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의 어느 월요일 오후, 미국 수영 대표팀 스프린터 매트 킹이 파워 운동을 끝내고 막판 스프린트 세트에서 50야드(약 46m)를 19.2초에 갈랐어요. 훈련 영상을 본 사람들이 깜짝 놀란 이유는 간단해요. 이 기록이 대학 시절 NCAA에서 세운 그의 개인 최고(19.02초)와 불과 0.18초 차이였거든요. 피로가 쌓인 몸으로, 그것도 훈련의 맨 마지막에 거의 최고 기록에 가까운 스피드가 나온 겁니다.
단거리 선수의 '막판 스프린트'는 단순한 자랑이 아니에요. 레이스의 마지막 15m에서 터지는 결정력은 사실 대부분 훈련장에서 만들어진다고 해요. 이번 글에서는 '브리프(brief)'라 불리는 마지막 스프린트 세트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 훈련에는 어떻게 녹여낼 수 있는지 풀어볼게요.
브리프는 훈련의 마지막 페이지예요
수영 훈련을 짜는 코치들은 하루 분량을 '준비 운동 → 드릴 → 메인 세트 → 마무리' 순서로 설계해요. 그런데 미국 대학 수영에서는 메인 세트가 끝난 뒤, 훈련 시간이 거의 다 됐을 무렵에 '브리프'라고 부르는 짧고 강한 세트를 넣는 경우가 많아요. 말 그대로 간단히(brief) 끝내는 스프린트인 셈이에요.
- 피로 속에서 폼을 지키는 연습이에요. 지친 어깨와 다리로도 스트로크가 무너지지 않아야 레이스 후반이 버텨져요.
- 무산소 파워의 마지막 점검이에요. 메인 세트가 유산소 능력을 쌓았다면, 브리프는 '오늘 몸이 얼마나 빠른지'를 확인하는 자리예요.
- 정신적 루틴이에요. "이제 끝났다"고 풀어지는 대신 "마지막까지 최선"을 외우는 훈련이죠.
지친 몸이 진짜 기록을 알려줘요
흥미로운 점은 매트 킹의 19.2초가 '가벼운 몸'이 아니라 '파워 운동 직후의 피로한 몸'에서 나왔다는 거예요. 스프린트 훈련 연구에서 자주 강조되는 개념이 있는데, 바로 경기력은 '맑은 정신과 신선한 다리'가 아니라 '피로가 쌓인 상황에서도 유지되는 스피드'로 판가름난다는 거예요.
- 몸이 피로할수록 스트로크 수(레이팅)가 떨어지고 물을 미는 거리가 짧아져요. 이를 의식적으로 막아야 실제 레이스 후반에 대비할 수 있어요.
- 짧은 거리를 전력으로 반복하면 근신경이 '빠른 움직임 패턴'을 기억해요. 지구력 훈련만 반복한 선수가 막상 전력질주를 하면 몸이 당황하는 이유예요.
- 전문가들은 스프린트를 훈련 초반이 아니라 후반에 배치하라고 조언해요. 신선할 때는 누구나 빠르니까요. 지쳤을 때의 속도가 곧 레이스 막판의 속도라는 뜻이에요.
매트 킹이라는 기준점
매트 킹은 2002년생 미국 단거리 간판으로, 버지니아대학교와 앨라배마대학교를 거치며 NCAA 무대에서 이름을 알렸어요. 50야드 19.02초와 100야드 41.34초는 모두 버지니아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에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는 남자 400m 자유형 계영 대표로 나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죠.
미국 대학 수영은 25야드(약 23m) 풀을 기준으로 해요. 그래서 한국 수영장의 25m·50m와는 거리 기준이 조금 달라요. 50야드는 약 46m니까, 19.2초는 대략 46m를 전력으로 주파한 셈이에요. 기록 자체보다 주목할 점은 '훈련의 마지막 순간에 이 속도가 나왔다'는 사실이에요.
한국 단거리, 0.01초의 세계
한국에도 세계와 겨루는 단거리 스프린터가 있어요. 지유찬(대구광역시청)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자유형 50m 결승에서 21초72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어요. 이듬해 10월에는 쇼트코스(25m) 50m에서도 한국 신기록과 함께 아시아 타이 기록을 작성했어요.
50m 종목은 출발 반응 속도 0.01초가 메달을 가르는 세계예요. 그만큼 스타트와 턴, 그리고 막판 물 찍기 같은 '작은 기술'의 비중이 커요. 마스터즈 수영이나 철인3종을 준비하는 분들도 단거리 스프린트 훈련이 꼭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어요. 오픈워터에서도 결승선 부근의 스퍼트는 결국 단거리 스피드에서 나오거든요.
실전: 메인 세트 뒤 15분 스프린트
연습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간단한 설계를 소개할게요. 전체 훈련의 80%를 소화한 뒤, 마지막 15분만 이렇게 채워 보세요.
- 25m 스프린트 4~6회 — 회당 45초~1분 휴식. 처음 1~2회는 80% 강도로 폼을 점검하고, 이후 전력으로 올려요.
- 50m 하프 스프린트 2~3회 — 전반 25m를 70%로, 후반 25m를 전력으로. 레이스 막판을 그대로 흉내 내는 세트예요.
- 스트로크 수 체크 — 편안한 25m에서의 스트로크 수를 기억해 두고, 스프린트에서도 비슷한 수를 유지하려고 노력해 봐요. 스트로크가 늘어난다면 물을 미는 거리가 짧아지고 있다는 신호예요.
- 마지막 터치 의식 — 세트의 마지막 25m는 '결승선을 찍는다'고 상상하며 터치 패드를 의식해 보세요. 레이스 후반에 무너지는 자세의 80%는 마지막 5m에서 결정된다고 해요.
- 반드시 몸이 풀린 상태에서 시작하고, 레인을 함께 쓰는 다른 수영자를 배려해 주세요. 어지럽거나 호흡이 과도하게 차오르면 즉시 강도를 내려요.
훈련 기록은 대회 기록의 거울이에요. 다음 수영장에서 메인 세트를 끝내고 '마지막 25m'를 의식해 보세요. 지친 몸으로 내는 스피드가 어느새 레이스의 가장 큰 무기가 되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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