)가 도주를 시도했고, GC 2위 헤이터가 이에 합류해 4인 도주 그룹을 형성했다. 뒤에서는 비스마-리스어바이크가 반 에어트의 선두 탈환을 위해 열심히 추격에 나섰다.

중간 스프린트 구간(166.2km 지점)에서 헤이터가 1위로 통과하며 6초의 보너스 타임을 따냈지만, 이것이 오히려 포가차르의 레드 저지를 위협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후 헤이터는 주전에 흡수되었고, 결승까지 2km를 남기고 완트 반 에어트(비스마-리스어바이크)가 강력한 공격을 펼쳤다.

포가차르가 반 에어트를 따라붙었고, 알레산드로 로멜레(XDS 아스타나)가 합류하며 3인 추격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주전이 곧 따라붙었고, 마지막 순간에 매튜 브레넌이 폭발적인 스퍼트를 선보였다. 21세 2주 된 브레넌은 자신의 첫 그랜드투어 데뷔전에서 첫 우승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2위는 파우 미켈(바레인 빅토리어스), 3위는 포가차르가 차지했다.

조슈아 타를링, 비극 딛고 선전

이번 부엘타의 가장 감동적인 스토리는 단연 조슈아 타를링이다. 그는 대회 개막 직전 형 파이니를 잃는 비극을 겪었지만, 팀과의 논의 끝에 출전을 결정했다. 1일차 ITT에서 3위를 기록하며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고, 2일차에서도 8위로 무난히 마쳤다.

네트컴퍼니 이네오스의 베테랑 제라인트 토마스는 "그를 다시 여기서 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다. 그는 정말 경기에 나서고 싶어 했고, 평소와 같은 훈련 과정과 팀 환경에서 위안을 찾으려 했다. 그가 일주일 동안 겪은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 성적은 정말 경이롭다"고 말했다.

포가차르의 3주, 첫 번째 고비는 3일차

2일차가 끝난 현재 종합 순위는 포가차르가 레드 저지를 유지하고 있다. 반 에어트가 9초 차이로 2위, 브레넌이 10초 차이로 3위에 올라 있다. 3일차에는 본격적인 산악 스테이지가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 퐁-로뮤까지 180km 구간, 중간에 1급 산악 구간이 포함된 험난한 코스다.

포가차르는 "레드 저지를 3주 동안 유지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미 내일이면 일부 선수들이 도주하거나 보너스 초로 저지를 빼앗아 갈 수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2026 부엘타 에스파냐는 9월 13일까지 3주간의 대장정을 이어간다.

한국 사이클 팬들이 주목할 점

부엘타는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그랜드투어지만, 올해는 특히 볼거리가 많다. 포가차르가 지로-투르-부엘타 3관왕에 도전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단 세 명(에디 머크스, 베르나르 이노, 크리스토퍼 프로므)만이 해낸 대기록이다. 2일차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한 매튜 브레넌은 21세의 나이로 벌써부터 차세대 스프린터로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사이클을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이번 부엘타, 특히 3일차 산악 스테이지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