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자유형 1,500m를 거뜬히 해내는 사람도 바다에 들어가면 멘붕을 경험한다. 레인이 없고, 바닥이 안 보이고, 물이 차갑고, 파도까지 밀려온다. 그런데 바로 그 낯섦이 오픈워터 수영의 매력이다. 철인3종의 첫 관문이기도 한 오픈워터 수영은, 실내 수영의 기술을 바탕으로 환경 판단력, 방향 인지, 페이스 조절, 안전 장비 활용이라는 새로운 능력을 요구한다.
한국오픈워터수영협회(KOWSA)도 오픈워터 수영을 "단순한 수영 기술을 넘어 실전 역량이 필요한 종목"으로 정의하고, 레벨 1 오픈워터스위머 일반과정 강습회를 운영하며 바다수영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천 왕산해수욕장에서 오픈워터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이 진행하는 바다 수영 입문 클래스도 열린다. 이제 막 바다에 발을 담그려는 이들을 위해, 입문자가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실내 수영과 오픈워터는 무엇이 다른가
가장 큰 차이는 시야와 방향이다. 수영장은 바닥의 라인과 천장을 보고 직선으로 가면 되지만, 바다는 그런 가이드가 없다. 물이 뿌옇거나 파도가 치면 앞이 안 보여 방향 감각을 잃기 쉽다. 그래서 오픈워터에서는 3~5스트로크마다 고개를 들어 목표물(부표, 건물, 나무)을 확인하는 사이트잉 기술이 필수다.
- 수온: 수영장과 달리 바다는 수심과 시간대에 따라 수온이 크게 변한다. 가을 이후에는 웻슈트가 거의 필수다.
- 부력: 바닷물은 염분 때문에 몸이 더 뜬다. 부력이 좋아지는 만큼 발이 가라앉는 자세 불균형도 생길 수 있다.
- 조류와 파도: 잔잔해 보여도 조류가 흐르는 경우가 많다. 입수 전에 해류 방향을 반드시 확인한다.
입문 장비, 이것만은 챙기자
오픈워터 입문에 꼭 필요한 장비는 많지 않다. 다만 안전과 직결되는 것들이라 꼼꼼히 챙겨야 한다.
- 안전부이(버블): 허리에 묶고 끌고 다니는 주황색 부이. 위치를 알리는 역할과 함께, 지칠 때 잡고 쉴 수 있어 사실상 필수다. 내부에 차키나 방수팩을 넣을 수도 있다.
- 오픈워터 전용 고글: 대회는 레인이 없어 스타트 때 몸싸움이 치열하다. 발길질에 맞아도 잘 벗겨지지 않도록 패킹이 튼튼한 전용 고글이 좋다. 시야가 넓은 렌즈를 고르면 사이트잉이 편하다.
- 오리발: 수영장에서 쓰던 것을 그대로 사용해도 무방하다. 발이 차가워지는 계절에는 부츠형 오리발이 도움이 된다.
- 웻슈트: 수온이 낮을 때 보온과 부력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 대회에서도 웻슈트 허용 여부를 확인하면 좋다.
바다에서 처음 수영할 때의 순서
갑자기 깊은 물로 뛰어드는 것은 금물이다. 몸이 적응하는 순서를 지키자.
- 물가에서 몸 적응: 먼저 발목, 무릎, 허벅지 순서로 물에 적셔 체온 변화에 익숙해진다.
- 얕은 곳에서 자세 연습: 깊이 1m 안팎에서 호흡과 사이트잉 동작을 반복한다.
- 안전부이 착용 후 수평 이동: 해안선과 나란히, 혹은 구조 요원이 있는 구간에서만 수영한다.
- 혼자 수영 금지: 초보자는 반드시 2명 이상 함께 움직인다.
오픈워터 대회를 준비한다면
철인3종이나 오픈워터 대회를 노린다면 수영장 훈련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회 4~6주 전부터는 주 1회 이상 바다나 호수에서 실전 적응 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 군중 스타트 연습: 대회 시작은 수백 명이 한꺼번에 물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 몸싸움에 당황하지 않도록 동호회 훈련에서 팔꿈치가 부딪히는 상황을 경험해두는 것이 좋다.
- 드래프팅: 앞사람의 물결을 따라가면 에너지를 크게 절약할 수 있다. 대회에서는 의도적으로 앞사람의 옆이나 뒤에서 수영하는 전략도 유효하다.
- 페이스 조절: 시작부터 전력으로 가면 1km도 못 가 지친다. 평소 수영장 기록보다 10~15% 여유 있게 출발하는 것이 정석이다.
바다를 즐기는 태도가 먼저다
오픈워터는 대회가 아니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여름철 해수욕장에서 안전 요원이 있는 구역 안에서 짧게 수영하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만 안전 수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파도가 높은 날, 이안류가 있는 날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입수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실내 수영으로 기본기를 다졌다면, 이번 시즌에는 바다에 한번 도전해보자. 처음 들어가는 바다는 익숙한 수영장보다 두 배는 무섭지만, 적응하고 나면 두 배는 즐겁다. 철인3종을 준비 중이라면 그 즐거움이 곧 기록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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