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력과 심폐가 달리기의 핵심이라는 건 주자라면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간이 달리기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분은 많지 않아요. 대회가 몰리는 시기에 유난히 집중해서 달린 뒤 감기에 잘 걸리거나, 대회 다음 날 몸이 무겁게 가라앉는 경험은 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간이 하는 일과, 달리기가 간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대회 후 회복과 건강검진 수치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지 정리해 볼게요.
간은 주자에게도 중요한 장기입니다
간은 알코올 해독만 하는 장기가 아닙니다. 몸속에서 담당하는 일이 500가지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영양소를 저장하고, 단백질을 만들고, 노폐물과 유해물질을 걸러 내는 일까지 맡습니다. 간이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지만, 반대로 70퍼센트를 잘라내도 기능을 유지할 만큼 회복력이 강합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잘 돌보지 않게 되는 장기이기도 해요.
문제는 이 강한 장기가 격한 운동에서는 생각보다 쉽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입니다. 간 기능을 좋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건강한 생활은 물론, 편안한 달리기 생활에도 도움이 됩니다.
달리면 간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듭니다
간에는 두 개의 혈관이 혈액을 보냅니다. 산소가 풍부한 혈액을 보내는 간동맥과, 장에서 흡수한 영양소가 실린 혈액이 흐르는 간문맥이에요. 특히 간문맥이 중요한 통로입니다.
간으로 들어가는 혈액의 양은 산책 정도의 운동에서는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달리기 속도가 올라가면 줄어들기 시작해, 격한 운동에서는 평소의 20퍼센트 수준까지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런 상태가 오래 이어지면 간은 산소가 부족해집니다. 혈류가 다시 돌아올 때 활성산소가 많이 생기는데, 이 과정이 반복되면 간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마라톤 뒤 혈액 검사에서 나타나는 변화
달리기 직후의 혈액 검사는 놀라울 만큼 많은 변화를 보여 줍니다. 1986년 베를린 마라톤 참가자 1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완주 직후와 이후 사흘 동안 크레아틴키나아제, 젖산탈수소효소,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 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 알칼리성 인산가수분해효소 수치가 올라갔습니다. 반대로 콜린에스테라아제, 아밀라아제,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는 일시적으로 떨어졌어요.
2021년 연구에서는 마라톤이 간과 심장 손상 지표를 함께 끌어올린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심장 손상 표지인 크레아틴키나아제 엠비와 젖산탈수소효소, 트로포닌, 그리고 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와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 알칼리성 인산가수분해효소, 총 빌리루빈, 말론디알데하이드가 모두 상승했어요. 이 연구는 흥미롭게도 열흘간의 원격 허혈 전처치 훈련이 이런 상승 폭을 줄여 준다는 결과도 함께 보고했습니다.
| 검사 항목 | 마라톤 후 변화 | 대표적인 의미 |
|---|---|---|
| 크레아틴키나아제 | 상승 | 근육 손상 |
| 젖산탈수소효소 | 상승 | 근육·조직 손상 |
| 아스파르테이트 아미노전이효소 | 상승 | 간·근육 |
| 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 | 상승 | 간세포 |
| 감마글루타밀전이효소 | 초기 감소 | 간·담도 |
간 수치가 오르는 건 대개 일시적입니다
건강검진표에서 간 수치가 올라가면 겁이 나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운동 뒤의 상승은 대개 일시적입니다. 일반 아마추어 주자의 훈련에서 간장해가 생기는 일은 드물고, 전력을 다해 완주한 대회 직후나 혹서기 강훈련에서 일시적으로 수치가 오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대회나 강훈련 직후에 건강검진을 받으면 실제보다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으니, 검진은 휴식기를 잡아서 받는 편이 좋아요. 30km를 달린 연구에서는 20km 지점부터 근육통과 젖산탈수소효소 동종효소 5가 함께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즉 수치 상승은 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근육 손상과 얽혀 나타납니다.
대회 뒤 감기와 회복 — 실전 팁
풀마라톤을 완주한 주자의 60퍼센트가 어딘가 소화기관 이상을 호소하고, 울트라마라톤이나 철인3종 경기 후에는 85퍼센트가 혈변 반응을 보인다는 외국 문헌도 있습니다. 대회 후 몸이 약해지고 감기에 잘 걸리는 것은 이런 부담이 겹치기 때문이에요.
- 회복기 영양 — 대회 후 며칠은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충분히 챙기세요. 간이 해독과 회복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 수분과 전해질 — 탈수는 간과 신장에 부담을 줍니다. 물과 전해질을 나눠서 보충하세요.
- 음주 자제 — 대회 직후의 음주는 간에 이중 부담입니다. 최소 며칠은 쉬어 주세요.
- 수면과 휴식 — 항산화 시스템은 쉬는 동안 회복됩니다. 강훈련일수록 수면을 줄이지 마세요.
항산화 시스템은 훈련으로 길러집니다
달리기가 간에 나쁜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효소 시스템이 발달합니다. 간이 가진 항산화 능력도 함께 자라서, 발생한 활성산소를 더 빨리 처리하게 돼요. 결국 중요한 것은 강도보다 꾸준함입니다. 무리한 한 번보다 규칙적인 여러 번이 몸을 지켜 줍니다.
대회가 끝난 뒤 컨디션이 오래 돌아오지 않거나 감기가 반복된다면, 휴식과 영양, 수면을 먼저 점검해 보세요. 필요하면 휴식기를 잡고 간 수치를 다시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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