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나스 빙가고는 2026년 시즌을 화려하게 열었습니다. 5월 지로 디탈리아를 우승한 데 이어 7월 투르 드 프랑스에서는 바르셀로나 팀 타임트라이얼 19.6km를 제패하며 옐로 저지를 입었습니다. 그의 손에 쥐어진 세르벨로 S5는 올해 가장 큰 변화를 겪은 프로 바이크 중 하나입니다. 작년 7.385kg이던 무게를 6.8kg까지 끌어내렸기 때문입니다. 그 숫자는 우연이 아닙니다. UCI가 정한 경기용 자전거 최저 중량 한계가 정확히 6.8kg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2026 투르에서 빙가고가 사용한 S5의 셋업을 뜯어보며, '가볍게 만드는 기술'과 '빠르게 만드는 기술'이 어떻게 절충되는지 정리해 봅니다.

한눈에 보는 셋업

항목 셋업
프레임 세르벨로 S5 (사이즈 51)
핸들바 36cm (센터 투 센터, 드롭 40cm)
스템 120mm
구동계 SRAM 레드 AXS 1x (52t 체인링, 10-36t 카세트)
페달 와후 스피드플레이 에어로
리저브 42/49
타이어 비타리아 코르사 프로 스피드 TLR (앞 30mm·뒤 29mm 규격)
무게 6.8kg

UCI 규정이 바꾼 에어로 프레임

빙가고의 S5는 최근 바뀐 UCI 규정의 수혜를 톡톡히 본 프레임입니다. 기존에는 프레임 튜브의 길이가 폭의 3배를 넘을 수 없었지만, 새 규정은 8배까지 허용합니다. 덕분에 더 깊고 얇은 에어로포일 단면의 튜브와 깊은 헤드튜브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 튜브 길이 8:1 비율은 로드 사이클링에서 가장 뜨거운 트렌드입니다. 공기 저항을 줄이면서도 강성과 무게를 동시에 잡는 구조입니다.
  • 프레임뿐 아니라 포크와 시트포스트, 심지어 크랭크 주변까지 '바람을 가르는 단면'으로 설계됐습니다.
  • 다운튜브와 헤드튜브가 만나는 부분은 특히 깊게 설계되어 앞바람을 정면에서 받아내는 구조입니다.

1x 구동계, 이제 산악 구간에서도 거리낌 없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변속기입니다. 빙가고는 SRAM 레드 AXS 1x 구동계를 장착했는데, 체인링은 52t, 카세트는 10-36t 구성입니다. 프론트 디레일러가 없으면 자전거 앞부분의 공기 저항이 줄어듭니다. 체인 캐처(chain catcher)를 달아 체인 이탈까지 대비한 세심함도 보입니다.

  • 그는 2024년 투르에서 갈리비에 고개를 오를 때도 1x를 사용한 바 있습니다. 이번 셋업이 단순한 평지 실험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 산악 스테이지에서도 2x로 되돌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현지 기술진의 관측입니다.
  • 52t 체인링에 10-36t 카세트면, 극한의 급경사에서도 충분히 낮은 기어비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160mm 크랭크는 페달링 궤적을 작게 해 코너링 때 땅에 닿을 위험을 줄여줍니다.

얕은 휠이 선택된 이유

작년 투르에서 빙가고는 앞 57mm, 뒤 64mm의 딥 휠을 사용했습니다. 올해는 리저브 42/49mm로 바꿨습니다. 언뜻 보면 에어로 성능의 후퇴처럼 보이지만, 목적은 분명합니다. 바로 무게 절감입니다.

  • 비타리아 코르사 프로 스피드 TLR 타이어는 앞 30mm, 뒤 29mm 규격으로 조합했습니다. 실측 폭은 앞 33.4mm, 뒤 29.9mm로 나왔습니다. 앞바퀴 림이 더 넓어 타이어가 실제로 더 부풀어 오른 구조입니다.
  • 딥 휠을 버리고 얻은 무게 이득이 전체 6.8kg 달성의 핵심이었습니다.
  • 2025년 투르 머신이 빌통 두 개와 엣지 840 컴퓨터를 포함해 7.385kg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셋업은 물통과 컴퓨터를 뺀 순수 프레임 상태에서 정확히 규정 한계에 맞췄습니다.

6.8kg의 법칙과 측정의 압박

UCI 최저 중량 규정은 대회 기간 중 아무 때나 경기 위원의 측정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6.8kg에 딱 맞춘 자전거는 측정 환경에 따라 한계 아래로 내려갈 위험을 항상 안고 갑니다. 휠 교체나 부품 마모에 따라 무게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실제로 올해 지로 돈네 우먼에서는 UCI 측정 논란으로 실격 처리된 사례가 나올 만큼 민감한 영역입니다.
  • 팀 메카닉은 대회 기간 내내 체중계와 함께 다니며, 스테이지마다 무게를 다시 확인합니다.
  • '가벼운 것이 무조건 빠른 것'은 아니라는 점도 이 셋업이 보여줍니다. 리저브 42/49mm 같은 얕은 휠은 무게는 줄지만 고속 주행에서의 관성과 안정성은 딥 휠에 밀립니다. 빙가고는 산악 스테이지가 많은 코스 특성을 고려해 균형점을 택한 것입니다.

아마추어에게 주는 실전 힌트

프로의 선택은 우리 훈련과 장비 고민에도 시사점을 줍니다.

  • 핸들바 폭 36cm는 작년과 같은 수치입니다. 좁은 핸들바는 정면 공기 저항을 줄여주지만, 장시간 타면 상체가 뭉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어깨너비에 맞는 폭을 고르는 것이 우선입니다.
  • 와후 스피드플레이 에어로 페달처럼 밑면에 딤플을 넣어 공기 저항을 줄인 페달이 시중에 나와 있습니다. 순발력이 좋은 부품 교체만으로도 체감 효과를 볼 수 있는 영역입니다.
  • 1x 구동계는 이제 철인3종과 그라벨을 넘어 로드 레이스의 대세로 자리 잡는 분위기입니다. 변속 실수를 줄이고 싶은 아마추어라면 한 번 고민해 볼 만한 선택지입니다.
  • 위 표의 셋업을 하나씩 바꿔 가며 "내 자전거라면 어디를 바꿀까"를 따져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됩니다. 무게와 에어로의 균형은 결국 코스와 체격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니까요.

빙가고의 2026 투르는 6일 차 투르말레에서 포가차르에게 2분38초를 내준 뒤, 15일 차 크래시로 아쉽게 기권으로 끝났습니다. 우승은 대회 사상 최고 평균 속도(43.2km/h)로 5번째 정상에 오른 포가차르의 몫이었습니다. 그래도 6.8kg의 S5가 보여준 기술적 실험은, 에어로와 경량화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모든 사이클리스트에게 오래 남을 교과서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