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거리를 늘려도 기록이 멈춰 있다면, 답은 달리는 시간이 아니라 "그 페이스를 몸이 얼마나 싸게 유지하는가"에 있을지 몰라요. 같은 심박수로 더 빠르게 달리는 능력, 러닝 이코노미(running economy) 이야기예요. 그리고 이 능력을 레이스 마지막 3분의 1까지 지켜 주는 열쇠가 바로 근력 훈련입니다.

많은 러너가 "빨라지려면 더 많이 달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러닝 볼륨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스포츠 과학은 다른 축을 계속 가리키고 있어요. 달리기 볼륨은 그대로 두고 근력과 플라이오메트릭을 더한 그룹이, 기록과 후반 페이스에서 분명한 차이를 냈다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러닝 이코노미, 숫자로 보면

러닝 이코노미는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산소 소비량입니다. 같은 속도로 달릴 때 산소를 적게 쓰는 러너가 이코노미가 좋은 러너예요. 최대산소섭취량(VO2max)이 비슷해도 이코노미가 다르면 기록은 갈립니다.

효과의 크기를 체감해 보면 이렇습니다. 이코노미가 5% 좋아지면, 3시간 30분 완주자 기준으로 대략 10~12분의 기록 차이에 해당해요. 하프마라톤에서도 몇 분이 오갑니다. 그래서 마라톤 후반부를 페이스 붕괴 없이 버티는 핵심 지표로 꼽힙니다.

문제는 이코노미가 훈련 초반보다 후반에 더 나빠진다는 점이에요. 피로가 쌓이면 지면 접촉 시간이 길어지고, 보폭이 줄고, 자세가 무너지면서 같은 페이스에 더 많은 산소가 들어갑니다. 이 "후반의 효율"을 이코노미의 지속력(durability)이라고 부릅니다. 기록은 결국 여기서 갈립니다.

최신 근거 — 10주, 주 2회의 힘

2025년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무작위 대조 연구는 이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했습니다. 잘 훈련된 남성 러너 28명(최대산소섭취량 약 58.6mL/kg/min, 10km 약 39분 2초)을 달리기만 하는 그룹과 달리기에 근력을 더한 그룹으로 나눠 10주간 추적했어요. 근력 그룹은 주 2회 최대 근력 운동과 플라이오메트릭을 함께 수행했습니다.

결과는 인상적이었습니다. 근력 그룹은 90분 지구력 강도(LT1과 LT2 사이) 러닝에서 이코노미 지속력이 유의하게 좋았고, 그 90분을 마친 직후 최대산소섭취량의 95% 강도로 달렸을 때 탈진까지 버티는 시간도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두 그룹의 이코노미 차이는 러닝 초반에는 거의 없다가, 가장 중요한 마지막 3분의 1에서 벌어졌어요.

이 흐름은 이전 연구들과도 맞물립니다. 2008년 노르웨이 연구팀은 장거리 훈련을 해 온 러너들에게 8주간 주 3회, 최대 근력의 90% 강도로 바벨 스쿼트 4세트×4회를 추가했어요. 달리기 훈련량은 그대로였는데도 러닝 이코노미가 5% 좋아졌고, 탈진까지 버티는 시간은 21.3% 늘었습니다. 2013년 스페인 연구에서도 16주간 근력을 병행한 러너들의 3km 기록이 평균 2.7% 단축됐어요. 폭발적 근력 훈련을 더한 러너들이 5km 레이스 후반 스퍼트에서 강해졌다는 2010년 핀란드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

부상 예방 효과도 빼놓을 수 없어요. 2014년 스포츠의학 분야 메타분석에 따르면 근력 훈련은 과사용 부상을 약 50%, 급성 부상을 약 3분의 1 줄였습니다. 러닝 부상의 상당수가 과사용이고, 그 배경에는 특정 근육의 약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속력의 두 번째 경로 — 긴 러닝

흥미롭게도 이코노미 지속력을 높이는 경로는 근력만이 아닙니다. 2026년 1월 발표된 또 다른 연구는 90분 이상 달리는 러너 13명과 모든 러닝을 70분 이하로 유지하는 러너 13명을 기저 기록이 같도록 짝지었어요. 표준 90분 테스트 후 이코노미 악화 정도를 봤더니, 짧게 달리는 그룹은 6.0% 나빠졌고 긴 러닝 그룹은 3.1%만 나빠졌습니다. 같은 출발점인데 악화 폭이 절반이었던 거예요.

정리하면 경로가 두 개입니다. 하나는 근력과 플라이오메트릭을 통한 신경근 경로, 다른 하나는 오래 달리며 쌓이는 대사·구조적 경로예요. 둘은 서로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합니다. 그래서 장거리 훈련은 단순한 유산소 볼륨이 아니라 "지속력 훈련"으로 다뤄야 합니다.

어떤 운동을, 어떻게

달리기는 본질적으로 한 발로 몸을 지지하는 동작의 반복이에요. 그래서 단일 다리 운동과 고관절·코어 중심 운동이 우선입니다.

  • 스쿼트(고블릿·바벨) — 대퇴사두근·대둔근·햄스트링. 이코노미 향상과 추진력.
  • 루마니안 데드리프트 — 햄스트링·대둔근·척추기립근. 추진력과 허리 안정성.
  • 불가리안 스플릿 스쿼트 — 단일 다리 근력. 좌우 불균형 교정.
  • 힙 쓰러스트 — 대둔근. 고관절 신전 강화와 보폭 확장.
  • 편심성 종아리 레이즈 — 비복근·가자미근. 아킬레스건 부하 내성, 족저근막염 예방.
  • 사이드 라잉 힙 어브덕션 — 중둔근. 무릎 안쪽 쏠림과 장경인대 증후군 예방.
  • 플랭크·데드버그 — 코어. 자세 안정과 에너지 낭비 감소.
  • 박스 점프·바운딩 — 플라이오메트릭. 지면 반발력 향상과 접지 시간 단축.

처음 시작하는 러너라면 첫 4주는 자체 중량이나 가벼운 무게로 동작 패턴과 안정성을 먼저 익히세요. 무게보다 자세가 먼저입니다.

주간에 넣는 법 — 동시 훈련과 간섭 효과

근력과 지구력을 함께 키우는 것을 동시 훈련(concurrent training)이라고 불러요. 여기서 자주 나오는 개념이 간섭 효과(interference effect)입니다. 연구들을 종합하면, 지구력 운동이 근력 적응을 방해하는 정도가 그 반대보다 큰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배치가 중요해요.

  • 고강도 러닝(인터벌·템포런)과 근력 훈련은 되도록 다른 날에 둡니다.
  • 같은 날 해야 한다면 달리기를 먼저 하고 근력을 나중에 합니다.
  • 빈도는 주 2회가 효과와 피로 관리의 균형점입니다. 30~45분이면 충분해요.
  • 대회 6~8주 전부터는 볼륨을 줄이고 유지 위주로 전환하고, 대회 2주 전에는 중단하거나 아주 가볍게만 합니다.

한 주 예시는 이렇게 짤 수 있어요. 화요일 인터벌, 수요일 하체·코어 근력, 목요일 템포런, 금요일 단일 다리·플라이오, 토요일 장거리, 나머지는 회복 조깅이나 휴식. 고강도 러닝 전날에는 다리 근력을 피하는 게 핵심입니다.

흔한 오해 두 가지

"근력 운동을 하면 몸이 무거워진다"는 걱정은 대체로 기우예요. 주 40~60km 이상 달리는 러너는 칼로리 잉여가 크지 않은 한 근비대가 거의 일어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연구에서 체중 변화 없이 근력과 신경계 효율만 좋아지는 방향으로 나타나요.

"달리기만 충분히 하면 근력은 따라온다"는 말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달리기는 낮은 강도의 반복 수축이라 최대 근력과 폭발력은 충분히 자극되지 않아요. 대둔근·햄스트링·중둔근 같은 핵심 근육은 달리기만으로는 과소 자극되기 쉬워, 무릎 통증이나 장경인대 증후군의 구조적 배경이 되기도 합니다.

마무리 — 볼륨이 아니라 '지속력'을 설계하세요

기록의 천장을 만났을 때, 가장 먼저 손대는 것은 대개 주간 거리입니다. 하지만 최신 근거가 가리키는 다음 카드는 근력입니다. 달리기 볼륨을 그대로 두고도, 주 2회 10주면 같은 심박에서 더 빠르게 달리는 몸, 그리고 레이스 마지막 3분의 1에서 무너지지 않는 몸을 만들 수 있어요.

근력 훈련은 기록을 위한 보험이자, 부상을 줄이는 안전장치입니다. 이번 시즌 오프 기간에 바벨과 맨몸 동작으로 기반을 다져 두시면, 다음 대회 후반에서 그 차이를 체감하실 수 있을 거예요. 관심이 간다면 이코노미 지속력을 훈련 목표로 한 번 세워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