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화 시장은 매년 새 모델이 쏟아집니다. 두꺼운 폼과 높은 스택이 대세가 되면서, "예전 그 신발 그대로"를 원하는 러너들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알트라 에스칼란테는 그런 러너들을 위한 몇 안 되는 모델입니다.

알트라는 2년 반 만에 에스칼란테 5를 내놨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큰 변화는 없습니다. 대신 팬들이 아쉬워했던 부분을 조용히 다듬었어요. 무엇이 그대로이고 무엇이 바뀌었는지, 어떤 러너에게 맞는지 정리해 봅니다.

에스칼란테는 어떤 신발인가

에스칼란테는 2017년 첫 모델이 나온 이래 알트라의 대표 경량 트레이너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신발의 정체성은 세 가지입니다.

  • 넓은 발볼: 알트라의 풋셰이프(FootShape) 기술로 발가락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토박스를 제공합니다.
  • 제로드롭: 뒤꿈치와 앞꿈치 높이가 같아서, 발이 지면에 가깝게 닿습니다.
  • 낮은 스택: 스택 높이가 24mm로 낮아 지면 감각이 잘 느껴집니다.

미드솔은 알트라의 에고 폼을 그대로 씁니다. 요즘 유행하는 초임계 폼에 비하면 반발력이 크지 않지만, 소비자들이 "이 느낌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해서 바꾸지 않았다고 합니다.

무엇이 바뀌었나

  • 아웃솔: 앞서 나온 4세대는 무게를 줄이려고 미드풋 아래 고무를 일부 뺐는데, 5세대는 전면 러버 아웃솔을 적용했습니다. 내구성은 좋아졌지만 그만큼 미드풋이 조금 뻣뻣해지고 무게가 40g가량 늘었습니다.
  • 인솔과 스트로벨: TPEE 소재로 바뀌어 착화감이 개선됐습니다.
  • 어퍼: 발을 감싸는 니트 소재와 슬리퍼 같은 착화감은 유지하면서, 소재를 손봤습니다.

가격은 약 17만 원으로 이전 모델과 같습니다. 알트라는 국내에 정식 유통되고 있어서, 매장에서 실착 후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달려 본 느낌

이 신발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발이 편하고, 발가락이 눌리지 않고, 지면 감각이 또렷합니다. 낮은 스택인데도 돌부리나 나뭇가지 위를 지날 때 발이 아프거나 찔리는 느낌은 크지 않았고, 미끄러짐도 없었다는 평가가 많아요. 넓은 토박스 덕분에 발볼이 넓은 러너, 무지외반증이나 지간신경종으로 신발 선택이 까다로운 러너에게 특히 잘 맞습니다.

대신 라이딩은 "요즘 기준으로는 올드하다"는 평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두툼한 슈퍼폼에 익숙한 사람이 신으면 반발력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이건 단점이라기보다 취향의 문제입니다. 지면을 느끼며 달리는 감각을 좋아하는 러너라면 오히려 반가운 선택이에요.

어퍼가 발을 꽉 감싸는 슬리퍼 같은 핏이라, 어떤 이는 아주 편안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너무 조인다고 말합니다. 발등이 높다면 반 사이즈 여유를 두고 실착해 보시길 권합니다.

트라이애슬론에서 어떻게 쓸까

이 신발은 매일 훈련용 경량 트레이너로 적합합니다. 가벼워서 템포런이나 짧은 인터벌에 잘 어울립니다. 다만 제로드롭 신발은 종아리와 아킬레스에 부담이 갈 수 있으니, 평소 힐드롭이 있는 신발을 신던 사람이라면 바로 장거리에 쓰지 말고 짧은 거리부터 적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트라이애슬론에서는 신발 교체 시간도 변수입니다. 이 신발은 어퍼가 발을 감싸는 형태라, 트랜지션에서 끈 조절 없이 빠르게 신기에는 로드 레이싱화보다 불리할 수 있습니다. 훈련용으로 쓰고, 레이스에서는 별도의 레이싱화를 쓰는 조합이 무난합니다.

정리

에스칼란테 5는 "새 신발"이라기보다 "잘 닦은 오래된 신발"에 가깝습니다. 넓은 발볼과 제로드롭, 낮은 스택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면서 아웃솔과 인솔로 내구성과 착화감을 보강했습니다. 반발력과 스피드를 원하는 러너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편안함과 자연스러운 지면 감각을 중시한다면 국내 매장에서 한 번 신어 볼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