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철인3종에 접수하고 나면 가장 먼저 궁금해지는 것이 완주 시간입니다. "나는 몇 시간이나 걸릴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닙니다. 대회 요강에는 구간별 제한시간이 적혀 있고, 그 안에 들어오려면 수영·자전거·러닝에서 각각 어느 정도 속도를 내야 하는지 미리 알아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이 이 숫자를 감으로 정하고, 대회 당일 전혀 다른 페이스에 휘둘립니다.

기록은 '감'이 아니라 '계산'입니다

완주 시간을 미리 계산하는 일은 생각보다 과학적입니다. 남녀 선수 10명이 올림픽 거리 국가선수권에 출전한 나흘 뒤 실험실 검사를 받은 연구가 있습니다. 이 연구는 트레드밀 최고 속도와 자전거 4 W/kg 부하에서 측정한 젖산 농도로 경기 기록을 예측했고, 예측값과 실제 기록의 상관계수는 0.90에 달했습니다. 단일 변수 가운데 예측력이 가장 컸던 것은 4 W/kg에서의 젖산 농도(0.92)였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드래프팅이 허용되는 레이스를 분석한 후속 연구는 상관계수 0.96까지 올라갔습니다. 나아가 올림픽 거리 대회 기록을 머신러닝으로 분석한 연구는 수영·자전거·러닝 세 구간과 트랜지션 두 곳, 모두 다섯 요소의 관계를 따져 "몇 위를 하려면 각 구간을 몇 분에 끊어야 하는지"를 역산했습니다. 실험실 장비가 없는 우리도 원리는 똑같이 쓸 수 있습니다. 훈련에서 잰 페이스가 곧 예측 재료입니다.

거리와 제한시간부터 확인합니다

우선 내가 나가는 종목의 거리를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철인3종은 거리로 이름이 갈립니다.

종목 수영 자전거 러닝
스프린트 750m 20km 5km
올림픽(스탠다드) 1.5km 40km 10km
하프(70.3) 1.9km 90km 21.1km
풀(아이언맨) 3.8km 180km 42.195km

국내 대회는 스프린트와 스탠다드가 중심입니다. 지난 9월 시흥 거북섬에서 열린 전국 대회에는 스프린트 185명, 스탠다드 784명이 출전했습니다. 스탠다드가 스프린트의 네 배가 넘는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첫 도전이라면 스프린트로 감각을 익히고 스탠다드로 올라서는 순서가 일반적입니다.

제한시간은 대회마다 다르게 정합니다. 총 제한시간뿐 아니라 수영 구간, 자전거 구간에 별도의 기준이 붙는 경우가 많으므로 참가 요강을 반드시 읽어 두십시오. 목표 기록은 그 안쪽에 넉넉히 들어오도록 잡아야 합니다.

수영 — 100m 페이스에서 환산합니다

수영은 100m당 페이스로 환산하면 간단합니다. 목표 페이스에 거리를 100으로 나눈 값을 곱하면 됩니다.

  • 100m 2분 30초 페이스 → 750m는 18분 45초, 1,500m는 37분 30초
  • 100m 2분 00초 페이스 → 750m는 15분, 1,500m는 30분

여기에 오픈워터 보정을 더해야 합니다. 레인에서 잰 기록은 물살·군중·방향 확인이 없는 값이므로, 초보자는 10~15%의 여유를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위의 2분 30초 페이스라면 750m는 약 21분, 1,500m는 약 43분으로 보시면 됩니다. 웻수트를 입으면 부력 덕에 조금 빨라질 수 있지만, 출발 혼잡과 사이트(방향 확인)에서 잃는 시간이 그 이득을 상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전거 — 평균 속도 하나면 충분합니다

자전거는 평균 속도로 계산합니다. 훈련에서 한 시간 이상 흔들림 없이 유지할 수 있는 속도를 기준으로 삼으십시오. 동호인 기준으로 초보는 시속 20~25km, 중급은 28~32km 정도입니다.

  • 20km를 시속 22km로 달리면 약 55분
  • 40km를 시속 24km로 달리면 1시간 40분, 시속 30km로 달리면 1시간 20분

주의할 점은 대회 코스가 평지 훈련보다 느려지기 쉽다는 것입니다. 바람, 오르막, 코너, 그리고 드래프트 금지 규정이 모두 속도를 깎습니다. 스탠다드 종목에서 자전거는 전체 시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므로, 여기서 줄이는 10분은 다른 구간의 10분보다 훨씬 얻기 쉽습니다. 참고로 엘리트 상위 5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남녀 격차가 가장 작았던 종목도 자전거(13.4%)였습니다. 수영 15.2%, 러닝 17.1%보다 작았습니다. 자전거는 체력만큼 장비와 자세, 바람의 영향을 크게 받는 종목이라는 뜻입니다.

러닝과 트랜지션 — 순위를 가르는 마지막 두 조각

러닝은 전체 순위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됩니다. 세계 정상급 선수 725명이 나선 국제 대회 14개를 분석한 연구에서, 최종 순위와 러닝 기록의 상관계수는 0.82로 수영과 자전거보다 높았습니다. 이 연구는 또 첫 바퀴를 두 번째 바퀴보다 약 7% 빠르게 달리는 이른바 앞서 나가는 페이싱이 실제로 나타난다고 보고하면서도, 페이스의 흔들림이 작을수록 러닝 기록이 좋았다고 정리했습니다. 자전거에서 내려 10km를 고르게 나누는 것이 정답입니다.

환산은 훈련 페이스에 30초에서 1분 정도를 더하는 방식으로 합니다. 훈련에서 10km를 5분 30초 페이스로 달린다면 대회에서는 6분에서 6분 30초를 잡으십시오. 달리는 내내 같은 페이스를 지키는 편이, 앞에서 벌고 뒤에서 무너지는 편보다 결국 빠릅니다.

트랜지션은 연습량이 그대로 시간이 되는 구간입니다. 첫 출전자는 수영에서 자전거로 넘어가는 T1에 3~6분, 자전거에서 러닝으로 넘어가는 T2에 2~4분을 쓰는 경우가 흔합니다. 순서를 몸에 익히고 장비를 미리 정리해 두면 1~2분은 그냥 사라집니다.

한국 코스에 그대로 대입해 봅니다

앞의 방법을 그대로 더해 보겠습니다. 완주를 목표로 하는 첫 출전자의 예시입니다.

구간 스프린트 올림픽(스탠다드)
수영 21분 43분
T1 3분 4분
자전거 55분 1시간 40분
T2 2분 3분
러닝 33분 1시간 8분
합계 약 1시간 54분 약 3시간 38분

이 표의 숫자는 절대 기준이 아니라 나의 출발점입니다. 훈련 기록을 넣어 자기 표를 만들어 보십시오. 기대치를 잡는 데도 데이터가 도움이 됩니다. 하프 아이언맨 6,303명을 분석한 연구에서 여성의 최고 기록 연령대는 25~39세, 남성은 18~39세였습니다. 올림픽 거리 7,939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기록 하락이 수영은 50세 이후, 자전거와 종합 기록은 40세 이후에 뚜렷해졌습니다. 지난 9월 시흥 대회에서는 75세 선수가 완주했습니다. 숫자는 목표를 세우는 도구일 뿐, 한계를 정하는 값이 아닙니다.

첫 대회를 앞두고 있다면 오늘 세 가지만 해 두십시오. 대회 요강에서 구간 제한시간을 확인하고, 훈련에서 종목별 시간을 재서 표를 채우고, 트랜지션 순서를 한 번 소리 내어 연습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가 대회 당일의 당황을 절반으로 줄여 줍니다. 기록은 결국 준비한 사람의 것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