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를 핑계로 삼으면 시즌은 반년입니다. 저는 겨울 빙판과 여름 폭염을 몇 번 겪으면서 깨달았습니다. 체온과 수분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계획’의 문제라는 것. 이번 글은 날씨별 라이딩을 위해 제가 정리한 숫자와 루틴입니다.

영하의 라이딩, 미끄러움과의 협상

기온이 0°C에 가까워지면 제설되지 않은 도로에 결빙이 생깁니다. 노면 선택이 먼저입니다. 주요 도로는 제설과 차량 통행 덕에 얼음이 적지만, 골목으로 접어들 때는 주의하세요. 내리막 끝자락은 위보다 차갑고, 그늘진 구간은 낮이 지나도 얼음이 남아 있습니다.

얼음 구간 대처의 핵심은 ‘닿기 전에’입니다.

장비도 바꿉니다. 스터드 타이어는 다져진 눈·얼음에서 확실한 그립을 주고, 타이어를 넓히고 공기압을 낮추면 접지가 늘어납니다(튜블리스는 펑크 위험 없이 더 낮은 공기압 가능). 새들을 살짝 내려 무게중심을 낮추고, 클릿은 양면 MTB 페달이나 플랫으로 바꾸면 빙판에서 발 빼기가 쉽습니다. 상황이 애매하면 트레이너 위에서 라이드하는 것도 전략입니다.

폭염 라이딩, 더위는 파워를 훔친다

더위는 착각을 부릅니다. 바람이 시원하다고 몸은 덜 힘든 게 아닙니다. 호주 연구에 따르면 32°C에서 사이클리스트의 파워는 6.5% 감소합니다. 그리고 위험은 탈수만이 아닙니다. 물을 과하게 마시면 혈중 나트륨 농도가 떨어지는 저나트륨혈증이 올 수 있습니다.

더위는 식욕과 소화도 망가뜨립니다. 연료는 액체·반고체(젤, 수분 많은 홈메이드 플랩잭)로 바꾸고, 선크림은 2시간마다 덧바르세요. 참고로 그늘 온도 3240°C의 날, 아스팔트 표면은 5080°C까지 오릅니다. 2003년 투르에서 선두권 주자가 녹은 아스팔트에 미끄러져 큰 부상을 당한 뒤, 주최 측은 물탱크로 노면을 식히기 시작했습니다.

날씨를 타는 복장과 몸 관리

겨울의 핵심은 레이어링입니다. 방수 자켓, 써멀 빕타이츠, 슈커버면 대부분의 날씨가 견딜 만해집니다. 산악 구간은 날씨가 순식간에 바뀌니, 물병보다 작게 접히는 아우터를 하나 챙기는 습관이 좋습니다. 저는 이 조합을 갖춘 뒤로 ‘날씨 때문에 못 탄다’는 말이 사라졌습니다.

겨울을 쉬면 봄에 복구 비용을 냅니다. 여름만 타는 ‘페어웨더 사이클리스트’는 크리스마스에 몸이 불고 봄에 다시 시작해야 했던 제 경험이 있습니다. 일관성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사이클링은 비체중 부하 운동이라 뼈가 약해지기 쉽습니다. 하이킹, 런지, 스쿼트 같은 크로스 트레이닝을 섞어야 ‘자전거 밖의 몸’도 강해집니다.

날씨보다 위험한 것, 장비와 습관

날씨를 이겨도 습관이 무너지면 시즌은 끝입니다. 제가 배운 것들입니다.

날씨는 변수지만 준비는 상수입니다. 겨울엔 그립과 레이어, 여름엔 수분과 나트륨, 그리고 계절과 무관하게 ‘누군가에게 코스와 복귀 시간을 말하고 출발하는’ 습관. 이 네 가지만 지켜도 자전거는 12개월 내내 타는 스포츠가 됩니다.

📚 참고 자료: Cycling in the snow: our top tips on how to stay safe and have fun in icy conditions · 9 tips to survive cycling in the heat · The 10 things I wish I knew when I started cycling · The Most Important Things to Remember When Going From Roads to Trails