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프로 사이클은 "많이 타고 감으로 달리는" 종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투르 드 프랑스는 역대 가장 빠른 대회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선수의 다리가 아니라 성능 엔지니어와 데이터 과학자가 있습니다. 자전거 도로 종목이 포뮬러 원(F1)을 닮아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아마추어에게도 이 흐름은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프로에서 검증된 원리는 몇 년 뒤 소비자용 제품과 훈련 방식으로 내려옵니다. 지금 프로가 무엇을 재고, 무엇을 바꾸는지 알면 내 자전거 세팅에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어요.
성능 엔지니어는 무엇을 하는가
성능 엔지니어의 일은 "남들이 보지 않은 이득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영국의 댄 비검(Dan Bigham)이에요. 그는 33세에 시간 기록(아워 레코드) 보유자였고, 메르세데스 F1 팀에서 일한 뒤 사이클로 넘어와 현재 레드불-보라 한스그로에 월드투어 팀의 엔지니어링 책임자로 있습니다.
그가 강조하는 것은 디테일의 크기입니다. 휠 선택 하나를 예로 들어 보죠.
- 무게: 어떤 휠이 100g 가볍습니다.
- 공기저항 계수(CdA): 그 휠이 0.02m² 더 높습니다.
- 판단: 이 둘 중 무엇이 유리한지는 경사도와 속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무조건 가벼운 휠"이 정답이 될 수 없습니다. 업힐에서는 무게가, 평지 고속에서는 공기저항이 더 큰 변수로 작동하니까요. 엔지니어는 각 휠셋의 무게와 CdA를 데이터베이스로 갖고, 주어진 구간에서 총 에너지 요구량이 가장 낮은 조합을 고릅니다.
구름저항이라는 숨은 변수
휠만큼 중요한 게 타이어입니다. 비검은 타이어의 구름저항 계수가 트랙용 튜블러부터 느린 겨울용 타이어까지 0.01에서 0.06 사이에서 움직인다고 설명합니다.
재미있는 건 이 계수를 등판 경사로 환산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구름저항 계수가 0.02인 타이어와 0.03인 타이어의 차이는 0.01인데, 이는 약 0.1% 경사에 해당합니다. 작아 보이지만 3시간 넘게 달리는 대회에서는 누적 효과가 무시할 수 없죠.
그래서 클라이머에게 고성능 타이어가 좋은 선택이 됩니다. 흔히 라텍스 튜브나 튜블리스 클린처가 여기에 해당해요. 타이어 하나 바꾸는 것으로 몇 와트를 벌 수 있다는 뜻입니다.
데이터 과학자의 등장
이런 세밀한 최적화 때문에 팀들은 데이터 과학자를 영입합니다. XDS-아스타나는 또 다른 아워 레코드 보유자인 알렉스 도웻(Alex Dowsett)을 데려와 마크 캐번디시의 통산 35번째 투르 스테이지 우승을 도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그의 역할은 라이더의 자세 최적화, 장비 테스트, 그리고 경기 준비였습니다. 즉 "선수를 타게 하는 사람"과 "선수를 더 빠르게 만드는 사람"이 분리된 셈이에요.
- 자세 최적화: 풍동에서 위치를 바꿔가며 CdA를 낮춥니다.
- 장비 선택: 헬멧·휠·타이어 조합을 데이터로 비교합니다.
- 페이싱 전략: 코스 프로파일에 맞춰 출력 배분을 설계합니다.
CdA를 측정하는 방법
공기저항 계수(CdA)를 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정확도와 비용이 서로 다릅니다.
- 풍동(Wind tunnel): 표준으로 불리는 방법. 통제된 환경에서 힘 센서로 저항을 직접 측정하며, 반복성이 높아 자세와 장비의 A/B 테스트에 유리합니다. 비용이 가장 큽니다.
- 트랙 테스트: 벨로드롬에서 일정 파워로 돌며 알려진 방법으로 CdA를 추정합니다.
- 필드 테스트: 야외에서 일정 코스를 반복 주행해 계산합니다. 접근성이 좋지만 바람·교통 변수를 통제해야 합니다.
아마추어라면 풍동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코스를 같은 파워로 반복 주행하며 자세만 바꿔 기록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개선 여지를 찾을 수 있어요.
트라이애슬론과 그레이블에 주는 시사점
이 흐름은 도로 종목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트라이애슬론 선수와 그레이블 라이더에게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 타임 트라이얼·트라이애슬론: 자세와 헬멧, 콕핏 세팅에서 얻는 이득이 가장 큽니다.
- 그레이블: 거친 노면에서는 구름저항과 타이어 폭, 공기압이 무게보다 중요해집니다.
- 장기 라이딩: 같은 출력으로 더 멀리 가려면 결국 공기저항 관리가 답입니다.
훈련에도 옮겨온 "낭비 없는 주행"
프로의 변화는 장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이제는 "정크 마일(junk miles)"을 줄이고 모든 주행에 목적을 부여하는 훈련이 표준이 됐습니다. 파워 미터와 심박 데이터로 훈련 구간을 나누고, 회복과 강도를 분리하는 방식이에요.
아마추어도 이 원칙을 따를 수 있습니다. 매 라이딩에 목적을 하나씩 정해 보세요.
- 회복 주행: 심박을 낮게, 짧게.
- 역치 주행: 정해진 파워 구간을 일정 시간 유지.
- 스킬 주행: 코너링, 페이싱, 구릉 대응.
마무리
프로 자전거가 빨라진 것은 단순히 선수가 강해져서가 아닙니다. 휠 하나, 타이어 하나, 자세 1cm를 데이터로 비교하며 쌓은 작은 이득들이 모여 몇 분의 차이를 만듭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최적화의 기준이 결국 "주어진 속도에서 에너지 요구량을 가장 낮추는 선택"이라는 점입니다. 다음 라이딩에서 타이어 공기압과 자세를 한 번 점검해 보세요.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숫자로 생각하는 습관 하나가 기록을 바꾸는 시작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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