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B 트라이얼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산악자전거로 바위와 통나무 같은 장애물을 발을 땅에 딛지 않고 넘어가는 기술 경기인데, 균형 감각과 폭발적인 파워, 그리고 정교한 바이크 컨트롤이 요구된다. 그 세계에서 2025년 UCI 세계 챔피언십 여자 U13 부문을 제패한 라이더가 있다. 영국 더비셔 출신의 데이지 크레이그, 당시 13세였다. 이듬해인 2026년에도 BIU 여성 부문에서 동메달, UCI 여자 U16 부문에서 또 한 번 우승을 추가하며 두 번째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바이크는 유전자 속에 있었다
데이지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크레이그 가족은 트라이얼에 빠져 있었다. 할아버지가 먼저 탔고, 아빠 빌리는 1980년대 초반 6살 때부터 오토바이와 MTB 트라이얼을 병행해 왔다. 엄마 젠도 한때 엘리트 여성 부문에서 영국 챔피언을 두 차례나 지낸 실력자다. 남동생 해리(10세) 역시 트라이얼을 탄다.
"데이지의 승부욕은 엄마를 닮았어요, 절대 저를 닮은 게 아니에요." 아빠 빌리의 농담이다.
주 3회, 2시간씩 — 전문 코치와의 훈련
데이지는 더비셔 바이크트라이얼 센터에서 올리 웨이트먼 코치의 지도를 받는다. 올리는 2024년 11월 UCI 트라이얼 세계 선수권 26인치 부문에서 동메달을 딴 현역 정상급 라이더이기도 하다. 그의 가족이 농장 부지에 직접 조성한 이 훈련장은 실전과 똑같은 자연 장애물과 인공 장애물을 갖추고 있다.
"주 1회 2시간씩 일대일 세션을 진행하면서 기술과 섹션 공략법에 집중합니다." 올리 코치의 설명이다. "데이지는 또래보다 파워가 훨씬 뛰어나요. 이제는 더 기술적인 요소를 다듬는 단계입니다. 경기장 안에서 전략적으로 움직이는 법을 배우고 있고, 자신감도 엄청나게 성장했어요."
주 3회 훈련에 주말 대회까지 더하면 사실상 매일 자전거와 함께하는 삶이다. 그래도 데이지는 캐녹 체이스의 숲길을 MTB로 달리는 걸 취미 삼아 즐긴다. 경쟁의 압박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바이크를 즐기는 시간이다.
어떤 자전거를 탈까
데이지가 타는 기종은 20인치 휠의 클린 K1이다. 풀 카본 프레임에 디스크 브레이크, 트라이얼 전용 지오메트리를 갖춘 머신으로, 무게는 불과 7kg대 초반이다. 일반 MTB보다 훨씬 작고 가벼워서 호핑과 점프, 뒷바퀴로 서는 매뉴얼 동작이 자유롭다. 트라이얼 바이크는 안장이 거의 장식에 가까울 정도로 낮고, 라이더는 대부분 서서 주행한다.
2025년 라이더 오브 더 이어 선정
2025년, 영국의 대표적인 자전거 매체 MBUK와 BikeRadar는 독자 투표로 '올해의 라이더'를 선정했다. 데이지는 MTB 뉴커머 오브 더 이어(Newcomer of the Year)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올해의 MTB 라이더로는 루이스 퍼거슨이, 평생 공로상은 전설적인 다운힐 레이서 스티브 피트가 받았다.
한국에도 트라이얼 신이 있을까
국내에서는 아직 트라이얼이 대중적인 종목은 아니다. 하지만 MTB 문화는 꾸준히 성장 중이다. 대한자전거연맹(cycling.or.kr)의 Bike for Life 플랫폼에서는 동호인 MTB 대회 정보를 제공하고, 라이디(RIDY) 같은 서비스에서는 전국 자전거 대회 일정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 트라이얼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데이지 같은 젊은 라이더가 롤모델로 등장하는 게 중요할 것이다.
마무리
13세에 세계 챔피언 벨트 두 개를 보유한 데이지 크레이그의 이야기는 탁월함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가족의 전폭적인 지원, 전문 코치의 체계적인 지도, 그리고 무엇보다 "자전거 타는 게 그냥 재미있어서"라는 순수한 열정이 합쳐진 결과다. 앞으로 그녀가 성인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그리고 트라이얼이라는 종목이 얼마나 더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진진하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