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첫 새벽은 봄과 완전히 다른 종목입니다. 알람은 울리는데 이불 밖이 몇 도인지 상상되는 순간, 대부분의 러너는 훈련 계획을 접습니다. 그런데 겨울에 훈련이 끊기는 이유는 추위 자체가 아닙니다. 차가운 근육, 짧아진 준비운동, 거리로만 세는 목표, 어두운 노면이라는 네 가지가 겹치면서 몸과 계획이 함께 무너지는 것입니다.
겨울을 버티는 문제가 아니라 겨울을 설계하는 문제로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아래 여섯 가지는 그 설계의 순서입니다.
추위는 기록을 막지 않습니다
달리기를 시작하면 근육이 만드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이 열로 바뀌고, 피부로 가는 혈류가 늘어나면서 몸은 금세 뜨거워집니다. 실제로 근육 온도가 1도 오르면 운동 수행능력이 2~5퍼센트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즉 추위가 문제가 아니라, 충분히 데워지지 않은 근육이 문제입니다.
다만 기대치를 조정할 필요는 있습니다. 세계 주요 마라톤 기록을 분석한 연구에서 엘리트 선수들의 최적 기온은 17도 안팎이었습니다. 겨울은 기록을 깎는 시즌이 아니라 몸의 바탕을 만드는 시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기록은 봄에, 습관은 겨울에 남깁니다.
워밍업을 두 배로 늘리십시오
근육은 20분 정도 수축을 반복하면 38~39도까지 올라갑니다. 문제는 추운 날에는 이 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점입니다. 피부 혈관이 수축해 열을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바람과 젖은 옷이 냉각을 가속하기 때문입니다. 영하의 날씨에 얇은 복장으로 장시간 운동하면 관절 온도까지 떨어져 지구력이 줄어든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래서 겨울의 준비운동은 시간을 정해 두고 해야 합니다. 평소 5분이면 충분했던 사람도 10~15분은 천천히 뛰며 몸을 데우고, 그 뒤에 관절 가동 범위를 넓히는 동작을 넣으십시오. 뛰기 시작한 첫 1킬로미터는 훈련 페이스보다 확실히 느리게 달려야 합니다. 몸이 데워지기 전에 속도를 올리는 것이 동절기 부상의 가장 흔한 경로입니다.
복장에서 하나만 기억한다면, 땀에 젖은 옷은 단열 기능을 잃는다는 사실입니다. 속옷이 젖었다면 훈련을 마친 뒤 바로 갈아입으십시오. 그대로 서 있으면 근육이 빠르게 식습니다.
거리 대신 시간으로 세십시오
겨울에는 같은 페이스가 훨씬 힘들게 느껴집니다. 두꺼운 옷, 무거운 신발, 눈과 얼음이 깔린 노면, 짧아진 보폭이 모두 페이스를 끌어내립니다. 이때 거리 목표를 그대로 두면 매주 계획을 못 지키게 되고, 못 지킨 기록이 쌓이면 훈련 자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겨울에는 목표를 시간으로 바꾸십시오. 60분을 채웠다면 그날의 자극은 이미 충분합니다. 대신 강도는 잃지 않아야 합니다. 주에 한 번은 숨이 차는 구간을 넣어 심폐 자극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대화가 가능한 속도로 채우면 됩니다. 볼륨은 줄어도 강도는 남겨 두는 것이 동절기 훈련의 기본형입니다.
보폭은 좁게, 발은 자주 바꾸는 편이 유리합니다. 겅중겅중 튀는 달리기는 장딴지에 피로를 빨리 쌓고 에너지 소모도 키웁니다. 뒤에서 봤을 때 머리가 위아래로 크게 흔들리지 않는지가 좋은 기준이 됩니다. 혼자보다 둘이나 셋이 함께 달리면 속도 조절과 지속률 모두 좋아집니다.
찬 공기는 기도부터 관리합니다
영하의 공기는 차갑고 동시에 매우 건조합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쉴수록 기도 표면의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고, 그 자극이 기관지 수축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차가운 공기에서 훈련하는 선수 16명을 영하 15도에서 5킬로미터 달리게 했더니 그중 7명에게서 기관지 수축 반응이 확인된 연구도 있습니다.
예방의 핵심은 역시 워밍업입니다. 중간 강도로 10~15분을 충분히 뛰면 기도가 일시적으로 자극에 둔해지는 구간이 생깁니다. 목도리나 마스크로 입 주변을 덮어 들이마시는 공기를 데우고 적셔 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숨이 매우 찬 인터벌은 실내 러닝머신으로 옮기는 편이 낫습니다.
훈련 뒤 기침과 쌕쌕거림이 10분 이상 이어지거나, 찬 공기에서만 유독 숨이 막힌다면 그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료를 받아 볼 신호입니다.
빙판과 어둠은 계획의 일부입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집계한 한랭질환자는 106명이었고, 그중 92.5퍼센트가 저체온증이었습니다. 발생 장소는 실외가 79.2퍼센트였습니다. 달리는 사람에게 더 현실적인 위험은 동상입니다. 손끝과 귀, 볼이 하얗게 변하고 감각이 둔해지면 이미 진행된 신호이므로, 그때는 훈련을 접고 즉시 따뜻한 곳으로 이동해야 합니다.
빙판에서는 평소의 뒤꿈치 착지가 통하지 않습니다. 발 전체로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보폭과 속도를 줄이십시오. 이렇게 자세가 바뀌면 허리와 종아리에 평소와 다른 부담이 걸리므로, 얼음이 있는 날은 훈련 강도를 낮추는 것이 맞습니다.
해가 짧아진 것도 계획에 넣어야 합니다. 어두운 시간에는 밝은 색이나 반사 소재 옷을 입고, 가능하면 보도가 있는 길을 고르십시오. 운전자는 생각보다 늦게 러너를 발견합니다. 이어폰 볼륨은 줄이고,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카드와 연락 수단, 귀가할 교통비는 챙기십시오.
봄 시즌은 겨울에 만들어집니다
3월이나 4월의 첫 대회를 목표로 한다면 준비 기간은 16~20주입니다. 거꾸로 세면 지금이 출발점입니다. 이 세 달의 목적은 기록이 아니라 바탕입니다. 유산소 능력과 근력, 그리고 무엇보다 끊기지 않는 습관을 만드는 시기로 쓰십시오.
눈이 많이 오거나 한파가 이어지는 날은 실내로 옮기면 됩니다. 러닝머신의 경사를 올려 걷기와 달리기를 섞거나, 계단과 실내 자전거로 같은 시간을 채우십시오. 중요한 것은 종목이 아니라 시간과 빈도입니다. 겨울에 만든 주 3~4회의 리듬이 봄에 스피드 훈련을 얹을 수 있는 토대가 됩니다.
추운 날 달리기를 결심하는 것은 의지의 문제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훈련을 지키게 하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준비된 순서입니다. 워밍업 시간을 정해 두고, 목표를 시간으로 바꾸고, 기도와 노면을 미리 관리하십시오. 겨울이 끝났을 때 남는 것은 기록이 아니라 달릴 수 있는 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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