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 첫 대회를 앞둔 사람에게 가장 많이 오는 질문은 "훈련을 어떻게 하죠?"가 아니라 "뭐부터 사야 하죠?"입니다. 검색을 시작하면 카본 휠, 파워미터, 트라이바이크까지 끝없는 장비의 세계가 펼쳐지고, 결제하기 전에 이미 지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잠깐. 첫 대회의 목표는 완주이고, 완주에 필요한 장비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국내 동호인 대회는 국제대회보다 진입 장벽이 훨씬 낮습니다. 대한철인3종협회의 초보자 안내를 보면, 국제대회와 특정 대회를 제외한 국내 대회는 산악자전거(MTB)로도 출전이 가능하고, 달리기는 평소 운동복 차림으로도 참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초보자를 위한 대회는 실내 수영장이나 잔잔한 수역에서 열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즉 전용 장비가 있어야만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글에서는 스프린트(수영 750m, 자전거 20km, 달리기 5km)와 올림픽 코스(1.5km, 40km, 10km) 첫 출전을 기준으로, 대회 전날까지 꼭 준비할 것과 한참 나중에 사도 되는 것을 나눠 봅니다.

대회 공고가 곧 최종 체크리스트입니다

  • 수영 방식 확인 — 바다·호수·강 같은 오픈워터인지 실내 풀 스타트인지에 따라 웻슈트 필요 여부가 갈립니다. 수온 기준으로 웻슈트 허용과 금지를 정하는 대회도 많습니다.
  • 검차와 배번호 안내 — 대부분 전날이나 당일 아침 자전거 검차가 있고, 검차 때 헬멧도 함께 검사합니다. 배번호 부착 위치도 대회마다 다르므로 공고를 읽어야 합니다.
  • 참가비와 컷오프 — 협회 등록 동호인과 비등록자의 참가비가 다른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한 지자체 대회는 등록 선수 9만 원, 비등록 선수 13만 원이었습니다. 종목별 제한시간(컷오프)도 미리 확인해 페이스 계획을 세웁니다.

수영: 지급되는 것은 빼고 핵심만 챙깁니다

  • 수모는 대개 대회가 지급합니다 — 배번호가 인쇄된 수모를 나눠 주고 착용이 의무라서 따로 살 필요가 없습니다.
  • 수경은 여분까지 — 김서림 방지 처리된 수경 한 개와 여분 한 개를 준비합니다. 미러 렌즈면 야외에서 눈부심이 덜합니다.
  • 웻슈트는 대여나 중고로 시작 — 차가운 계절 대회에서는 체온 유지와 부력 때문에 거의 필수지만, 첫해에는 구매보다 대여나 중고를 권합니다. 더운 여름 실내 풀 대회는 수영복만으로 충분합니다.
  • 방수 시계는 선택 — 오픈워터에서 거리 감각이 약하다면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부표를 따라가면 됩니다.

자전거: 내가 가진 자전거로 출전하는 게 정답입니다

  • 로드바이크가 표준, 그러나 MTB도 환영 — 국내 대회는 산악자전거 출전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문용 로드바이크(100만 원 안팎부터)로도 전혀 손색없습니다.
  • 헬멧은 타협할 수 없는 유일한 장비 —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전거 헬멧은 안전인증(KC) 제품이 기본이며, 검차 때 헬멧 상태와 배번호 부착 여부를 함께 확인합니다.
  • 클릿은 나중에 배워도 됩니다 — 플랫 페달에 평소 신는 운동화로 출전해도 규정상 문제없습니다. 처음부터 클릿 슈즈를 신고 넘어지는 것보다 익숙한 신발로 안전하게 완주하는 게 우선입니다.
  • 물통과 공기압 — 물통 케이지와 보틀, 그리고 전날 밤 타이어 공기압과 브레이크 작동 확인을 잊지 마세요. 대회 전 정비소에서 한 번 점검받으면 마음이 편합니다.

러닝: 새것보다 익숙한 것이 정답입니다

  • 평소 신던 러닝화 — 대회를 핑계로 새 신발을 사면 물집 위험만 커집니다. 새 신발은 최소 2주 전에 사서 길들여야 합니다.
  • 캡모자와 선글라스 — 이른 아침 햇살과 바람을 막아 주는 작은 투자입니다. 비 올 가능성이 있으면 비옷도 챙깁니다.
  • 레이스벨트 — 번호표를 허리에 두르는 천 벨트로 가격 부담이 거의 없습니다. 달리기 구간에서 번호표를 찾아 헤매는 시간을 없애 줍니다.

트랜지션, 준비물의 절반은 정리입니다

  • 타월 한 장 — 몸의 물기를 닦고 바닥 매트 역할까지 합니다. 자전거 옆에 펼쳐 놓고 그 위에 장비를 정리합니다.
  • 바세린이나 안티프릭션 — 목덜미, 겨드랑이, 허벅지 안쪽 등 마찰 부위에 발라 쓸림을 막습니다. 특히 웻슈트를 입는 날은 필수입니다.
  • 먹을 것과 마실 것 — 물과 스포츠 음료, 에너지젤을 자전거와 달리기 출발 지점에 미리 나눠 둡니다.
  • 동선 리허설 — 집에서 수영복에서 헬멧, 러닝화로 갈아입는 순서를 두세 번 연습해 보세요. 당일 당황의 상당수는 이 리허설로 사라집니다. 헬멧을 가장 먼저 쓰고 신발을 나중에 신는 순서를 몸에 익히는 것이 핵심입니다.

지금 필요한 것 vs 나중에 사도 되는 것

  • 당장 준비 — 안전인증 헬멧, 수경(여분 포함), 익숙한 러닝화, 물통, 선크림, 캡모자, 레이스벨트, 타월
  • 대여나 중고로 시작 — 웻슈트, 트라이슈트, TT 바이크(철인 전용 자전거)
  • 기록이 목표가 될 때 — 클릿 슈즈·페달, 에어로바, 카본 휠, 파워미터, 트레이너(실내 훈련기)

장비는 완주를 돕는 도구일 뿐입니다. 첫 대회에서 가장 비싼 장비는 익숙함입니다. 전날 밤 자전거 점검과 배번호 부착, 웻슈트 입기 연습까지 끝내 두면 당일 아침에는 가방 하나로 트랜지션에 설 수 있습니다. 장비 리스트를 채우는 일보다 수영장과 동네 한 바퀴에서 자신감을 채우는 일에 시간을 쓰는 첫 대회가 되길 바랍니다. 완주하고 나면 다음 대회 장비 고민은 훨씬 즐거워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